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책가방 메고 본회의장서 질문한 김효숙 세종시의원… ‘눈길’
학생 책가방 메고 본회의장서 질문한 김효숙 세종시의원… ‘눈길’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6.15 13: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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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대중교통에 장시간 등하교로 힘든 고교생들 대변한 퍼포먼스
답변석에 교대로 선 최교진 교육감-최민호 시장 곤혹스런 표정 역력
“이러니 학생들 전동킥보드 이용할 수밖에 없게 한 것은 어른들” 지적
15일 세종시의회 제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효숙 의원(사진 가운데 발언대에 선 여성)이 배낭형 책가방을 멘 후 답변석으로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을 부르고 있다. (사진=세종시의회 페이스북 중계 영상 갈무리) 

15일 열린 세종시의회 제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지방의회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5분 자유발언에 이어 긴급현안질문를 하기로 돼 있던 더불어민주당 김효숙 의원(나성동)이 발언대로 나오면서 고등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배낭형 책가방을 들고 나온 것.

‘통학격차가 곧 학습격차’라는 긴급현안질문 주제를 영상으로 띄운 김효숙 의원은 “매일 통학을 위해 1시간가량 무거운 가방을 메고 서 있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대신해, 저 역시 가방을 메고 질문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준비해 온 배낭형 책가방을 어깨에 멨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과 최민호 세종시장을 차례로 답변석에 불러 세운 김효숙 의원은 50분에 가까운 시간 내내 책가방을 멘 채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었다. 

김효숙 의원의 이같은 퍼포먼스 의도는, 빈약한 세종시 대중교통 시스템 때문에 장시간 등하교를 해야 하는 고교생들의 고달픈 현실에 대한 대안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것.

답변석 마이크 앞으로 나온 최교진 교육감은 어색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통학 복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질문을 하고 계시니까 존경스럽고 감사하면서도 굉장히 당황스럽다. 고맙다”고 말했다. 

김효숙 의원은 또 지역구인 나성동 나릿재마을에 사는 남자고교생과 반곡동에 있는 반곡고교까지 함께 걷고 BRT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오전 6시 44분 나릿재마을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두 사람이 BRT 도로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간 뒤 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9분.

김효숙 의원은 이어 최민호 세종시장을 답변석에 불러세운 뒤, 민주당 유인호 의원(보람동)과 동행한 장영실고등학교 학생들의 등굣길 영상도 보여줬다. 이어 그는 “학생들 등교 시간대에 학교 앞을 지나는 시내버스가 한 대도 없다”고 지적했다. 

영상에 나온 학생들은 “나성동 나릿재마을 집에서 1시간 걸린다”, “두루타(세종시 읍·면을 오가는 수요응답형 버스) 배차에 문제가 있다”며 힘든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김효숙 의원은 최교진 교육감에게 “영상에 나온 것 같은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나?”, “통학여건 개선에 대한 교육청의 소극 행정이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나성동 등 2생활권 중학교 3학년생 1400명 중 500명 가까이가 내년에 타 생활권에 있는 먼 고등학교로 가게 됐다”, “교육감님이 (작년 지방선거 때)공약을 한 학생들 대상의 1000원 택시는 실현이 어려울 것 같다”, “우리 인재들에 대한 무책임한 답변”이라고 따져물었다.

최교진 교육감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해서 특별하게 통학 실태조사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시청과 교육청과 경찰서와 행복청 등 유관기관이 모여서 학생들의 통학 안전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좀 더 원활한 편리한 통학 여건을 위한 일상적인 논의는 하고 있습니다마는 통학 차량만을 위한 그런 별도의 협의 기구는 없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최민호 시장에게 “이러니 학생들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한 것은 바로 우리 어른들”이라는 등의 지적을 이어갔다.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답변석에 나와 선 최민호 시장은 “두루타 증차를 위한 예산을 추경에 편성했다. 11대를 추가로 구입해서 장영실고등학교라든가 읍면에서 동(행복도시)으로 학교를 다니는 읍면동 학생들한테도 변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되겠다라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학교만을 순회하는 신설 노선도 검토하고 있다”, “학생들이 등하교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함으로써 학업에 지장을 받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15일 세종시의회 제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효숙 의원(왼쪽)이 배낭형 책가방을 멘 채 최민호 세종시장(오른쪽)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세종시의회 페이스북 중계 영상 갈무리)
15일 세종시의회 제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효숙 의원(왼쪽)이 배낭형 책가방을 멘 채 최민호 세종시장(오른쪽)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세종시의회 페이스북 중계 영상 갈무리)

이날 정회 후 전화 통화에서 김효숙 의원은 “나성동 집에서 시의회까지 행정사무감사 자료 등을 넣은 배낭을 메고 지난 한 달간 버스로 출퇴근을 하면서, 긴급현안질문도 이렇게 해 보자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면서 “무겁고 힘들었다. 학생들의 고충을 공감하게 됐다. 15일 본회의장에서 멘 가방에는 추가경정예산안 자료와 생수 한 병, 화장품 등을 넣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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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2023-06-16 09:06:29
시험장거리 격차가 곧 취업격차입니다.
무슨 자격시험 치려고해도 서울을 가야되고 대전을 가야되고
행정수도라는 세종에서 국가자격시험이라도 좀 편하게 칠 수 있도록 만들어주세요.

아름동 교차로 주변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많은데 BRT에서도 제외되고 앞으로 추진중이라는 M버스 노선에서도
제외되었더라구요. 누구의 입김으로 이런 버스노선이 정해지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름동엔 많은 세종주민이 살고 있는데 오송역 한 번 가기도 너무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