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은 무슨 일 하세요?”
“교장 선생님은 무슨 일 하세요?”
  • 유우석
  • 승인 2022.07.0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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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석 교장의 해밀초 이야기] 교장선생님은 학교에서 무슨 일을 할까
교육과정 총괄, 기획회의, 외부손님 간담회 등 하루 일과 돌아보며 성찰
유우석교장
유우석 교장

“교장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세요?”

아이들에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너희들이 안전하고, 재미있게 학교생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

이렇게 답을 해 놓고, 교장은 무엇을 해야 할까 현직에 있는 저도 궁금했습니다.

초·중등교육법에는 교장은 학교를 ‘총괄’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이니 교육과정을 총괄한다는 의미입니다.

교육과정이란 학교 일상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부를 총괄한다라고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전에는 ‘통할’한다라고 되어 있다가 최근에 ‘총괄’로 바뀌었습니다. 사전적 의미는 비슷하긴 한데. ‘통할’이 지휘 조정 또는 거느린다는 의미가 있어 경직되고 가부장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학교장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논의를 할 때마다 쟁점이 됩니다.

저 역시도 권한과 책임에 대해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을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교장 연수를 통해 교장의 역할 등의 연수를 듣긴 했지만 현장과 이론을 접목시키기란 ‘처음 해보는 일이라’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학교의 역할 정립부터, 교장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그 역할을 하기 위한 연수과정, 교장이 되는 과정을 다시 재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사의 역할과 교장의 역할은, 그 역할 자체가 다르며 사회가 요구는 교장의 상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 논의를 하기 전에 먼저 나름대로 일과를 통해 직무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아침 7시 50분쯤에 학교에 도착합니다. 먼저 온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교장실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하루 일정과 교육활동을 확인합니다. 그중에는 직접 챙겨야 되는 일과 알고만 있어도 되는 일이 있습니다.

직접 챙겨야 하는 일은 기획회의와 같은 회의와 상담, 외부 손님과의 간담회 등이 주로 있습니다. 많은 회의 중에 제가 직접 챙기는 회의는 기획회의와 연석회의입니다. 직접 챙긴다는 뜻은 제가 회의를 주재합니다.

교장실 찾은 어린이와 셀프카메라를 찍고 있는 유우석 교장

기획회의는 정기 협의로 한 달에 두 번씩 교감, 행정실장, 부장 교사가 참여하는 회의입니다. 기획 회의는 학교에서 가장 많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집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대부분을 다루는 회의로 정례적이고, 미리 안건을 수합하여 진행합니다.

연석회의는 한 달에 한 번 있으며, 학생대표와 학부모대표, 교직원 대표가 참여하는 회의입니다. 학생대표는 학생 다모임을 통해, 학부모 대표는 학부모 다모임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또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눕니다.

정기적으로 주재하는 회의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해밀유·초·중·고 학교와 해밀동주민센터와 해밀동 주민자치회, 해밀동 아파트 1·2단지 입주자대표협의회가 참여하는 해밀교육마을협의회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관장과 실무자가 포함된 회의이며 1년에 4차례 정기협의와 필요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합니다. 참고로 현재 10월 마을축제와 관련하여 TF를 구성하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한시적으로 회의체를 만들 때도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해밀초 코로나19 긴급 대응팀을 운영했습니다.

이 팀은 교감 선생님, 보건 선생님, 교육과정 담당 등 긴급할 때 논의할 수 있는 팀으로 개교 직후부터 구성하여 최근 6월 말에 공식 해체를 했습니다.

긴급대응팀 회의는 빠른 결정이 필요합니다. 사안 발생이 주로 저녁이라 주로 온라인에서 상황을 공유하고 결정했습니다. 학교 근무 중일 때는 소집하여 결정하였습니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으니, 21학년도 여름방학 전에 코로나19 확진 가족으로 우리 학교에 여러 명의 아이가 다녔습니다.

밀접접촉이라 당시에는 밀접접촉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격으로 하는 때였습니다. 그런데 수업 도중 가족 확진을 알았고, 자녀는 밀접으로 검사하러 갔습니다.

그때 남아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교장실에 모여 논의를 했습니다. 20분 정도의 열띤 논의가 있었습니다. 긴급 하교해야 한다는 의견과 1,000명 가까운 아이들이 동시에 긴급 하교를 하면 가정에서의 걱정을 포함하여 더 미치는 영향이 크니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최종 결정은 학교장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잘한 판단일 수도,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누군가에게 미룰 수 없습니다. 당시는 긴급 하교를 결정하고, 아이들의 하교 방법에 대해 빨리 논의하고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을 집에 다 데려다주었습니다.

다행히 검사를 받은 아이들은 음성으로 판정되었고, 긴급하교는 하나의 사건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짧은 순간 판단이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위해 항상 시뮬레이션이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어떤 결정 이후에는 그 결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습해야 하는 뒷일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긴급 하교라고 결정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수습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관련하여 갖가지 사건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오는 긴급 문자, 긴급 안내장에 긴급대응팀의 진지한 논의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지금은 긴급대응팀이 활동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코로나19 긴급대응팀을 공식적으로 해체하고 필요 시 다시 구성하기로 하였습니다. 덕분에 저도 일이 줄었습니다.

