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농구부 할 생각 없나?”
“자네 농구부 할 생각 없나?”
  • 유우석 해밀초교장
  • 승인 2022.07.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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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석교장의 해밀초 이야기] 에너지 넘치는 해밀초 학생의 스포츠사랑
학생자율동아리 농구팀 구성 아빠팀과 경기, 2022학교별 리그에 준우승
유우석 교장
유우석 교장

농구부 얘깁니다. 농구부 얘기를 하기 전에 학교 상황에 대한 말씀을 드리는 편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꼭 일 년 전입니다. 코로나19의 상황에 대한 경험이 쌓였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을 무렵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이 아닌 쉬는시간과 점심시간, 저녁 시간에 스포츠활동이 조금씩 시작되었고, 가장 먼저 불이 붙은 종목은 시작되었던 것은 배드민턴과 배구였습니다.

배드민턴은 방과후활동으로 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었고, 배구는 모두 다 처음이었지만 그동안 눌려있던 에너지 덕분인지 종일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좀처럼 다루기 힘든 배구공을 조금씩 손발을 맞춰가기 시작했습니다. 집중하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놀라웠습니다.

여름 방학 때 강당을 개방하자 아이들은 아침 먹고 출근하여 점심을 거르고 배드민턴과 배구를 멈추지 않았고 한 친구는 등교하는 시간부터 배구공을 놓지 않기도 했습니다.

당시 2학기에 소규모였지만 그래도 스포츠클럽 대회가 열렸고, 우리 아이들은 그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특히 배드민턴과 배구는 당시 수준급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생 자율동아리 모집 포스터

다시 불붙은 아이들은 올해가 되자 학교에서 다시 팀을 조직하였습니다.

자율동아리 모집 공고를 하자 친구들을 수소문하여 팀을 구성하였고, 배구 종목 여학생부틑 6학년 부도 있고, 4학년부도 생겼습니다. 순식간에 선수층이 매우 두꺼운 학교가 되었습니다.

덩달아 시너지 효과를 내며 운동장에는 축구 하는 아이들과 플라잉디스크, 야구 하는 아이들로 붐볐습니다.

작년에는 운동장 잡초 제거를 위해 교직원이 함께 뽑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운동장에 풀이 자랄 여유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로 인해 처리해야 할 문제도 생겼습니다.

특히 강당 사용 시간 배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시간, 중간놀이, 점심시간, 방과후, 저녁시간으로 나눴고, 강당 사용이 필요한 동아리 주장들의 협의를 통해 요일 배정을 받았습니다. 부족하여 동장님의 도움을 얻어 이른 아침 시간 해밀복합커뮤니티센터 체육관을 이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스포츠클럽 대회 어디에서나 해밀초의 이름이 불렸습니다.

“혁신학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스포츠클럽 담당 장학사의 말입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 스포츠클럽이 더 활성화되었고 그 중심에는 혁신학교가 있었답니다.

“코로나19에서 조금 더 아이들에게 활동적인 것을 하려고 했고, 그 틈이 스포츠클럽이었고, 약간의 차이지만 스포츠클럽 대회를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요?”

“자네 농구부 할 생각 없나?”

작년 5학년 같은 반 친구 다섯 명이 농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스포츠클럽 총괄 선생님이 제안한 것입니다. 농구에 관심 있는 선생님에게 부탁하여 아이들에게 간간이 지도로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사람이 발굴되기 시작했습니다. 발굴되는 사람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직원도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시설주무관입니다.

항상 바지런한 움직임으로 이 넓은 학교 시설을 살피고 있어 대화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고, 특히 아이들과의 접점은 더 드물었습니다. 시설관리에 전문가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학생 시절부터 농구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선수로 코치로, 감독으로 활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클럽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다섯 명의 아이들에게 감독님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작년 스포츠클럽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초등학생 수준에서 괜찮다 싶은 실력이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막상 대회에 나가보니 상대편 선수는 6학년이었고, 1년 차이는 생각보다 큰 실력 차로 나타났습니다. 상대팀에 키가 큰 친구 한 명이 있으면 그 친구를 넘지 못했고, 덩치가 큰 친구가 있으면 또 그 친구를 넘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3전 전패.

