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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사회의 불신 풍조
icon 이창덕
icon 2013-08-13 19:53:49  |  icon 조회: 1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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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동력이 태엽이던 시절에 손목시계 톱니바퀴의 축이 닿는 부분에 마모를 방지하기 위하여 보석이 끼워져 있었는데 고장 난 시계를 시계 수리점에 맡기면 업자가 그 보석과 부속품을 빼먹거나 값싼 것으로 교체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잡지의 독자란에도 그렇게 의심하는 질문이 있었고 그에 대한 응답은 ‘업자가 신용을 지켜야 하니까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시계의 보석이라는 것은 시계에서 분리되면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었고 부속품을 하나라도 빼면 시계 작동이 안 되며, 다양한 시계들은 부속품의 규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값비싼 것을 값싼 것으로 대체할 수도 없었고, 할 수 있다 해도 고급 시계 부속 몇 개를 값 싼 시계에 끼워 넣는다 해서 가치를 높일 수 없었고 하루에 한 시간 이상씩 틀리는 시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신용이 없는 업자라도 그런 장난을 칠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다.
시계의 부속이 파손되면 만들어 끼워 넣을 수 있는 것도 있기는 했지만 같은 회사, 같은 모델의 제품(고장이 났는데 수리하기를 포기한 것)에 있던 부속품으로 교체해야 되었다. 그래서 고장 난 시계 수집상이 있었고 서울과 지방을 연결해주는 시계부속상도 필요했지만 매우 희귀한 모델의 시계가, 어렵게 고장이 나면 부속품을 구할 수 없어서 수리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계 고장은 먼지가 끼거나 기름이 마르는 것이어서 분해소제가 수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부속품을 갈지도 않았는데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는 고객에게 업자는 부속품을 갈아야 된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소위 바가지를 썼다는 고객도 있었겠지만 요금을 무조건 깎으려는 고객도 있었으니 방어적인 거짓말도 하나의 상술이었다.
어느 잡지의 생활 상식 기사에서 ‘손목시계는 1년에 한 번씩 분해 소제를 해 두는 것이 수명 유지를 위해서 좋다’고 했는데 제대로 작동하는 시계를 분해할 필요는 없었다. 정밀한 부속품에 ‘긁어 부스럼 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이론과 실제는 어긋날 수도 있어서 본의 아닌 거짓말도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특허를 취득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성공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한다. 그런데 성공 가능성이 있는 특허를 신청하면 그 아이디어가 교묘하게 도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국자를 믿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시계 부속품의 경우처럼 막연한 불신 혹은 필요한 속임수라 해도 당국에서는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어떤 제도적 장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2013-08-13 19: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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