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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절반 이상의 우리말 수준이 기초 이하...’
icon 이창덕
icon 2015-08-22 08:53:40  |  icon 조회: 8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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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나왔던 이 말이 아마도 현실일 것이다. 한 방송프로의 목적은 대상자에게 우리말의 ‘달인’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수여하기 위한 것인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출연하는 달인 후보자들이 한글의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정확하게 못 할 때가 흔히 있는 것은 우리말이 그만큼 어렵다는 증거일 것이다. 국어학자들이 그 프로에 출연한다면 모두 달인이 될 수 있을까? 시험에서는 아는 문제도 틀리는 경우가 있으니까 시험이 능력 측정의 절대적인 수단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논리에 어긋나지만 그렇게 쓰는 것이 습관적으로 굳어버린 말은 관용어 혹은 숙어라고 하며 표준말로 인정을 받았는데 ‘문 닫고 들어와라.’라는 말도 논리적으로는 틀린다고 한다. 문을 닫으면 어떻게 들어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때의 문은 이미 통과한 문을 가리키는 것이며 문을 통과했어도 들어오는 동작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니까 ‘들어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의 반대쪽’이라는 표현도 틀린 말이라고 지적된 바 있다. 위치의 개념에서 반대쪽을 말하려면 기준점이 있어야 되니까 ‘태양계에 속한 목성이나 화성 등의 별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의 반대쪽에 위치할 때도 있다.’처럼 쓸 수 있는 것이지, 지구상에는 지구의 반대쪽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밤과 낮이나 계절이 한국의 경우와 반대인 지점’을 지구의 반대쪽이라고 융통성 있게 말하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산 너머에 마을이 있다.’에서 ‘너머’를 ‘넘어’라고 쓰면 틀린 말이 되지만 이때의 ‘넘어’는 ‘넘어가면’의 축약이라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원이 한자인 용어의 발음도 복잡한 경우가 있다. 확률(確率)과 비율(比率)처럼 率의 발음을 굳이 ‘율’과 ‘률’ 두 가지가 되게 한 것은 ‘확률(確率)’을 ‘황뉼’로 발음하자는 것인데 ‘확율’이라고 연음이 되지 않게 발음하면 안 될까? 모든 언어가 다 그렇겠지만 우리말에는 어법이나 문법에 미주알고주알 따지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실용적이 아니라면 ‘원칙을 위한 원칙’도 군더더기일 것이다. 의미에 혼동이 없는 범위에서 우리말의 어법과 한글의 맞춤법을 좀 단순화하여, ‘헷갈리다’와 ‘헛갈리다’가 둘 다 표준어로 인정되는 것처럼 두 가지 이상의 원칙을 허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너무 따지지 않는다면 국민 절반 이상의 우리말 수준이 기초 이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2015-08-22 08: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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