오전 8시쯤 교통 깃발을 들고 나가 9시까지 등굣길 건널목에서 교통 지도를 하고 교장실로 옵니다. 아침 7시 반에 등교하는 아이부터 거의 9시에 등교하는 아이까지 각양각색인데, 신기한 것은 거의 날마다 거의 정해진 시간에 온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제 8시 50분에 등교한 친구는 오늘도 8시 50분에 올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늦은 등교일수록 부모님과 같이 보호자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8시 50분쯤에 등교하는 친구는 다음 날도 그 시간에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통안전을 챙기기도 하지만 아이들 등굣길에서 ‘아침맞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무거운 날도 있고, 가벼운 날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등교 모습과 간간이 나누는 대화가 즐겁습니다.

9시에 오면 일정을 다시 한번 찬찬히 확인하고, 결재를 합니다. 아침에 출근한 교감선생님과 행정실장님이 중간 결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장에게 아침에 보통 10건 정도의 결재가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 10시에는 교감 선생님과 행정실장님과 티타임을 하며 일주일간의 일정과 챙겨야 할 것을 나눕니다. 해밀초는 약 1,000명의 아이들과 100명 가까운 교직원이 생활하는 곳이라 생각보다 다양한 일이 많이 생깁니다.

물론 제가 모두 챙기지도 못할뿐더러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 곳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그 작은 공동체의 리더입니다. 학교에는 학년 부장, 업무 부장이라고 부릅니다. 작은 공동체의 리더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구체적인 일을 많이 챙깁니다.

유우석 교장이 해밀초등학교에서 학부모 다모임에 참석해 해밀초 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10시 20~50분, 30분 동안 중간놀이 시간입니다. 이때 교장실로 아이들이 많이 방문합니다. 소소한 미션도 수행하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합니다. 학교 소식 중에 ‘쉼의 재발견’을 보시면 중간놀이 시간에 대한 의미를 상세하게 살필 수 있습니다. 어떨 때는 이때 외부 손님들과 약속을 많이 잡습니다. 오후에는 학교 교직원과 관련된 회의가 많고 오전에 학교를 찾는 사람들과의 회의를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학년 단위의 행사가 있으면 잠깐이라도 방문합니다. 특히 시청각실 행사나 강당 행사의 경우는 얼굴이라도 아이들에게 비춥니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행사의 의미를 더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오전 11시 40분쯤에 1·2학년 아이들과 점심을 먹습니다. 1·2학년 아이들은 식사를 하는 시간이 좀 깁니다. 6학년 남자 아이들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1·2학년은 수저 챙기는 것, 밥과 반찬을 받는 일, 퇴식하는 것까지 하다보면 시간이 좀 걸리는 편입니다. 우리 학교 1·2학년은 점심시간이 70분이라 점심을 먹고도 놀 시간이 충분합니다.

점심시간쯤에 한번 더 결재를 챙깁니다. 보통 10여 건 정도의 결재가 있습니다. 특히 월말에는 각종 예산 사용 결산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결재가 이루어지고 합니다. 참고로 학교와 관련된 공문이 1년에 1만 6000건(21년 기준) 정도 됩니다. 그리고 내부결재 공문만 9800건이나 공문의 절반은 내부 문서입니다. 그리고 상당수가 회계 관련 문서입니다. 일년 365일로 계산하면 거의 하루에 30여 건에 이릅니다. 생각보다 많은 문서가 생산됩니다.

오후가 되면 대부분 회의 또는 손님맞이가 많습니다. 우리 학교는 결재판이 없기 때문에 결재판을 들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거의’라고 표현을 한 것은 행정실에서는 아직 결재판이 있고, 또 직접 계약 등 관련하여 ‘사인’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결재판이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결재판이 가진 상징성 때문입니다. 학교에 결재판을 없애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결재판을 가지고 가는 상황, 그 자체에서 자유로운 얘기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결재판은 결재를 받기 위한 도구이니 자유로운 얘기보다는 결재를 하는 자와 결재를 받는 자라는 형식이 내용을 우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회의’의 중요성 때문입니다. 회의는 회의대로 결정은 결정대로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회의에서 공유되고 인정된 것은 그 자체로 결재의 과정으로 만들어야 회의 자체의 무게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후 결재판에 대해 별도로 더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후에는 정례적인 각종 회의와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거나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상담의 경우는 매우 다양합니다. 교직원 상담, 학부모 상담, 학생 상담 정도로 될 텐데, 교직원 상담은 개인의 일신상의 문제와 학생 다툼 문제, 학부모와의 문제로 인한 상담이 많습니다. 대부분은 학급, 학년 내에서 감당하지만 조금 심각한 문제는 함께 상담합니다.

학부모 상담은 대부분 자녀의 교우 관계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이런 상담은 학교장에 요청하기도 하고 제가 학부모에게 요청하기도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상담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급적 부모님과 같이 상담을 하기 위해 저녁에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퇴근 후 저녁 7시쯤에 시작되면 거의 9시에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없지만 개교 초기에는 종종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학생 상담은 아주 가벼운 상담부터 무거운 상담이 있습니다. 가벼운 상담은 그냥 잘 들어주면 상담으로 친구 간의 감정 다툼인 경우가 많으며 교장 선생님과의 상담을 하고 싶어 상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거운 상담은 말 그대로 담임선생님이 걱정할 만큼 무기력하거나 생활 적응에 어려운 경우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가장 안타까운 경우입니다.

하루동안 일과로 살펴보았습니다. 계획되어 있는 일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일도 종종 벌어지곤 합니다. 그야말로 온갖 일이 벌어집니다. 일어나는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떠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학교가 교육기관으로 잘 운영될 수 있을까? 학교의 교육력은? 교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수많은 물음이 많은 학교의 교장이 하는 고민일 것입니다.

유우석 교장이 학교 스포츠클럽 베드민턴 대회에 참석해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유우석 교장이 학교 스포츠클럽 배드민턴 대회에 참석해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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