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우리 학교는 이렇게 해결합니다
갈등, 우리 학교는 이렇게 해결합니다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07.0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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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석 교장의 해밀초 이야기] 학교는 안녕하신가요
피할 수 없는 갈등… 다양한 소통창구 열고 신뢰 쌓아
유우석 해밀초 교장
유우석 해밀초 교장

학교는 신뢰가 생명입니다. 신뢰를 쌓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소통이지만 소통이라는 것이 오묘하여 누구에게는 소통이지만 누구에게는 불통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특히 어떤 사건의 이해당사자가 되었을 때 ‘소통’이 ‘불통’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사건이 벌어지고 관계가 틀어진 이후는 회복이 어렵고 더딥니다.

저 역시도 고민입니다. 우리 학교는 생활교육 담당 선생님과, 각 학년마다 한 명 이상이 참여하는 학습모임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 학교의 생활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서로 협의하며 우리 학교에 맞는 매뉴얼을 만듭니다.

다행히 개교 학교이지만 큰 갈등 없이 지금까지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는가? 혹은 갈등 혹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다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가? 그것이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것인가? 이런 고민은 수없이 해야 합니다.

세종시의 특성상 많은 학교가 신설되었고,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운 사례도 축적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매우 힘든 과정을 겪은 사례도 들었습니다. 좀 떨어져 보면 ‘모든 구성원이 새로운 곳에 와서 적응하느라’ 그런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도 되고, 나름대로 사연이 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례가 학교의 잘못, 부모님의 잘못이라고 단정짓긴 힘듭니다. 갈등은 사건 하나가 도드라져 보이지만 수많은 감정과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겪는 질문은.

“학교는 사건을 무마(혹은 축소)하고 싶거나 감추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요?”

오래된 질문입니다. 질문을 들여다보면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불이익(혹은 억울)을 당할 상황에 놓여 있음’을 표현하는 수사적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개교 100일을 맞은 해밀초등학교에게 아이들이 전하는 메시지 (사진=해밀초등학교)

이 오래된 질문에 ‘그렇지 않습니다.’라는 답은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길어지는 답변은 변명 같습니다.

“우리 아이를 나쁘게 보시네요?”

이 역시도 오래된 질문입니다. 어려운 상황이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까지의 직간접 경험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한두 사건으로 인해 학급 전체가 힘들어지고, 심지어 학급이 무너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일반적 진행 방향은 ‘두 아이 간 사건이 발생하고’, ‘부모가 문제 제기’, ‘상대방의 학부모도 문제 제기’를 합니다. 그 사이에서 담임 선생님의 말 한마디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런 경험을 한 교사는 사건이 생겼을 때 적극적인 대처가 어렵고 방어적일수 밖에 없습니다. 과정상이 이러하면 해결의 과정은 멉니다.

벌써 4,5년 된 사건입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럴 때마다 학교를 한바퀴 돌고 갑니다. 방학 중 돌봄 도시락을 알만한 프랜차이즈 가게와 계약하여 제공하였습니다. 돌봄소위원회를 하다 보면 참여한 학부모의 의견이 비슷한데 작은 업체를 선호하기도 하고, 큰 업체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그만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즉 대부분 옳고 그름보다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당시는 큰 업체였고, 방학 중 돌봄이 절반쯤 지났을 때 어느 분이 ‘부실 도시락’이라고 지역 카페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일은 삽시간에 이슈가 됐습니다. 당시 금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소문이 돌고 돌고 돌았나 봅니다. 토요일쯤 되자, ‘아이들 먹는 돈을 누군가 빼돌린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먹는 음식에 장난치냐? 그것도 코 묻은 돈에.’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어이없는 소문이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심각한 신뢰 문제였습니다. 일요일, 당시 교장 선생님과 상의하여 관련된 분들(교장, 교감, 돌봄 선생님, 담당 선생님(당시는 돌봄전담사가 아니었고), 학부모회, 돌봄 학부모 등 여러 명이 회의실에 모여 상황을 공유하고, 사태 파악을 위해 업체에 찾아가는 등 대책을 마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사태를 정리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고, 담당 선생님은 며칠 동안 뒷수습을 해야 했습니다. 돈 떼 먹는 사람은 없고, 큰 프렌차이즈 음식점에서 같은 단가에서 맞출 수 없어 작은 업체로 다시 선정했습니다. 과정은 씁쓸합니다.

이 오래된 질문은 요즘에도 유효합니다. 왜 유효한가에 대한 이유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떨 때는 무마 혹은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자극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상당수는 ‘보호자’의 ‘학교’에 대한 좋지 않은 오래된 기억이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문제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경험이 만들어놓은 세상 보는 틀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표출될 뿐 쌓이고 쌓인 일이 대부분이입니다.

- 소통의 창구는 다양해야겠다.

- 평상시 공유 창구가 필요하겠다.

- 사건이 일어나면 앞으로 어떤 절차가 있는지 알아야겠다.

- 가능한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최대한 공유해야겠다.

- 잘못을 지적하거나 떠넘기는 방어적 태도가 아니라 협력하여 해결하도록 해야겠다.

- 감정에 공감하지만, 사건은 냉정하게 봐야겠다.

- 교장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서야겠다.

- 갈등은 없을 수 없다. 인정하고 정성스럽게 대하자.