경기장에 참여했던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격려를 했지만 마을을 달래기는 부족했습니다. 한편으로 실망감도 컸을 겁니다. 나중에 들었지만, 그날 감독님은 큰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내년에 보자.’

아빠에게 도전합니다
아빠에게 도전합니다

농구부 아이들은 다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감독님은 낮에는 학교 시설을 관리하고 저녁 시간에 짬을 내어 아이들과 농구 훈련을 했습니다. 감독님은 아이들에게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구해 안내하기도 하였습니다. 감독님이 농구를 처음 접할 때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었고, 그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랬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실력은 나날이 성장했습니다. 6학년이 되어 각기 다른 반이 되었지만 같은 반처럼 농구공으로 팀이 되었습니다. 특히 매너 있는 팀이었습니다. 으스대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1년 사이 부쩍 자라 작년과 전혀 다른 팀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실력이 장난 아니네요.”

저녁에 농구를 좋아하는 해밀초 아빠들과 시합을 했습니다. 물론 아빠들과의 시합에는 체격과 실력에 조금 밀렸지만 기죽지 않았습니다. 훈련한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22년 스포츠 클럽 대회가 열렸습니다.

작년에 비해 많은 팀이 참여하였습니다. 조별 예선을 하고, 1,2위 팀이 4강 리그전으로 운영했습니다.

예선 전, 아이들도 긴장했고, 감독님도 조금 긴장했습니다. 열심히 훈련했지만 상대팀도 그럴 할 것이고, 서로의 실력을 모릅니다. 저 역시 긴장했고, 아이들에게 실망감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되었습니다. 

긴장한 첫 경기는 작은 점수 차로 이기고 예선 리그는 큰 점수차로 이겼습니다. 2주 후에 있을 결선 리그가 열리는데 대한 기대감도 높았습니다.
“OO초도 예선에서 다 큰 점수차로 이겼어요.”
“우리 학교랑 OO초가 결선에서 붙을 것 같아요.”
감독님은 결선 리그 작전을 짜고 있었습니다. 상대팀의 주요 득점 경로를 막는 특별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아빠와 농구대회
아빠와 농구대회

뜻밖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상대팀 주요 득점 경로를 차단할 선수가 코로나19에 걸린 것입니다.

큰 증상은 아니지만, 시합 날 참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시 비상이 걸렸습니다. 다시 맞춤식 훈련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결선 리그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체격이 좋아요?”
첫 번째 붙은 팀이었습니다. 그 팀은 주축이 5학년이었습니다. 작년에 우리 학교가 들었던 말이었습니다.
“5학년이 주축이에요? 내년에는 우승 후보네요.”
첫 번째 게임을 이기도 두 번째 시합에서 우승 후보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상대팀은 학교에서 경계했던 에이스 선수가 있었으나 다른 주전 멤버도 아주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2점 차 패배. 세 번째 시합을 이기고 결과는 준우승!

“너희들은 해밀초에서 정말 멋진 이야기를 써낸 거야.”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격려했습니다.

작년에 전패에서 일어선 것처럼 한 게임 진 것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두고두고 초등학교 스포츠클럽에 농구 대회 이야기를 할 것이며, 시설 주무관 감독님에 대한 얘기도 할 것입니다.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농구대회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농구대회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아이들에게 농구로 인해 선생님이 생겼고, 감독님은 농구로 인해 제자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예선 리그 끝나고, 결선 리그 생각 때문에 잠을 못 잤어요.”

모든 경기가 끝나고 감독님이 남긴 말입니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을 준비해요.”

내년을 위한 선수 준비를 하고 벌써 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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