KTX 세종역, 앞으로 어떻게 될까…?
KTX 세종역, 앞으로 어떻게 될까…?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1.16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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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세종의사당 문 여는 시기 전후해 역사 설치·영업 개시 예상
이달중 자체 타당성조사 용역 착수, 10월 말 결과·논리 나올 듯
삽교역 전례 “지금은 아냐… 유니버시아드 전에 열어야” 주장도
이춘희 세종시장은 KTX 세종역은 일관되게 추진해온 사업이며 국회 세종의사당 등 상황변화가 오면 다시 건설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KTX 세종역 예정지로 꼽히는 금남면 발산리 일대. 왼쪽 위는 KTX 세종역 추상도
최민호 세종시장은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등 상황이 변화하면 KTX 세종역 설치 필요성의 공감대가 커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은 KTX 세종역 예정지로 꼽히는 금남면 발산리 일대. 사진 왼쪽 위는 KTX 세종역 추상도.

KTX 세종역에 대한 관심이 재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고조된 관심의 발단은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5일 ‘세종시는 충청권의 밉상’이라는 발언을 하고 이튿날인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쓰면서부터였다. 김영환 지사가 공식사과하면서 일단락됐지만, KTX 세종역에 대한 세종시민들의 요구와 발언은 온·오프라인에서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KTX 세종역은 세종시를 지나는 호남고속철도 선로 위에 설치될 수 있을 것인지 말 것인지, 된다면 언제 되는 것일까.

세종시가 예상하는 시기는?=KTX 세종역 설치가 국회 세종의사당이 문을 여는 시기를 전후해 가능해질 것으로 세종시는 보고 있다.

세종의사당이 문을 열면 전국에서 이런저런 일로 세종시 국회를 찾아오는 사람이 하루평균 최소 1000명, 좀 더 많이 잡으면 1500명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회의원 및 보좌진 등이 세종의사당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예측도 설득력 있게 나온다.

세종의사당에서 상임위원회를 연 뒤, 다음날이 아닌 당일 여의도 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어야 하는 일정이 부지기수로 생길 수 있다.

국회의원들부터 세종의사당에서 KTX 고속열차를 탈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역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때 정부가 예산안에 KTX 세종역 건립 예산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국회가 정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건립예산을 증액시킬 수 있다는 예상을 하는 이들도 있다.

세종시의 한 관계자는 “KTX 세종역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호남고속철도 선로 위에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규사업이 아니어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통 1년 넘게 걸리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고 설계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고속철도 역사(驛舍) 위치 결정은 사실상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다. 설계와 시공을 맡을 국가철도공단은 국토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다.

물론 국토부 장관이 임의로,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당장 충북도부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최민호 세종시장은 최근 “KTX 세종역은 세종시를 넘어서 충청권에 필요한 역이 됐다”면서 “(반대하는 이들을)설득할 논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시는 지난해 말 KTX 세종역에 대한 자체 타당성조사 용역 의뢰를 위한 준비에 착수해 이달부터 타당성조사 용역에 들어간다. 이 용역 결과는 오는 10월 말쯤 나올 예정이다.

세종시는 이 용역 결과가 제시하는 논리를 바탕으로 충북도를 비롯해 국토부 등을 설득하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가시티를 지향하는 충청권 4개 시·도의 공동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는 전제를 뒷받침하는 설득 논리를 개발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세종시의 다른 관계자는 “KTX 세종역은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시작되는 2027년 8월 1일 이전에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세종시에 올 세계 각국의 선수단과 관광객들에게 오송역에서 내려 세종시까지 버스로 이동하도록 하는 불편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는 충청권 4개 시·도가 공동유치를 확정하면서, 2027년 8월 1일 개회식을 열고 11일 뒤인 8월 12일 폐막식을 치르는 것으로 못이 박혀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은 최근 국회 규칙안이 국회 운영위원회로 넘어가면서 턴키 방식으로 건립을 추진할 경우 2028년, 국제설계 공모를 택할 경우 2030년을 넘길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돌고 있다.

왜 지금 KTX 설치 공식화 요구를 하지 않을까=국토교통부는 지난 2020년 7월 9일 KTX 세종역에 대한 부정적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후, KTX 세종역에 달라진 입장을 밝힌 바 없다. 국가철도공단 역시 마찬가지일 것임은 불문가지.

세종시는 아직 분위기가 성숙하지 않았다고 본다. 세종시가 의뢰해 2020년 7월 9일 발표된 비용 대비 편익 분석(B/C)은 1에 못 미치는 0.86으로 나왔고, 국가철도공단이 2017년 KTX 세종역에 대한 B/C 분석 수치는 0.59로 나왔었다.

B/C가 1에 못 미치면 흔히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 투자액 대비 수익·효율이 마이너스 상태를 면치 못한다는 뜻이다.

세종시가 고려해야 할 전례도 있다.

충남 홍성에서 출발해 충남 예산·아산-경기 평택을 거쳐 경기 화성시 송산까지 공사 중인 서해선 고속철도 역사 위치가 발표됐을 때, 예산군은 “서해선 고속철도가 예산군 땅을 지나가는 데도, 예산군에 역사 하나 설치하지 않고 그냥 통과한다”고 반발하며 예산 삽교역 설치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예산군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까지 와, 집회와 시위를 벌였지만 정부는 끝내 예산군의 요구를 외면했다.

결국 지난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가 다가오던 2021년 말 당시 양승조 충남지사는 삽교역사 건립비용 500억원의 절반을 충남도가, 절반은 예산군이 내는 것으로 발표했지만 양승조 지사가 낙선하면서 이마저 없던 일이 됐다.

고도로 짜여진 설득 논리 없이, 지금 KTX 세종역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면 삽교역사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술적 측면의 반대 극복할 대안은…=KTX 세종역을 설치하면 오송역의 기능과 몫이 줄어든다는 반대 주장에 대해, 세종시의 한 관계자는 “KTX 세종역을 모든 고속열차가 다 서는 것은 아닌, 간이역으로 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세종역을 여객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에만 정차하는 간이역으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오송역의 수요와 기능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간이역으로 결론이 난다면, 부본선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본선은 고속철도 선로 위에 열차가 여객 승하차를 위해 정차한 뒤, 뒤따라오는 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회피하는 용도의 부설 선로를 말한다.

2020년 7월 9일 세종시가 발표한 용역안의 B/C 0.86은 부본선을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계산한 결과였고, 2017년 국가철도공단이 공개한 B/C 0.59는 부본선 설치를 전제로 한 결과였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부본선 설치를 전제로 하면 역사 설치비용 못지않은 건설비를 투입해야 하고, 경제성은 당연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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