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을 보내드립니다"
"이제 당신을 보내드립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3.08.31 15:4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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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이모저모]눈물 속에 떠나보낸 고 신정균 교육감

   고 신정균 세종시교육감 영결식이 31일 오전 11시 은하수 장례식장에서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께 드립니다.(울음) 아버지가 가시니까 이제 철이 드네요. 아버지가 없으니까 얼마나 존경을 받았는지, 얼마나 우리를 사랑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잠시동안 침묵) 아버지의 울타리를 알지 못한 저희들이 부끄럽고 후회스럽습니다. 임종 직전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저희 3남매에게 한평생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울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했고 한 번도 너희들을 사랑하지 않는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엄마를 슬프거나 외롭지 않게 하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말씀대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신지현, 신민아, 신기록 3남매 올림)

눈물 바다였다.
안타까움과 애석함, 아쉬움과 절절한 교육 사랑이 만들어 낸 영결식장은 모두를 울렸다. 교육부 차관도 울었고 세종시장도 울먹였고 아이들도, 어른들도 그랬다. 눈물은 전염성이 있다했던가. 그 울음을 참으려고 하는 모습이 더 울컥하게 만들었다.  고 신정균 세종시 교육감은 8월 마지막 날, 평소 사랑했던 3남매와 이별을 정말로 아쉬워하는 많은 분들의 애끓는 조사(弔辭)속에 떠났다.

세종시 연기면 산울리 은하수 장례식장 마당 영결식장에는 오전 10시30분부터 조문객들이 몰려들었다. 오전 10시 교육감의 운구차는 이곳을 떠나 고인이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세종시 교육청으로 향했다. 정든 직원들과의 고별인사를 나누기 위해서 였다. 불과 한 달 전 부드러운 미소로 맞아주던 교육감을 이제 주검으로 맞게 됐다. 짧은 묵념으로 명복을 빌었다. 운구차는 생가 터였던 국립 세종도서관을 돌아서 오전 11시 영결식장으로 들어왔다.

이길주 장학관의 사회로 신정균 교육감을 보내는 의식은 시작되었다. 영결식이 시작되자마자 이곳 저곳에서 훌쩍거림이 들렸다. 전우홍 세종시 부교육감은 영결사에서 “제가 모시는 일여년 동안 한 번도 화를 내시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직원들 실수에도 오히려 격래해주시는 진정한 섬김의 리더이셨다”고 회고하며 “이제 생전에 무거운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 고 애도했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올 초만 해도 교육부로 오셔서 세종교육을 걱정하시면서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며 말씀하시던 모습이 눈에 훤하다” 며 “세종교육에 대한 아쉬움도 이제 다 내려놓으시고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해 ‘4.11 선거’에서 세종시 초대 시장과 교육감에 당선돼 호흡을 맞춰왔던 유한식 세종시장은 조사 도중 몇 차례 울먹이며 울컥한 감정을 억눌렀다. 그는 “믿음직한 동반자”라는 표현으로 신 교육감을 평가하면서 세종 교육을 위해 헌신한 고인의 업적을 되새겼다. 스마트 교육과 효사랑, 나눔과 배려를 사회에 심어준 신 교육감의 숭고한 뜻은 세종시민과 후세들이 영원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난 후 이동하는 모습
하얀 국화꽃에 둘러싸여 웃고 있는 영정사진을 앞에 두고 진행된 영결식이 열리는 동안 격정을 이기지 못한 제자들과 교직원, 그리고 참석자들은 울음을 애써 참았다. 흐느끼는 속울음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 참음은 박은주 장학사의 ‘교육감께 드리는 글’에서 폭발했다.

‘...스무 두해 전 새내기 교사에게 당신은 가슴으로 학생들을 대하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저희들에게 당신은 영원한 선배이자 교직의 등대였습니다...상선약수, 상선약수, 당신이 생전에 그토록 좋아했던 말. 우리들도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살아가겠습니다...이제 당신을 보내드립니다. 안식이 있는 곳으로 보내드리는 저희들의 애뜻한 마음을 가득 담아 가세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기억하겠습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흐르는 물처럼...’ 물은 장애물은 만나면 돌아서 간다. 또, 반드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간다. 그러면서 작은 방울이 모여 결국은 깊은 강을 만들어 바다에 이른다. 지난 해 1월 12일 교육감 후보 인터뷰 당시 그는 ‘상선약수’를 맨 먼저 언급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최고의 선은 물 흐르는 것과 같다’는 뜻이죠. 여기에는 부쟁(不爭)과 겸손, 변화를 위한 노력 등이 들어있습니다. 말하자면 다투지 말고 남을 대할 때는 겸손하게 대하고 정체된 인물보다 변화를 하려는 사람이 되라는 말입니다.”

교육감에 당선된 후 그는 한번도 ‘상선약수’를 저버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 후 취임 1년을 맞아 다시 신교육감을 찾았을 때 그는 ‘모든 정책은 학생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과 같이 신 교육감의 변하지 않는 상선약수의 원칙은 ‘학생 우선’이었다.

   세종시 교육청 과장들이 운구하고 있다.
영결식은 계속 되었다. 가족 대표로 나온 장녀 신지현씨의 편지 낭독은 또 한번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소리내어 울던지 아니면 울음을 삼키든 하여튼 전부 울었다. 초상집에서 주민등록증 사진을 떼어서 가야하는 기자까지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으니 모두 울었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목사님의 종교의식에 이어 참석자들의 조문을 마지막으로 영결식을 끝이 났다. 그리고 이승의 마지막 흔적은 바로 옆 건물에서 한줌의 재로 변했다. 그 의식을 마치는데는 모두 1시간 30분 걸렸다. 그는 떠났지만 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결코 그를 보내지 않았다.

 
   마지막 이별식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시 교육청에 들러 직원들로 부터 인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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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 2013-09-02 14:15:32
배려와헌신으로세종교육을이끌으신교육감님.항시웃으시며맞아주셨던교육감님.불편한말씀을드려도.귀우려
경청하시고해결주셨는데.이제이승에서모든일내려놓으시고편히쉬옵소서..

스토리 2013-09-02 09:18:05
직원의 실수에도 격려해 주시는...
이 대목이 덕장임을 말해 주는 군요.

세종시무료급식소 밥드림 2013-08-31 18:39:31
존경했던 신정균교육감님
부디 하늘나라 그곳에선 행복하시고 영면하십시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세종시무료급식소 밥드림 및 봉사단체일동.

김현희 2013-08-31 16:48:00
눈물이 앞을가려 기사조차읽을수없을정도로 슬픔을 주체할수가 없슴니다
고통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