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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욕이 강하다.’라는 말을...
icon 이창덕
icon 2016-10-18 15:12:26  |  icon 조회: 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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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경기 중계방송에서 흔히 듣게 되는데 방송의 ‘바른 말...’프로에서 그 말은 ‘승리욕...’이라고 해야 된다고 해설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랬어야 되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논리를 따지기 전에 논리에 어긋나게 만들어진 말이 많아서 관용어라고 예외를 인정하는 말도 있게 되었다. 그런데 승부욕의 의미를 확장한다면 ‘비기는 경기는 관객이 재미없다 할 테니 선수는 관객을 가급적 많이 확보하는데 공헌하기 위해서 자신이 패하더라도 결판을 내는 경기를 해야 된다.’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에 전철역 안내방송에 있었던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시오.’라는 어구(語句)에 대해서 ‘...그러면 위험구역으로 나가란 말이냐...’라는 항변이 있은 후에 그 안내 방송은 ‘안전선 안으로...’라고 수정되었다. 이전의 어구에서 안전선은 한 구역을 2개로 분할하여 안전 구역과 위험구역으로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전철 선로에 사람이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는 경계선이었다. 그러니까 안내방송을 전철 안에서 기관사가 하는 경우라면 말하는 사람이 있는 쪽이 안전선 안쪽이 될 수도 있으며 안쪽이어서 안전하다는 의미까지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더 이상’도 바른 말이 못 되는 것은 뜻이 중복되기 때문이라고 그 프로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이미 보편화되었고 의미중복은 강조의 뜻도 있으니까 무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자어에서 의미의 중복을 한사코 피해야 된다면 직업(職業)의 경우 ‘직’과 ‘업’ 중에서 하나만을 ‘일’의 의미로 써야 될 것이고 ‘전기 누전’은 ‘전기 누’와 같이 써야 될 것이다.
‘...에 출몰한 멧돼지를 사살...’이라는 뉴스에 대해서 ‘출몰’은 ‘나타났다가 사라짐’이라는 뜻인데 사라진 것을 어떻게 사살할 수 있느냐고 따지고 싶어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목격했던 사람들의 시야에서는 사라졌지만 그것을 사살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은 대원들은 여러 곳을 수색하다가 드디어 그것의 출(出)을 발견하고 몰(沒)하기 전에 사살한 것이다.
‘주택매매’는 집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는 의미가 되지만 일방적으로 ‘집을 팔겠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전세’는 일정 금액을 남에게 맡긴 대가로 주로 부동산을 빌리는 것인데 이 말이 ‘보증금’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외국관광객을 잡는다.’에서 ‘잡는다.’라는 말은 바른 말이지만 어감이 별로 안 좋으니 “맞이한다.‘로 대체하면 어떨까? ’...모신다.‘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경우의 존댓말은 남발이 아닐 것이다.
2016-10-18 1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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