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하나 조사하나 대충 쓰지말자"
"단어하나 조사하나 대충 쓰지말자"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6.08.08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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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세종경찰 사이비 단속 발표, "엉터리 기사는 어떻게 하나"

   조은숙 세종경찰서 수사과장이 사이비 기자 단속에 대한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내 특정 사실과 무관함>
세종경찰에서 사이비 기자 단속은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폐해를 감안하면 늦었다는 뜻이고 환영은 문제의식을 사정 당국에서 인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세종시는 건설 현장이 곳곳에 생기면서 금품 갈취형 사이비 기자들이 발붙일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동안 이런 유형의 폐해는 여러 차례 드러났다. 몇 차례에 걸쳐 ‘세종의 소리’에 제보되기도 했고 경찰이 단속하기도 했다. 모두 이번에 단속된 유형이나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기자들 간에도 “누가 어디서 어떻게 했다더라”라는 얘기도 무성했다. 공사 현장을 다니면서 금품을 뜯어갔다는 내용들이었다.

이번 단속은 죄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금품을 갈취한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세종시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느낀 더 큰 폐해는 일부 언론이지만 너무 사실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칠게 말하면 무식하게 기사를 쓴다는 것이다.

소설이고 한풀이로 까지 보이는 기사도 있었다. 과거에는 속보성이 정확성에 앞섰지만 요즘은 당연히 정확성이 우선 시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Fact)일 경우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지만 불분명하거나 기사로 인해 이해득실일 생길 경우 반드시 당사자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이런 기사작성의 원칙이 세종시에서는 아예 송두리째 생략 당하는 예를 너무 자주 보아왔다.

더 큰 문제는 기자 명함을 가진 자가 이런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대로 된 쪽에서 보면 마구잡이식 글이다. 그걸 써놓고 마치 정론인양 우쭐대기까지 한다. 그러니 툭하면 정정이니 반론보도로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법적 문제로 까지 비화되곤 한다.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거나 비판을 통해 감시자 역할을 하는 게 언론이다. 엉터리 기사를 마구 양산하다보니 아예 신뢰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출입처에서도 어이가 없어 하거나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쯤되면 그건 언론도 아니다. 공해다. 적어도 언론을 하려면 뉴스 밸류에 대한 기준도 명확해야 하고 사실에 근거한 기사를 써야 한다. 정확한 기사를 써야 비판을 받는 쪽에서도 “기분은 나쁘지만 말은 맞다”며 받아들인다.

세종시청 출입기자 등록자수가 350명을 넘었다. 등록 언론이 많으면 당연히 감시자가 많아 좋다. 숫자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사이비 언론이 많거나 엉터리 언론인이 많으면 이건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다. 언론은 규모에 상관없이 지향점이 분명해야 한다. 그곳을 향해 건강한 가치를 가지고 나아갈 때 언론의 사회성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종경찰의 사이비 단속 실태를 보고 현장에서 느낀 점을 적어보았다. 물론 필자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구에 있는 후배가 못난 선배께 보내온 글을 전재한다. 늘 참고로 하는 글이다.

‘기사에는 왕도(王道)가 없다. 알아도 모른 듯 묻고 또 묻고, 단어하나 조사(助辭)하나 대충 쓰지 말고 그 이유를 따져보아야 한다. 또, 세상에 모든 것에 의미를 생각하며 오직 읽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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