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사라진 세종시 봄꽃 축제장에 ‘주민 반대 시위’ 교차
꽃잎 사라진 세종시 봄꽃 축제장에 ‘주민 반대 시위’ 교차
  • 김강우 기자
  • 승인 2023.04.08 19: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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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면 용암리 주민 100여명, “북부권 쓰레기 소각장 결사반대” 외쳐
최민호 시장, 카우보이 모자·검은색 선글래스 끼고 등장… 어색한 축사
1백여명이 넘은 용암리 주민들이 행사장 천막안과 주변에 모여서 ”북부권 쓰레기 소각장 결사반대“라는 노란색 어깨띠를 두르고 시위를 벌였다.
세종시 연서면 용암리 주민 100여명이 8일 고복저수지 봄꽃축제 개막식 행사장 천막 안과 주변에 모여 ”북부권 쓰레기 소각장 결사반대“라는 노란색 어깨띠를 두르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종시 저수지로는 가장 넓은 고복저수지 봄꽃 축제 행사장에서 개막식과 친환경종합타운(폐기물 소각장) 반대 주민들의 시위가 교차했다. 

8일 오후 세종시 전동면 연서면 용암리에 있는 고복자연공원 방문자센터 앞에서 ‘세종 연서 봄이 왔다봄’ 축제 개막식 행사가 열렸다. 

이날 용암리 주민 100여명이 행사장 천막 안과 주변에 모여 ‘북부권 쓰레기 소각장 결사반대’라는 노란색 어깨띠를 두르고 시위를 벌였다.

역력해진 기후변화로 일찍 피고 진 고복저수지 벚꽃을 찾은 시민들은 예상대로 많지 않은 가운데, 쌀쌀해진 날씨에 시위까지 겹쳐 행사 관계자들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행사 개막 시간에 맞춰 최민호 세종시장이 등장하자, 주민들은 별로 반갑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맞았다. 최민호 시장은 검은색 선글래스에 카우보이 모자까지 쓰고 등장해 묘한 분위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최 시장은 행사 분위기가 어색한 듯 “힘든 일에 걱정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오늘은 다같이 힘을 합쳐서 한해를 멋지게 보내자는 놀이마당 아닙니까? 그렇죠?”라며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오늘도 강다리기 하는 날입니다. 오늘 여성들이 이겨야 풍년이 온다니 이겨 달라”고 당부하고 “벚꽃은 졌어도 우리 마음에는 (꽃이)가득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연서마을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서둘러 축사를 마무리 했다.

이어 나온 차응선 용암리 이장은 세종시 제2호 무형문화재인 ‘강다리기’ 시연 취지를 설명한 뒤 “여러분들이 어깨띠를 부착하고 있으나, 여러분 뜻은 충분히 전달됐으니 원만한 행사 진행을 위해 어깨띠를 회수해 달라”고 행사장 분위기를 정리하려는 듯 말했다.

봄꽃 축제 행사장에 등장한 최민호 세종시장. 아들이 선물해줬다는 멋진 카우보이 모자와 선그라스가 눈길을 끌었다.
8일 연서면 용암리 고복저수지 봄꽃 축제 행사장에 등장한 최민호 세종시장. 미국에 거주 중인 아들이 선물해 줬다는 카우보이 모자와 검은색 선글래스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차응선 이장은 이내 작정한 듯 세종시 환경행정에 대한 불만과 요구를 강한 어조로 쏟아냈다.

그는 “여러분이 서 계신 자리에서 직선거리 2㎞ 지역에 1일 480여t 대형 소각장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 용암리 지역은 실질적 피해 예상지역으로 (소각장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발생지 처리원칙을 무시하고 원주민 동의를 얻지 못한 채 밀어붙이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민들에게 “찬성하나요?”라고 묻고 “반대합니다”라는 답을 유도한 뒤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 쓰레기는 발생한 곳에서 직접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용암리 마을의 수난사를 강조했다. 그는 “70년대 군부대 사격장으로 땅을 내줬고, 저수지 만든다고 마을이 강제수용돼 저수지 가운데 마을이 수몰되어 있다”고 전제한 뒤 “이제 쓰레기 소각장으로부터 우리 건강과 재산을 지켜 내야겠다는 절박함으로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며 세종시 친환경종합타운을 원점부터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세종시는 지난달 30일 친환경종합타운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15명 중 13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에서 ‘제7차 입지선정위원회’를 비공개로 열고 최종 입지를 심의·결정했다고 밝혔다.

세종시 전동면 송성리 일원에 조성되는 친환경종합타운은 1일 소각량 400t, 음식물자원화 1일 80t을 처리하는 시설로, 주민이 원하는 편익시설과 문화·체험시설을 포함해 건립될 계획이다.

세종시 연서면 용암리 주민들은 8일 용암리 고복저수지 봄꽃축제 개막식장 앞에서 친환경종합타운 건립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세종시 연서면 용암리 주민들은 8일 용암리 고복저수지 봄꽃축제 개막식장 앞에서 친환경종합타운 건립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고복저수지 부근에서 생태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동섭씨는
고복저수지 부근에서 생태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동섭씨는 "다이옥신 발암물질이 발생하면 고북저수지 북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기에 이곳이 가장 큰 피해지역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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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화 2023-04-13 19:37:11
당초 계획과 다르게 2012년 행정복합도시 예정지와 비포함지역인 연기군이 통합되어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예정지에 들어설 협오시설이 비포함지역에 들어올수 있음을 예상하지 못했을겁니다

김건영 2023-04-08 20:07:11
축제 시기와 개화 시기를 맞추는 게 정말 고난이도 문제... 아쉽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