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용 가속기 산업, 부가가치 무궁무진하다"
"암 치료용 가속기 산업, 부가가치 무궁무진하다"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2.12.20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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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긍원 고려대 반도체물리학부 교수....생산기술 갖춘 분야 이젠 많아
세종시에 가속기기반 암치료센터·가속기산업 클러스터 구축, 혁신적 아이디어
주변에 관련된 기업 유치하고 가속기 사용한 의료용 치료기 산업·전문병원 키워
이긍원 고려대 교수

세종시에 도입하려는 암치료용 중입자 가속기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어느 정도의 사전투자 및 전제조건이 있어야 성사될 수 있는 것일까. 또 세종시에 설치해 본격가동 되기 시작하면 얼마나 효능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기고문을 이긍원 고려대학교 교수가 보내 왔다./편집자 씀

대한민국은 산업 선진국이다. 많은 분야에서 탄탄한 산업 경쟁력을 갖추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남의 기술을 빌려오는 단순 제조업에서 시작하였지만, 이제는 반도체나 이차전지처럼 기초과학에서 생산기술까지 망라하는 노하우를 갖춘 분야가 많다.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산업분야일수록 그 분야의 기초과학이 탄탄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듣기도 난해한 기초과학의 심연에서 간혹 새로운 산업의 가능성이 발견되곤 한다. 뢴트겐의 엑스선 발견 이래 전자나 이온 같은 입자를 가속시켜 다른 물체를 때리는 기초과학 분야가 있다. 이 가속기가 인류에게 제법 큰 선물을 주었는데,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감마선 진단과 암치료에 사용되는 방사선이 그것이다.

1970년대 진공관 앰프나 80년대 전성기였던 브라운관 TV 또한 초소형 가속기였다. 고고학 유물의 연대 측정에도 사용한다. 단백질 구조도 밝혀 생명 의료 발전에도 사용된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실리콘 기판을 n형 또는 p형으로 바꾸어 초미세 트랜지스터를 만들 때도 사용한다. 우리나라가 제일 잘한다.

가속기 연구자들은 첨단 대규모 연구용 가속기로 인체의 암을 표적으로 때려보기 시작했다. 정상세포에는 영향없이 선택적으로 암 표적부위만 파괴하는 연구였다. 오랜 연구 끝에 결과는 대성공. 가속기 기반 입자 빔 치료는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암치료 효과도 좋고 예후도 좋았다. 가속 입자에 따라 효과가 좋은 암도 각기 달랐다.

입자 기반 치료용 가속기는 가속되는 입자로 분류된다. 수소이온인 양성자로 암을 파괴하는 양성자 가속기, 암에만 달라붙는 약물을 사용해서 암에 붕소 원자를 붙여놓고 쏘아준 중성자가 붕소핵에 포획되어 붕괴되며 암세포를 파괴하는 BNCT(붕소중성자포획치료법), 그리고 가장 암세포 파괴율이 높고 환자에게 친화적인 중입자(탄소) 가속기 등이 있다.

치료용 가속기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궁극의 치료기인 중입자치료기 경우 1기당 2000억원 수준의 도입비와 매년 100억원 이상의 유지비용이 필요하다. 일본이 12대를 도입 및 사용 중이고, 우리나라는 2대를 일본 기업에서 매입 중이며 여러 지자체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세계 시장은 더 넓다. 세계적으로 지난 10년간 항암 입자치료는 10조원 시장 규모로 매년 7%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제 막 세계 시장이 열리는 개화기이다.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큰 산업이다. 국내 연구진도 BNCT와 같은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치료기 개발에 성공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치료용 가속기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산업클러스터가 필요하다.

세종시가 대전의 중이온 가속기와 충북 오창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에 맞추어 가속기산업 클러스터와 중입자치료기 암센터 구축에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암치료센터는 암치료 전담시설이 없는 중부권에 가속기를 기반으로 한 암치료 전문병원을 설립하는 것이 목적이다. 

암치료용 중입자가속기는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기 때문에 효과도 클 뿐만 아니라 미래산업으로서 가치를 입증해주고 있다. 사진은 YTN화면 캡처

가속기산업 클러스터와 암치료센터는 서로 최고의 의료장비와 임상치료 기술을 주고 받으며 상생발전하게 될 것이다.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가속기 인력 양성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최근 선정된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대학원 가속기과학과는 고급인력 양성과 연구지원을 하게 될 것이다.

지역과 주변의 여러 강점을 모아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고, 중부권에 없는 암치료센터를 구축하여 의료복지를 향상시키며, 세계수준의 과학과 의학 연구집단까지 지역으로 유치하려는 가속기 기반 암치료센터와 가속기산업 클러스터의 구축은 분명 혁신적인 아이디어이다.

무르익은 과학기술이 새로운 산업의 젖줄이 되고 나아가 국민복지와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그림을 그리는 그 지자체의 노력이 꼭 성공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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