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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 없단 말도 못 해”라는 말의 의미는...
icon 이창덕
icon 2016-09-15 13:39:26  |  icon 조회: 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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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을 믿을 가치가 분명히 있다.”일 것이다. ‘미신’이라는 용어는 서양 문화가 들어오면서 생긴 말이고 그 이전에는 그 대신 민간(혹은 민속)신앙이 있었다고 한다. 꿈에 대한 이야기도 그 중의 한 부류여서 방송 프로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꿈에 얽힌 이야기들 중에는 언젠가 이런 것들도 있었다.
어느 문중의 400여 년 전 조상의 미라는 손톱과 눈동자, 그리고 피부에 탄력도 있는 희귀한 것이어서 연구용으로 보관하게 해 달라는 병원 측의 요청을 종친회가 들어주었다가 번복하고 매장하기로 결정한 사연은 문중의 누군가가 암소를 보는 꿈을 자주 꾸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꿈속의 소는 조상이라는 믿음 때문에 조상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 꿈을 꾸던 시기가 구제역 파동으로 소들을 매몰 처분한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던 때였던 것과 관계가 있을 듯하다. 꿈에 소, 즉 조상을 자주 뵙고 싶은 사람들은 소와 관련된 체험을 자주 하면 될 것이다.
어떤 선거에서는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의 순번이 제비뽑기로 결정되는 것이었고 그것이 당락에 영향을 줄 수도 있었는데, 유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행운의 순번을 뽑은 후보자들은 꿈에 대해서 한마디씩 했다고 한다.
“간밤에 알래스카에 여행 갔다가 북극곰 10마리에 쫓기는 꿈을 꿨는데 길몽이었나 봐.”
“시커먼 구름이 집으로 들어오더니 용으로 변해 가슴에 안기는 꿈을 꿨어.”
역사 기록에는 해몽에 따라 왕이 되기를 결심하여 성공한 사례가 있었으니 꿈속에서 두건을 벗은 것은 자신보다 신분이 더 높은 사람이 없다는 의미였고 꿈속의 갓은 왕관, 가야금의 12 줄은 ‘12대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어떤 가문의 12대손이 왕이 될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꿈을 믿고 왕이 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한 인물도 있었겠지만 그런 것들은 기록해둘 가치가 없어서 성공한 이야기만 남게 되었을 것이다. 꿈의 의미는 현실과 반대여서 꿈에 시체를 보는 것이 길몽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시체를 다루는 직업의 종사자들은 시체가 살아난다든가, 시체 중에 낯익은 얼굴이 있다든가 하는 꿈도 꾸게 될 것인데 행운의 예고를 자주 받는 셈이 될 것이다.
돼지를 기르거나 돼지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아마도 돼지꿈을 자주 꿀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돼지가 불길한 동물로 지정된 이유는 돼지고기에 기름이 많아서 건조가 안 되고 쉽게 부패하여 식중독을 일으키고, 잡식동물인 돼지의 배설물은 초식동물의 것과는 달라서 연료로 사용할 수 없고, 돼지는 제멋대로 돌아다녀서 이끌고 다니기도 어려우니까 유목생활에 적합한 가축이 아니며 초식동물, 특히 양은 도살당할 때 비명도 없이 죽는데 돼지는 소리 지르며 저항한다는 것 등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돼지가 행운의 동물이어서 어느 복권 판매소에 멧돼지가 나타났다고 하니 복권이 매진된 사례도 있었던 것은 한자 ‘豚(돼지 돈)’ 자가 ‘돈(錢)’을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해몽에는 다음과 같은 2가지 주장도 있다고 한다.
1. 꿈은 전생의 자기 모습을 보는 것이다.
