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마을사업 제안할 수 있어요”
“초등학생도 마을사업 제안할 수 있어요”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07.23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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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부터 마을에서 경험하는 주민자치, “주변 살펴 개선사항 없는지 생각해요”
송기훈 ‘그늘막설치’ 신다현 ‘길 안내 표지판’ 해밀동 마을계획사업 1·2순위 선정
해밀초 6학년인 송기훈 군이 주민총회에서 체육공원 그늘막 설치에 대한 제안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해밀초 6학년인 송기훈 군이 주민총회에서 체육공원 그늘막 설치에 대한 제안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체육공원에 그늘막이 없어 구경하거나 쉬는 사람들이 너무 덥습니다. 의자 위에 그늘막을 설치하면 더운 여름에 햇볕도 피할 수 있고 구경하거나 경기에 잠시 쉬는 사람들이 편리할 것 같습니다.”

해밀동 마을계획사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초등학생이 PPT를 보면서 ‘체육공원 대운동장 그늘막 설치’ 제안사업을 설명했다.

이 사업은 지역주민들의 호응을 얻어 2023년 해밀동 마을계획사업에 1순위로 선정됐다.

‘복잡한 길 안내표지판 제작’을 제안한 신다현 학생은 새로 생긴 동네인 해밀마을에 처음 찾아오는 사람도 목적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고 갈림길에 방향스티커를 붙이고 마을지도까지 제작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예산까지 조목조목 산출한 제안서를 지역주민들에게 보여주며 자신이 제안한 마을 사업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모습에 어른들도 진지한 모습으로 제안을 경청했다.

초등학생들이 이렇게 마을사업에 정책을 제안하게 된 것은 해밀초등학교 6학년 사회수업에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종시교육청에서 추진한 학생정책제안사업의 일환이다.

해밀동의 지역주민과 초등학생의 마을계획사업(안)에 대해 스티커를 통해 선호도 조사를 한 모습

5월말~7월중순까지 진행된 해밀초 마을계획단 교육내용은 ▲마을계획단의 의의와 민주주의 개념에 대한 이론교육을 실시하고 ▲마을의 장단점 파악 및 실태를 조사 ▲마을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주제토의 ▲각자 생각한 마을개선사업의 발표 및 투표 순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제안된 마을개선사업 중 토의를 거쳐 학생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정책이 해밀동 마을계획단 사업으로 제안했던 것.

이번에 해밀동 주민총회에서 채택된 정책 외에도 ▲형광페인트를 활용여 밤길 밝히기 ▲분필을 활용한 해밀의 산책로꾸미기 ▲담배꽁초를 줄이기위한 야광페인트 흡연구역표시 등 6학년 학생들 머리에서 나온 다양한 정책제안이 있었다.

초등학생은 놀이터·운동장·산책길 등 마을공간 곳곳을 많이 활용해 공간 범위가 마을에 국한돼있어 어른보다 마을의 문제를 더욱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어른보다 순수하고 공익실현을 위해 더 깊게 고민해 마을문제를 보다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우석 해밀초 교장은 “학교와 마을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학생들에게 마을에 대한 애향심을 갖고 이 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고민해 마을교사인 퍼실리레이터의 도움으로 생각을 정리해 제안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보통 주민총회는 어른들만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해밀동의 주민총회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까지 많은 학생들이 보였다.

해밀동 주민총회에 해밀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해 마을사업에 대한 제안을 하며 주민자치를 체험하고 있다.
해밀동 주민총회 참석한 해밀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을사업에 대한 제안을 하며 주민자치를 체험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댄스동아리가 댄스공연을 보여주고, 고등학생이 애국가 제창을 이끌며 초등학생이 마을계획사업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 온 마을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축제를 벌이던 옛 시골 운동회 같은 분위기도 자아냈다.

최민호 세종시장과 강준현 국회의원 등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 나와 축사를 하고 나면 어김없이 초등학생들의 큰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해밀동 1단지에 거주한다는 김 모씨(40세)는 “어른들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데 그늘막이 없으면 ‘왜 시나 행복청에서 그늘막도 안 만들어줘 주민을 불편하게 하느냐’고 불평을 하는게 보통이었다”며 “학생들이 예산을 알아보고 마을계획사업에 제안해 실제로 그늘막을 설치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 한 수 배웠다”고 말했다.

제안한 사업이 결정돼 내년에 실현되게 됐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송기훈 학생은 친구들이 고마워할 생각을 하니 뿌듯하다면서 수줍어했다.

그는 “최민호 시장님과 강준현 국회의원님 등 중요한 분들이 많이 오는 자리에서 제가 제안한 정책이 채택돼 너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마을에서 개선할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살펴 좋은 정책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밀동 주민총회에 해밀초등학교 댄스동아리가 그동안 갈고닦은 댄스를 선보이며 총회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해밀동 주민총회에 해밀초등학교 댄스동아리가 그동안 갈고닦은 댄스를 선보이며 총회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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