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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전으로 불이 났다...’라는 말을...
icon 이창덕
icon 2016-10-07 16:46:27  |  icon 조회: 3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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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방송에서 흔히 듣게 되어서 나는 ‘누전보다는 합선’일 것이라는 견해를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화재의 원인이 대부분 ‘전기적 요인’이라고 방송된다. 최근의 어떤 화재사건에서 발화 지점의 전선이 끊어져 있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애매모호한 ‘전기적 요인’이 아니고 합선이라고 단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번갯불의 온도를 직접 측정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계산에 의해서 섭씨 2만도에 이른다고도 하는데 합선 순간의 전기불꽃 온도도 그 정도일 것이라니 용광로 온도의 몇 배가 되는 것이어서 그 불꽃이 닿은 부분의 금속을 0.1초 이내에도 녹일 수 있을 테니까 합선 부분의 전선이 녹아서 끊어지게 될 것이다. 합선이 아닌 전기적 요인의 가능성은 ‘과열’일 텐데 이 경우라면 전선의 한 부분이 끊어질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화재 현장 불길의 온도가 전선을 손상시킬 정도가 된다면 불길에 휩싸인 전선 전부가 녹아버리지, 한 부분만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단독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화재의 원인은 그 집의 전기설비에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비가 좀 많이 오면 그 집에는 단전이 될 때가 많았다는 것이 그 근거라고 했다. 누전 차단기가 작동하여 단전이 된 것일 테니까 ‘누전으로 불이 났다’는 말대로 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집의 전선은 1층과 2층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단전은 1층에만 있었고 화재는 2층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그런 판단과 어긋나는 점이었다. 그래도 그는 1층과 2층에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선이 전부 벽 속에 있는데 전선에 문제가 있었다 해도 그 불이 어떻게 벽 밖으로 번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선의 한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다른 부분에서 불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전기공학 전공자(대졸자는 아닐 것으로 추정)라는 점을 강조했다. 화재의 원인은 전자 모기향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 한다는 것이 경찰의 공식 발표였는데 합선인지 누전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언젠가 영국에서 홍수 피해를 당한 이재민이 “전기합선이 두려워서, 침수되었던 집에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는 뉴스 방송이 있었다. 이 경우에는 ‘합선’보다는 ‘누전’에 의한 감전이 두려운 것인데 영어로는 누전과 합선을 구별하지 않고 둘 다 short circuit이라고 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미국인에게 물어보았더니, 그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합선은 과다 전류에 의한 것이고, 누전(current leakage)은 전선이 땅에 접속되거나 전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전을 영어로 fault current(잘못된 전류)라고도 한다는데 합선이 누전 현상에 포함될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합선은 즉시 화염을 일으켜도 누전은 그렇지 않으니까 ‘합선은 누전이다’라고 할 수는 있어도 ‘누전은 합선이다.’라고 하기는 어색한 것이다.
합선은 전류가 흐르는 전선의 2가닥이 피복이 벗겨진 채로 맞닿아서 +전기와 -전기가 접촉되는 현상인데, 과전류에 의한 합선이라면 과전류가 고열을 발생시켜서 피복을 녹여 없애고 2가닥의 전선이 맞닿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합선이 먼저이고 그 결과 과전류에 의한 고열을 발생시키는 것이 훨씬 더 흔할 테니까 그의 설명은 합선의 일부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이고 누전에 대한 것 역시 그런 것이었다.
미국 이외의 영어권 나라에서는 누전(current leakage, electric leakage)이 short circuit과 동의어가 될 수도 있는지 확인해 볼 기회가 있게 되기를 바란다.
2016-10-07 16: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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