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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에피소드(일화)’라는 어구(語句)는...
icon 이창덕
icon 2016-01-18 09:12:09  |  icon 조회: 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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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표현이라고 방송프로에서 해설했다. 일화(逸話)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니까 ‘유명한’이라는 수식어는 모순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말에는 관용어라는 것도 있듯이 논리에 어긋나는 표현도 많으니까 이런 말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여지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사실이 즉시 유명해질 가치가 있는 것이었지만 주변 상황에 의하여 나중에야 유명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여기서 ‘유명한’은 ‘묻혀 있다가 나중에 유명해진’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실화라는 것도 그것을 전해들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소설이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1950년대 중반에 있었다는 실화 하나.
한 고위층 인사가 당시에 성행했던 손목시계 밀수 사건에 연관된 증거가 검찰에 포착되고 그것의 수사가 착수되었는데 담당 검사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서는 “...옷 벗고 싶지 않으면 수사를 당장 끝내!...너, 미쳤어? 그만 살고 싶어서 그래? 너만 똑똑하고 정의가 있는 줄 알아?”라는 말이 들리기에 “누구십니까?”라고 물었더니 “뭐, 어째? 이거 아주 간땡이가 부은 놈이로구먼...”라고 대꾸하더라는 것이었다.
사회가 온통 썩어서 이런 것은 흔해빠진 이야기에 불과하여 유명한 일화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서 강산이 크게 바뀌는 동안에 이 나라의 정치에도 발전이 좀 있게 되어 민주화에 성공했다고도 하지만 특권층의 부정부패 같은 것은 여전히 흔해서 유명한 일화가 되기는 어려운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 유명한 일화가 된다면 이 나라에 정의니 도덕이니 하는 것이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문민정부가 군사정권에 비해서 큰소리칠 게 하나도 없다. 군사정권하에서는 특권층 인사가 부유층을 등친 사례는 있지만 서민을 등쳐먹진 않았다.”라는 말이 방송에 있었다는 사실이 유명한 일화 이상의 ‘유명한 일화’가 되기를 비란다. 부정부패에 물든 자들이 그런 이유로 유명해지는 것은 싫어할 테니까 싫은 것은 피하려고 한다면 ‘...척결’이라는 말이 실현될 수도 있어서 ‘법과 원칙에 의하여...지위고하를 막론하고...’와 같은 군더더기 말은 필요 없게 되지 않을까?
2016-01-18 0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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