주로 전생에 수행자였던 사람이 꾸는 꿈이라고 한다. 불교의 윤회사상으로는 억울하게 남에게 돈을 떼이는 경우를 전생에서 빚졌던 것을 갚은 것이라고 해석한다는데 전생이 분명히 있었지만, 기억에 남지 않은 것은 나이가 한두 살이었던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와 같다고 한다. 사람의 전생은 바로 부모인데 그게 아니라면 혈통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다’라는 말은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 강요에 저항하던 명분이었다고 한다. 사람마다 부모는 2분이고 조부모는 4분, 증조부모는 8분... 이렇게 한 세대씩 거슬러 올라갈 때마다 전대의 조상 수는 후대 조상 수의 2배씩 늘어나서 단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 시대에 살던 조상의 수는 거의 무한대로 많아진다. 그 당시 인구가 그렇게 많았을 리는 없고, 하나의 조상이 현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상으로 중복되기 때문에 그렇게 계산된다. 이씨 성을 가진 조상에게 최씨, 박씨, 장씨 등 수많은 성씨의 자손이 있는 것은 후대의 손녀들이 다른 성씨의 남자와 결혼해서 그 성씨의 자녀를 두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씨를 가지고 혈통을 따지려면 조상 할머니들의 성씨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단군 시대에 살던 사람들의 자손인 것은 분명하니까 단군 왕조 가문의 인척의 자손일 가능성은 있다.
2. 앞으로 일어날 일이 미리 상징으로 나타난다.
일반인들이 대개 꿈이 그럴 것으로 알고 신비하게 생각한다. 전날에 보고 들은 것이나 과거의 그런 경험이 상기될 만한 계기가 전날에 있어서 그런 꿈을 꾸었는데 우연하게 다음날 그것과 관련된 일이 생기면 그것이 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수주대토(守株待兎)’의 의미에 ‘어리석음’이 포함된 것과 같을 것이다. 돈을 많이 가져보는 꿈을 꾼 다음 날 돈이 많이 들어왔다고 해서 꿈이 실현된 것이 아니고 전날 돈과 관련된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계기가 있어서 그런 꿈을 꾸었고 다음 날 돈은 꿈과는 무관하게 사무적인 절차에 의하여 들어온 것이다. 평소에 생각했던 말을 꿈속에서 하거나 보고 싶었던 것을 보게 되는 꿈을 꿀 수는 있지만 잠들기 전에 ‘꿈에 보고 싶다.’거나 ‘꿈에 볼까 봐 겁난다.’라고 생각하면 그런 꿈을 꾸게 되지 않는다.
꿈에 생선을 보면 비가 온다는 해몽도 있는데 생선 꿈을 꾸었는데도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있기도 하고, 그런 꿈을 꾸지 않아도 비 오는 날이 있으니까 꿈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해몽에 의하면 호박은 재물, 작품, 일거리, 사업, 자식 등과 관계가 있어서 호박이 열려 있는 꿈을 꾸면 작품이나 일의 결과가 좋으며 재물이 생기기도 한다지만 호박을 심어 가꾸기를 즐기는 사람이 남의 집에서 호박을 보고 호박에 대한 경험을 생각한다면 그날 밤에 호박 꿈을 꿀 가능성이 있지만 ‘호박을 보았으니 호박 꿈을 꾸게 되겠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꿈은 없을 것이다.
꿈을 꾸어도 긴 시간이 지난 뒤에 잠에서 깨면 꿈이 기억에 남지 않고 꿈을 꾸던 도중에 잠이 깨야 기억에 남기 때문에 악몽은 쉽게 기억된다고 한다. 우리는 잠잘 때마다 돼지꿈과 호박 꿈을 꾸고 잊어버리는지도 모른다. 어떤 꿈을 꾸게 된 이유, 즉 꿈속의 행동이 연상될 수 있는 어제의 경험이 쉽게 기억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은 여러 가지 경험이 복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목제가구는 단순한 방법으로 만든 것이어서 그 재료가 나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어도 가구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종이는 그 원료가 나무라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경우와 유사할 것이다. 꿈에 대한 미신은 그렇고 그런 것....
2016-09-15 13: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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