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도둑 이야기(3)<이전 이야기의 속편>
icon 이창덕
icon 2013-11-07 09:26:40  |  icon 조회: 11641
첨부파일 : -
만기가 되어서 받아본 안내문은 약 올리는 문구들이었다.
‘항상 아껴주시고 믿음과 성원을 보내주신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종합복지급여(소멸형) 가입 기간이 지나…… 대체상품으로 교육가족 종신공제…… 판매하고 있으니 정성껏 상담…… 제도 개선과 서비스 확충에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
가입 당시에 나는 소멸형이란 보험 용어의 뜻을 몰랐지만, 증서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면 그들에게 물어서 확인했을 것이다. 6년 후에도 내가 몰랐던 것은 외환 위기가 나의 판단에 작용했던 것이다. 남을 속이는 기술을 배우러 대학에 간다는 야유는 법을 잘 아는 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편법에 능통해서 생겼다는 말이 연상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1981년에 그들 홍보요원을 대면했던 것이 이 사기에 걸려드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학자급여’라는 보험은 연말에 납입증명서 발급이 없었기 때문에 이 보험도 그런 줄 알았으니 학자급여는 이 사기보험의 사전포석이었던 셈이다.
나는 신청서 기재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어서 그들에게 요청하여 복사본을 받아 보았다. 당시에는 ‘저축성’은 없었다지만 신청서에 그 항목을 만들어서 가입 표시가 안 되게 했다. 그렇게 법적 증거를 만들어 놓고 증서에는 가입자가 착각하도록 저축성의 내용을 등재한 것이다.
변호사와 상담을 했더니 약관을 가져오라고 했다. 나는 ‘학자급여’처럼 이 보험도 증서가 약관과 같은 것인 줄로 알았는데 그들에게 문의했더니 약관이 있다고 하여 그것을 요청해서 복사본을 받았다. 약관 표지에 부부와 아이 둘이 웃으며 의자에 앉아 있는 사진이 가입자를 조롱하는 듯했다. 용어 해설 란에는 가입자가 모를 리 없는 가입기간, 부담금 등은 있고 소멸형이란 용어는 없었다. 환급금의 뜻은 ‘계약의 소멸 또는 해지 시 미경과 부담금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금액’이라고 했다. ‘미경과 부담금’이라는 것은 보험금을 일시에 불입하는 경우에 해당될 것이고, 보험료를 매월 불입하는 보험은 중도에 해약하는 것보다 만기까지 가는 것이 불리한 경우가 없을 텐데 약관에는 만기 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니 가입 당시에 약관을 받았다 해도 그들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입장에서는 이 보험의 함정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가입자가 속은 것을 중도에 알게 되면 환급금 몇 푼으로 정리하려고 해약하면 환급금이 있게 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전화하니 저축성은 그 당시에 있지도 않았는데 왜 똑바로 알지도 못하고 가입했느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가입 후에는 알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더니 대답이 없었다. 그들의 지부에 가서 사무장이라는 사람에게 “당신네가 내 편을 들어줄 리는 없고(나의 가입 당시에는 그 지부가 없었으므로)…….”라고 말했더니 “내가 사무장이라는 직함을 말했는데 ‘당신’이라니…….”라며 훈계를 했다.
( 다음에 계속)
2013-11-07 09:26:4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