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세종시당-교육청 학력 공방, '점입가경'
국민의힘 세종시당-교육청 학력 공방, '점입가경'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10.0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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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화 위원장 기자간담회·이소희 교육안전위 위원장 학력저하 주장
세종시 교육청 '기초학력지원 충실·변별도 위해 난이도 높인 것’ 해명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세종시교육청의 행정사무감사를 하고 있다.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세종시교육청의 행정사무감사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과 세종시교육청의 세종시 고등학생 학력논란 공방이 점점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류제화 국민의힘 세종시당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고교생 50% 이상이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세종시교육청은 당일 “변별도 필요에 의해 난이도 높인 것이며 다른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하다”라고 반박하면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에 이소희 교육안전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대변인)은 ’변명하기 급급한 세종시교육청, 눈 뜨고 현실을 보라‘는 성명을 내 학력저하 문제의 심각성을 재차 지적하면서 류위원장을 지원사격했다. 

이 위원장은 25일 국민의힘 세종시당 당사에서 열린 세종시중고등생 간담회에서 “고등학교 영어·수학 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터무니없이 어려운 수업내용으로 인해 대부분 잔다”며 “초·중학교에 걸쳐 누적된 학습 결손이 그 원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 “수우미양가' 중 성취도 ‘가’를 받는 학생들이 전교생의 절반을 넘는데 학력 저하가 아니라 시험 난이도 때문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편차가 큰 지필평가만 따로 떼어내서 분석하면 학력격차, 학력 불평등, 학력하향평준화가 더 도드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석차등급으로부터 자유로운 중학교로 확장해도 수학 영어 과목에서의 학력양극화 현상은 뚜럿이 확인된다”며 “문제를 문제라고 인정해야 대책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고등학교는 내신등급이 산출되므로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학력평가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며 “만약 학업성취도평가를 쉽게 내서 100점이 4% 이상 나오면 모두 2등급으로 점수를 매겨야 하므로 시험 난이도를 평균 50~60점에 맞춰 출제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는 전국 공통으로 강남의 공·사립 고등학교 수학 성취도의 D·E 등급 비율도 75%까지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28일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 행정감사에서도 ’혁신학교‘와 ’기초학력‘이 다시 도마에 올라 공방이 의회로 확산됐다. 

김학서의원(국민의힘)은 “혁신학교에 대해 학부모의 동의가 낮은 편으로 기초학력미달자가 세종시에 가장 많은 것도 혁신학교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라고 질문했고, 교육청은 “학력과 관련해 혁신학교 운영여부와는 관련 없으며 학생의 만족도, 학교폭력예방에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사실 기초학력과 고교학력은 차원이 다른 문제여서 양측의 공방을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기초학력은 유·초등학교 기간에 한글습득, 문해력, 수학의 기초연산능력 등이 문제라면 고교학력은 특기와 적성을 살린 대학교에 진학해 수학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점이 된다.

세종시교육청은 기초학력미달자에 대한 지원은 계속해 오고 있다.

교육청에서 발표한 ’학습지원대상 학생을 위한 기초학력 지원방안‘을 보면 초기 문해력 및 초기 수리력 학습자료를 개발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초기단계 학습결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초1~2학년 단게에서 자원봉사자(조이맘) 지원을 통한 기초학습 및 생활습관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초등 수학협력교사제 운영으로 수학기초학력강화를 돕는다.

방학중 기초수학 및 초기문해력 집중지도도 이뤄지며 학부모 상담 및 컨설팅도 진행하는 등 기초학력 관련 예산에 연 25억 77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살펴보면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가 기초학력 지원프로그램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기초학력지원프로그램'에 들어가면 다른 아이들에게 '공부 못하는 애'로 찍혀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유다.

중고등학교로 넘어가면 영어·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편차가 더 커져 대학수준의 수학문제와 영어독해를 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초등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학생도 있어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준별 교육 역시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급반 이하로 내려가면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시켜서라도 상급반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것도 학력격차를 벌이는 이유가 된다.

이소희 국민의힘 세종시당 대변인(교육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세종시 중고등학생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소희 국민의힘 세종시당 대변인(사진 맨 왼쪽)이 세종시 중고등학생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수학교과를 담당하는 A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의 수학 편차가 너무 심해 어느 수준으로 수업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다”며 “최근 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도 높아져 난이도 있는 문제를 교과평가에 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에서 선행학습이 금지되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학교에서 수준별 학습으로 반을 나눌 수도 없어 수업 수준 및 시험수준을 맞추기가 어렵다”며 “일부 대학 수시전형에서 수학과목을 보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학과가 많아 학생들에게 수학수업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세종시당이 처음 수포자가 많다는 근거로 제시한 ’학교알리미‘의 교과별 학업성취사항 자료도 학교마다 치룬 교과평가의 원점수를 가지고 ▲90점 이상 A ▲80점 이상 B ▲70점 이상 C ▲60점이상 D ▲50점 이상 E로 나눈 것에 지나지 않아 근거자료가 빈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어와 수학이 선택과목으로 치러진 첫 시험인 지난해 수학능력시험 수학 교과의 원점수 등급컷을 살펴보면 확률과 통계 기준 ▲1등급(상위 4%) 86점 ▲2등급(~12%) 77점 ▲3등급(~24%) 66점 ▲4등급(~40%) 52점 ▲5등급(~60%) 35점 ▲6등급(~77%) 21점 ▲7등급(~88%) 16점 ▲8등급(~96%) 10점 ▲9등급(~100%) 9점이하 등으로 나뉘었다.

학교 현장에서 내신등급을 매기는 교과목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같은 난이도를 유지한다면 D·E등급에 해당하는 60점대가 3등급~5등급의 우수한 성적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학교 교과목 평가가 수학능력시험 정도로 치러졌을 때 67점을 맞아 D등급에 랭크된 학생도 수학능력시험을 보면 3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 세종시 학생의 학력수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코로나19로 인해 등교수업이 줄어들면서 기초학력 미달인 학생비율도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학생들의 미래와 학력 신장에 대해 고민하는 목소리는 환영할 만 하다.

그러나 세종시 학생을 깎아내리고 공교육에 대한 의구심을 부추기는 논란을 제기하기 보다 대안과 미래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보다 고민해야 한다는 교육계 우려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202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국어 수학 선택과목별 원점수 등급컷 현황
지난해 202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국어 수학 선택과목별 원점수 등급컷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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