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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어느 교사의 글에서...
icon 이창덕
icon 2016-09-26 10:12:56  |  icon 조회: 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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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다운 연구를 본 적이 없다.’라는 문구는 교사들의 대체적인 활동을 언급한 것이었는데 현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시절에 있었던 일로서 실질보다는 격식을 중시하는 것이 더 유리했던 현실과 아마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개수업이라는 것이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는 비판이 방송에서도 나왔는데 교사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야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사례도 교육적인 의미가 있을까?

언젠가 한 소도시에서 교육청 주관의 일제고사가 있었는데 초등4학년 과학시험에 ‘태양의 복사열과 관계되는 것은 어느 것인가?’ 라는 사지선다형 문제가 있었다. 선택하라고 제시된 4개의 답 중에서 ‘양산’이 정답일 텐데 모범 답안은 ‘색안경’이었고 그렇게 채점되었다. 이의가 제기되었지만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는 주장이 더 우세했다. 다른 학교에서도 그렇게 처리되었다고 했다. 겨울에 눈이 내렸을 때 색안경이 필요한 것은 빛과 관계가 있는 것이고, 양산은 태양열이 강한 여름에만 필요한 것이어서 태양열과 관계가 깊은 것이며, 태양열은 우주 공간에는 열을 전하지 않고 태양에서 건너뛰듯이 지구에 도달하니까 태양열 자체가 복사열이다. 그런데 지표면이 태양열을 받아서 뜨거워지는 것은 복사열이지만 사람이 직접 받는 태양열은 복사열이 아니라는 주장은 ‘복사(輻射)’와 ‘반사(反射)’를 혼동한 탓인 듯했다.

과학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시행된 교사연수의 강의 내용 중에는, 연탄가스가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방바닥보다는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도 있었다. 이의가 제기되니까 강사는 새 학설을 내놓느냐? 어디서 그렇게 배웠느냐고 물었다. 과학사전에도 있고 신문에서도 여러 번 보았다는 답변에 그는 “신문 기자들이 무식해서…….”라고 말했다. 수강생들도 강사의 말이 옳다고 했다.

연탄이 일반 가정용 연료이던 시절에 신문에는 연탄가스에 관한 생활 상식 기사가 실릴 때가 있었다. ‘연탄가스 중에서 사람에게 중독 사고를 일으키는 일산화탄소가 90%를 넘는데(그래서 연탄가스는 곧 일산화탄소) 이것은 냄새도 색깔도 없고, 그 나머지 10% 미만에는 이산화탄소와, 냄새를 내는 아황산가스도 있다. 연탄가스는 공기보다 약간 가볍기(과학사전에서는 일산화탄소의 비중이 0.96 라고 표현) 때문에 잠잘 때 창문을 조금 열어 두면 어느 정도는 안전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런데 연탄가스 중에는 공기보다 무거운 이산화탄소가 조금이라도 있어서인지, 연탄가스가 공기보다 가벼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연탄가스 중독 사고를 당한 교사들은 사소한 차이지만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2016-09-26 10: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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