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15세 여중생은 어떻게 변호사 되었나
하반신 마비 15세 여중생은 어떻게 변호사 되었나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4.01.25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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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이기도 한 이소희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장, 최근 저서 출간
15세 하반신마비 장애인 된 후 변호사·정치인 된 여정 담담하게 기록
“당선 후 학교 강연 요청 다 응하지 못해, 원할 법한 이야기 책으로 써”
이소희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위원장실에서 최근 펴낸 자신의 책 '걷지 못해도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직 변호사이자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 위원장인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37·비례대표)이 최근 책을 냈다.

그가 낸 책의 제목은 ‘걷지 못해도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 책 제목이 암시하듯 사실 이소희 위원장은 일상생활 대부분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장애인이다. 

이소희 위원장은 키 160㎝를 넘는 다리가 긴 중학생이었던 15세 때 불의의 의료사고를 당하면서 하반신마비가 된 후, 장애를 딛고 변호사가 되기까지 삶의 여정을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고 했다.

현직 변호사에 정치인으로서 일정을 소화하기도 바쁠 텐데,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 직접 물어보았다.

그는 “2022년 6월 시의원에 당선되니까 세종시 학교, 선생님, 학부모들이 학교에 와서 강연을 해 달라고 많이 요청했다. 몇몇 학교에 가서 강연을 했지만, 대부분은 (의회)일정이 안 맞아서 하지 못했다”면서 “학교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이 저에게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니었을까 해서, 생각한 이야기를 책으로 쓰자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책을 써서 그들이 듣고 싶어할 이야기를 전하자고 마음먹은 때는 작년 초였다고. 이후 생각을 정리하고 구상을 하고 틈틈이 원고를 썼고, 지난해 하반기 서울에 있는 예문 출판사와 연결돼 계약을 했다고 전했다.  

책에서 15세 때 의료사고 이후 ▲3년간 병원 입원 생활로 인한 공백과 장애를 극복하고 ▲(중졸, 고졸)검정고시부터 대학입시, 로스쿨, 변호사 시험 그리고 공기업(예금보험공사) 입사 시험까지 한 번의 낙방 없이 통과한, 말로 하기는 쉽지만 그야말로 쉽지 않은 성취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또 시련 극복과 도전의 이야기는 물론 그 과정에서 키워낸 멘탈 강화 전략, 성장을 위한 습관 및 공부 비결을 담담하게 풀어냈다고 전했다.

“장애를 받아들이는데 10년 걸린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제가 장애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장애 때문에 울컥 하거나 욱 하는 때가 있으니까… (청소년기)극복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다리는 못 써도 머리는 쓸 수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공부를 최대한 많이 하자, 다리 못 쓰는 거는 이제 인정해야 될 부분이니까…  그건 그냥 인정하고 간다, 그래야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다’라고 생각을 했다. 그 때는.”

이소희 위원장은 이 부분에서 조금 더 부연했다. 

“자기연민에 빠지는 것을 제일 경계했다. 세상에 내가 제일 불쌍한 건 맞는데, 그래서 뭐 어쩔 건가? 그러면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쪽으로 안 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이(장애) 자체로 받아들이고, 그럼 나는 뭘 할 수 있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어 그는 “재활을 하려고 3년간 병원 생활을 할 때 부모님이 간병을 했다. 만약 몸이 회복이 안 되거나 홀로 서지 못하면, 부모님이 평생 제 뒷바라지를 해야 하지 않겠나? 그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탈피하려면 나는 자립을 할 줄 알아야 되고, 자립을 하려면 나 스스로,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그게 공부라고 생각을 했고, 공부에 집중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거에 집중하자, 이렇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요즘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마음수련, 심리상담 같은 프로그램이 흔치 않은 때여서, 이처럼 혼자 온전히 정리해 냈다고 그는 말했다. 말로 묘사하고 형언하기 어려운 과정을 청소년기에 혼자 해냈으니 대단하다는 인상을 주고도 남는다. 청소년 시기 장애, 불우한 가정형편 등으로 삐뚤어진 사람들이 적지 않기에 드는 생각이다.

그는 “부모님은 고향(경북 의성군)에서 지금도 농사를 짓고 계신다”고 했다. 변호사를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멋있어 보여서”라고 답했다. 자립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적합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법하다.

공부 잘 하는 방법은 “일단 책상 앞에 앉아 오래 버티는 힘”을 들었다. ‘3-3-3 법칙’, ‘마인드맵’ 같은 기법을 책에 비치기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기술한 것은 아니고 오래 앉아 있는 힘과 의지를 제일 덕목으로 꼽았다고.

대입 수능시험, 변호사 시험, 예금보험공사 입사 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하루 15시간 가까이 공부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출판사가 낸 보도자료는 이소희 위원장의 인생을 통해 각자 삶에서 시련과 좌절을 겪는 이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를 담백한 어투로 표현했다고 했다. 이어 “인생의 무거운 무게에 짓눌려 당장 주저앉고 싶은 누군가에게 미약하나마 이 책이 동력이 되어 내면의 힘을 찾는데 도움이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소희 위원장은 검정고시를 거쳐 이화여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예금보험공사에 입사해 근무하다, 현재는 세종시 여민합동법률사무소에 적을 둔 변호사이다. 지난해 하반기 국민의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이끈 혁신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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