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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이야기(5)<이전 이야기의 속편>
icon 이창덕
icon 2013-11-09 16:36:07  |  icon 조회: 1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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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방적인 내 말을 듣고만 있더니 “업무 처리상 미숙, 실수가 있었다는 걸 인정해요. 5천만 원 가까운 원금이 다 없어진다니 얼마나 화가 나겠어요.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요. 나 같으면 더 화를 낼 텐데요. 그렇지만 제가 독단적으로 어떻게 하다가는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모르니 법을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하니까 소송을 거세요. 그러면 원금의 50에서 70%를 환급하라는 판결이 날 테니까요.”라고 말했다. “내가 패소한다면 환급이 없겠지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변호사 선임 문제와 어느 지역에서 소송을 내야 하는지 물어보았더니 선택권은 나에게 있다고 했다. 이미 법 시효는 지났는데 그는 나를 우롱하고 있었다. 내가 납입증명서의 소멸형이란 말뜻을 몰랐다는 것에 대해서 그는 “그걸 알았다면 유리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보험용어 사전에도 없는 이 소멸형이란 뜻을 내가 정확히 알았더라면 그때 해약하여 손해를 줄일 수 있었겠지만,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을 확인해볼 시간이 없어서 속았다는 것을 철저히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고 다른 가입자들은 소멸형의 의미를 알아서 나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나는 항의를 더 했겠지만, 그가 순순히 인정한다기에 ‘직원의 과실은 책임진다.’라는 약관조항에 의해서 도덕적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며 교육부에서 어떤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거기에 갔던 사실을 교육부에 전화했더니, 그 담당자는 책임질 일이 없다는 것을 나에게 확인시켰다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내가 녹음기를 가져가지 않았던 것이 잘못이었지만 나는 문서로 이 사기 수법을 입증할 수 있었다. 그 담당자가 나에게 말했던 ‘미숙’이라는 것은 나를 더 철저히 속이지 못 했음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나에게 보낸 약관 복사본에도 ‘유의사항’이라는 항목이 있으니까 별지의 내용을 거기에 삽입해 놓고 약관을 가입 당시에 보냈었다고 생떼를 쓴다면 나는 약관을 안 받았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 없으니까 그만큼 불리했을 것이다. 그런데 증서와 약관에 있어야 할 핵심 내용을 별지로 통보할 필요가 무엇인가?
나는 생명을 걸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교육부에 전화했더니 교육부에서는 내 말을 그대로 그들에게 전하고 대비하고 있으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나중에 전해주었다. 그것은 ‘유의사항’이라는 것처럼 증빙서류를 조작해 놓으라는 것이었을 테니 과거에 내가 많이 처리해보았던 허위 공문이 연상되었다. 결국, 교육부는 교원복지의 감독이 아니고 한통속인 셈이었다. 도둑이 경찰의 비호를 받는 꼴이었다.
시효가 지나면 법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집단행동은 할 수 있다는데 피해자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고 시간을 내기도 어려워서 사기 당했다는 것을 밝히지 못하고 넘겼을 것이니까 교사들은 사기꾼 표적의 1호라는 말이 실감 났다.
교사비리라는 것도 있어서 장본인들은 교사들이 항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부정하게 취득한 금품은 도둑질해도 비밀이 유지된다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었다.

(다음에 계속)
2013-11-09 16: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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