세종시 해밀초등학교 교원들이 원형으로 모여 앉는 신뢰서클을 만들어 대화법을 익히고 있다.
세종시 해밀초등학교 교원들이 원형으로 모여 앉는 신뢰 서클을 만들어 대화법을 익히고 있다.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갈등, 우리 학교는 이렇게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움츠렸던 일상을 찾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작년부터 중간놀이 시간 등 쉬는 시간을 확보하고, 교육활동도 가능한 한 다양하게 운영했기 때문에 조금 덜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시기,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 많은 학교에서 예전보다 더욱 더 빈도가 높고 인근 학교의 경우 그리고 우리 학교의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휴유증이기도 하고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갈등입니다.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 공동체가 극복해야 하고 그래야 더 공동체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미리 예방 차원에서 말씀을 드리니 찬찬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이거 학교 폭력 아니에요?”

이거 아동 학대 아니에요?”

이거 교권 침해 아니에요?”

이거 집단 따돌림 아니에요?”

이거 지속적 괴롭힘 아니에요?”

사과받아야겠어요. 우리 아이도 그렇지만 또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이번에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보통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럼 상대방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는 경우 이런 말을 들으면? 혹은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경우라도? 인정할까요? 이 말을 인정하는 순간 내 아이는 범죄자가 되는 감정을 느낍니다. 당연히 방어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부모님 당사자의 일도 아닌 자식의 일이라 더욱 그러합니다.

또 어떤 일이 발생한 후에 담임 선생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담임 선생님이 그렇다.’, ‘아니다.’를 말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사건 맥락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상황과 맥락이 있는 사건에서 그런 단언적인판단에 대해 인정하는 학부모님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식 일이니까요.

보통 이런 일은, 담임 선생님에 대한 속상함 또는 학교가 미온적이거나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속상한 마음에 상대방 아이를 만나거나, 학교 교실 주변(복도 등)으로 오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부모의 참여는 환영하지만, 특히 수업하는 교실 주변은 안 됩니다. 공동체에서 기본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일입니다.

못 챙긴 아이 물건은 배움터 지킴이실에 맡기시면 됩니다.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그만 갈등 사례가 있어도 담임 선생님은 방안을 찾기에 고심합니다. 자식의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공동체 내에서의 해결방안은 또 다릅니다.

학교 폭력으로 신고하면 학교가 좋지 않아서 안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가능한 학교에서 풀어갈 수 있는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맞고, 학교를 벗어나면 규정단절만 있을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서로서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상대방 입장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부모입니다. 저 역시도 미온적이거나 어떤 일을 감추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일이 생긴 이후에는 한마디말이 조심스러워집니다. 그 말이 꼬리가 되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시겠지만 이미 아이들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자 합니다.

담임 선생님 혹은 학년 선생님(부장)과 협의 후 해결

대부분 여기에 해당합니다.

학교생활 중에 사안을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간혹 학생 또는 학부모님 연락을 받고 사안을 인지하게 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부모님께 설명해주는 아이의 말이 간혹 큰 오해를 초래하기도 합니다(‘목을 잡은일이 목을 조른일이 되곤 합니다. 목을 잡은 학생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고학년이라면 선생님께 직접 이야기하거나 글로 적어서 알려줄 수 있도록 가정에서 독려해주시면 사안 확인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사안에 따라 학년 선생님들과 공유하여 해결방안을 찾습니다.

학교장 협의

큰 다툼이 발생하여 학생을 넘어 가정 간 갈등이 초래된 경우

피해(라고 주장하는) 측 이야기를 듣고, 상대 측 이야기를 듣습니다. 조율이 되는 경우 양쪽이 같이 만납니다. 가능한 저녁 7시쯤으로 약속을 잡습니다. 학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동행해주시면 좋습니다.

사안을 확인하고 일정을 조율하기까지 통상 5-1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빠르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수업이 있고, 방과 후 일정, 가정마다의 사정 등이 있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조율하는 과정 중에 사과할 용의가 있거나’, ‘오해를 풀고자상대측 연락처를 요청하시는 경우 상대측 학부모님 동의를 받은 뒤에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다소간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학교장 협의를 통한 교내 해결의 목적은 관계 회복입니다. 당연히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하고, 서로를 용서하고, 더 성장해 나가는 건강한 관계를 지향합니다.

필요한 경우 해당 반 학부모 모임을 추진하겠습니다.

주로 저녁 시간이 되겠지만 반 전체에 대한 의견과 협력을 구할 필요가 있을 때 가정통신을 통하여 반 모임을 안내하고 학교장이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담임 및 다른 교원 참여 여부는 사안에 따라)

반대의 경우도 환영합니다. 협의를 거치되 가능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화해중재원 심의

이상의 방법으로도 해결이 어려운 경우 화해중재원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사안을 심의하고, 법에서 정하는 조치를 내립니다.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역할 또한 축소됩니다.

학교는 심의위원회의 조치 결정을 통보받고, 이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 관계가 아닌 담임과의 관계라면?

담임 선생님과 일정 조율하셔서 상담을 요청하시고 학교장에게 전화주시면 담임 선생님, 학년부장 선생님과 협의 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문자나 통화가 아닌 대면이 좋습니다.

좋은 타이밍이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는 지금이 이러한 말씀을 드리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학교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고, 향후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20226월 어느날 

해밀초등학교장 유우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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