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없으니까 없다고 말하겠지.’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려는 국민이 있을 것은 뻔한 것이고,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있었다고 말한다면 그 정직성에 박수를 보내기보다는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유리할 텐데 솔직히 말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생각할 국민도 있을 것이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는 것은 아예 의심 받을 염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으니, 비행(非行)을 금지하는 것보다도 한 차원 더 높은 도덕적 경지의 교훈이었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지만 ‘정직은 기적’이어서 무차별 의심이 필요한 사회상의 단면을 표현한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정원이 한 국회의원과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는 것에 대해서 당사자들은 모략이니 날조니 하고 있으니, 그 반발이 정당한 것이라면 4.19 혁명 같은 것이 마땅히 일어나야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과거의 군사정권을 합리화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