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식’ 언론 대응, 한심한 LH
‘핑퐁식’ 언론 대응, 한심한 LH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4.04.17 16: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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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정당한 취재요청에 일방통행 식 대응 일관

지난 주 한 취재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신축 이전 예정인 세종시 홍보관의 정화조가 용량 미달이라는 내용이었다. 정화조의 설계 용량이 80톤인데 30톤이 부족한 50톤짜리로 시공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제보자는 “정화조 용량이 부족하면 각종 오·폐수가 정화되지 않고 그대로 흘러나와 심각한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재 세종시 홍보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로 P건설이 시공 중이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건 정화조 용량이 80톤인지 50톤인지가 궁금해서가 아니다. 단지 언론의 취재요청을 응대하는 공기업 LH의 태도가 어처구니 없어서다.

제보를 받고 즉각 취재에 들어갔다. 첫 통화는 LH 시설사업부의 세종시 홍보관 공사현장에 근무하는 C과장. 그는 담당자가 아니어서 확인 후 연락준다는 답변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 시간여 후 주택사업부 K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정식 공문으로 요청하면 관련 자료를 보내주겠다”며 대외협력팀을 통해 필요서류를 요청하라고 말했다. 부품발주관련 서류만 간단히 확인하면 끝나는 것이라 판단한 기자는 상급자와의 통화를 요청했다.

주택사업부의 K차장에게 전화가 돌아갔다. 기자는 K차장에게 “정화조 용량을 확인할 수 있게 발주 내역과 설계도 일부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K차장 역시 “대외협력팀에 정식으로 요청하면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다”고 말했다. 절차를 지켜야 한다니 기자는 “정식 절차대로 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대외협력팀과 통화를 시도했다. P부장이 전화를 받았다. P부장은 “담당부서에 내용확인 후 자료를 보내주겠다”며 기자의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에는 다른 하위직 직원을 통해 자료를 요청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상급자이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다. 어쨋든 전화를 끊고 기다렸으나 소식이 없었다. 자료 역시 오지 않았다.

하루를 기다렸다. 다음날 재차 통화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대외협력팀 L모 차장과 전화가 연결됐다. 주택사업부 K차장과 대외협력팀 P부장과의 통화 내용을 설명하고 요청했던 자료 확인을 부탁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이메일주소와 전화번호를 남겼고, L차장은 확인 후 연락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한참 후 L차장에게 전화가 왔다.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니 다음날 연락 주겠다는 것이었다.

하루를 또 기다렸다. 다음날 L차장으로부터의 전화가 왔다. 그는 “해당 정화조는 정상적으로 80톤으로 시공되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서류상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요청을 하자 그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 제공은 거부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믿어 달라”는 것이 전부였다.

기자는 다소 황당해 자료 제공을 약속했던 주택사업부 K차장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언급하면서 자료를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정상 발주했다는 것을 확인해줬으면 그만이지 왜 자꾸 요청하느냐”는 식의 답변을 늘어놓았다. 어이가 없었다.

LH의 언론대응 방식과 행정이 이러한 수준이었는지 한심하기만 했다. 믿을 수 있는 구체적 데이터 없이 “그냥 믿어 달라”고 하는 단순하고 일방통행 식 행정을 펼치는 그들에게 헛웃음만 나왔다.

한참을 실랑이 한 후 L차장은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다시 전화한 그는 이번에는 “해당 자료는 해당 P건설사에 직접 요청해야 한다”며 “LH에서는 줄 수 없으니 건설사 쪽으로 요청하라”고 버텼다.

“발주처인 LH가 관리 감독의 입장에 있으니 자료를 받아 확인시켜 줘야하지 않냐”고 따지자 역시 그는 “P건설사에 직접 전화해서 자료를 요청하라”고 답하기만 했다.

발주처인 LH는 행복도시 건설공사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공기업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자료를 요청하고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하는 기자에게 ‘직접 전화해 확인하라’는 태도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먼저 확인하고 점검한 후 적극 해명해야 할 그들이 이러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에 화가 났다.

어쨌거나 백번 양보해 직접 전화할 테니 건설사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L차장으로부터는 “직접 확인해 전화해 보라”는 답만이 돌아왔다. 이쯤 되니 막나가자는 태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L차장은 연락처를 확인 후 전화를 주겠다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참 후 L차장은 “현장에 담당자가 상주하지 않아 통화가 힘들 것”이라며 “번호를 알려줄 수 없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직접 현장으로 가서 인부들에게 물어 정화조 용량을 확인하라”는 말도 ‘친절하게’ 덧붙였다.

   곽우석 기자

참으로 한심하고 실망스러웠다. 오락가락 핑계를 대고 정당한 취재요청을 거부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과연 업자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눈에 선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사실 확인을 하는 언론에게 ‘막가파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그들의 업무방식을 어느 누가 이해 할 수 있겠는가. 공기업, 그것도 적자 속에 상여금 잔치를 베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현 주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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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스 2014-05-07 19:56:24
참으로 답답한 사람들입니다. 기본적인 상식은 지켜야지요.

tlals 2014-04-21 12:10:34
그도 권력이라...

진행 절차나 업무처리에 문제가 없다면
못알려줄 이유가 없는데

무언가 비밀이 있는가 봅니다.
큰 공사에는 항상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