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 목욕탕 감전사…허술한 '행정법'이 범인이다
조치원 목욕탕 감전사…허술한 '행정법'이 범인이다
  • 세종의소리
  • 승인 2024.01.06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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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아 변호사의 LawStory]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법 수용인원 100명 기준 불합리
영국, 미세한 전류 전력공급 차단 고감도 누전 차단기 설치... 99명까지 죽어도 되나?
"국가가 정해준 전기안전검사 받은 목욕탕 업주 처벌받는 게 과연 정의에 부합하나"
24일 3명 감전사고가 나 2명이 숨져 경찰 통제선이 쳐진 세종시 조치원읍 목욕탕 입구. 
지난해 24일 3명 감전사고가 나 2명이 숨져 경찰 통제선이 쳐진 세종시 조치원읍 목욕탕 입구. 

2023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 세종시 조치원 죽림리의 한 목욕탕에서 순식간에 3명의 생명이 갑작스럽게 감전사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필자가 졸업한 조치원 대동초등학교로부터 약 400여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다. 성인이 된 지금보다 길도, 가게도, 차도 모든 것이 더 커다랗게 보이던 작고 어렸던 초등학생 꼬맹이 시절, 방과후 친구네 집에 놀러가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바로 그 길가에 있는 업소였다.

그리고 세종시로 천지개벽한 고향에 성인이 되어 영국남자 남편을 데리고 돌아온 이후에도 가끔 식재료를 사러 들렀던 천사마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업소였다. 희생자가 70대 3명이라는 뉴스에 혹시 ‘아버지의 친구분들은 아닐까, 내 동창의 가족은 아닐까’하는 두려움과 슬픔이 엄습했다.

이들은 왜 이렇게 죽어야 했을까. 누가 이들을 죽인 것일까.

필자의 남편은 영국인으로서 미국 국적도 하나 더 보유한 자이다. 남편 덕에 경험한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보자. 이 앵글로 색슨 신랑의 국적국들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다중이용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 주택의 경우에도 물을 사용하는 곳에는 영국의 경우 RCD(Residual Current Device), 미국의 경우 GFCI(Ground Fault Circuit Interrupter)라는 고감도 누전차단기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즉, 욕실, 주방, 수영장, 데크 등 물을 사용하는 모든 공간에 고감도 누전차단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준공을 받을 수도 없고 집을 팔 수도 없다. 물이 있는 곳에는 일반적인 누전차단기(부하용량 통상 가정용 20~30A, 상가나 공장용 30~50A)로 안 된다. 미세한 전류에도 전력공급을 차단시켜 멈춰버리는 고감도 누전 차단기(부하용량 통상 5~30mA)를 설치하여야 한다.

아예 인체에 해를 줄 만큼의 전류가 통할 새도 없이, 즉 감전될 틈도 없이 즉각 전력공급이 차단되어 버리게끔 건물이 지어지도록 행정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1명만 사는 주택도 그렇다. 1명일 때는 물에 감전이 안 되고 100명부터 물에 감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 주택도 이럴진대 일반인 다수가 이용할 상업시설의 경우는 당연히 더욱 엄격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은 해괴하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수용인원 100명을 기준으로 안전시설 등의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의무를 부과했다. 100명 미만, 즉 99명까지 수용가능한 소규모 시설밖에 없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 혹은 럭셔리한 대규모 호텔급을 다닐 여유는 없는 사람들은 허술한 안전시설의 무설치나 그 시설관리로 인한 위험이 현실화되어 죽임을 당해도 좋다는 것인가?

감전사가 발생한 목욕탕의 업주는 몇 개월 전 전기안전검사를 받았다. 문제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 결과를 신뢰할 수밖에 없음이 당연하다. 종전과 다름없이 영업을 해도 무방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음도 당연하다. 감전으로 비명횡사한 3명의 동네주민들 역시 목욕탕이 ‘영업중’이니 가도 괜찮을 것이라고 의심없이 신뢰했다.

그 결과 그 3명은 성탄절 이브 아침, 전기에 감전되어 비명횡사했다. 국가가 하라는 대로 했던 목욕탕 업주도 형사상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수사를 받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이러한 결론이 과연 옳은가, 정당한가, 정의로운가?

그들 국민들은 국가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다. 설령 목욕탕 업주가 전과자가 되고 벌금을 내더라도 이미 세상을 떠난 3명의 주민들이 살아돌아오지도 않고 갑자기 목욕탕 업주가 법을 만든 국가보다도 더욱 더 뛰어난 안전의 최고 전문가로 변신되는 것도 아니다.

세월호 참사, 오송 참사 등 각종 참사 후임에도 되풀이되는 상업시설 목욕탕 감전사와 같은 생명을 앗아가는 어이 없는 비극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갑작스레 당해야 하는 비극적인 죽음 그리고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생이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가.

국민들은 국가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결과는 왜 자꾸 비극적인 죽음인가. 국가가 정해준 대로 전기안전검사를 받은 목욕탕 업주가 처벌받아야 정의에 부합하는가, 아니면 하자 있는 법규 설계로 100명 미만 업소에서의 감전사 위험 발생을 조장한 국가가 처벌받아야 보다 정의관념에 합당한가.

심지어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사고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주체는 과연 누구겠는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국가가 하라는 대로 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물이 있는 곳에서의 감전사 위험으로부터 영국과 미국의 국민들만큼 보호받지 못하는가.

불문법 체계인 영미의 법은 성문법 체계인 우리나라 법처럼 어마어마하게 복잡하지도, 시도 때도 없이 수없이 개정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본질적으로” 필요한 항목들을 간결하고 명백하게 규정하고 엄격하게 집행한다. 즉, 영국과 미국에서는 그저 심플하게 물을 사용하는 모든 곳에 고감도 누전 차단기라는 안전시설의 설치를 강제하는 것이다. 주택까지도.

결국 살인범은 행정법이다.

물을 사용하는 곳에서의 누전 감전사 위험관리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100명 등 지극히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멋대로의 기준으로 어설프게 설계한 제도의 하자 때문에 성탄절 이브의 감전사가 발생했다.

지금이라도 물을 사용하는 모든 곳에는 고감도 누전 차단기의 설치와 안전시설 등의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의무를 '예외 없이'(즉 자의적으로 100명을 기준으로 정한 근거 없는 넌센스 없이)  의무화하도록 입법할 것을 지역구 국회의원, 시의원 등에게 요구해야 할 때다.

그리고 얼굴 한번 본 아는 사람이라서 혹은 누가 밀어주라고 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필요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과 경험, 그리고 자신이나 특정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일반의 편에 서는 공적 마인드가 있는 자들을 세심히 선별하여 국회와 의회 등으로 보내야겠다고 다짐해야 할 때다.

이제 당장 귀댁의 욕실로 달려가서 확인해보라. 아래 사진과 같은 고감도 누전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는가를. 있다면 테스트 버튼을 눌러 당장 테스트해 보고, 없다면 당장 교체할 것을 권한다.

김한아 변호사, 세종출신,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시험 46회 합격, 전) 다국적 글로벌 대기업 로레알 코리아 법무총괄임원, 현) 세종특별자치시 해외협력관, 교육국제화특구 실시계획심의위원, 인권위원 이메일 : hannah.kim.zil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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