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매점 있다”
“우리 학교에 매점 있다”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08.0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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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석교장의 해밀초 이야기] 해밀학교협동조합 설립해 매점 열어
학부모교육,어린이캠프,축제 등 다양한 사업아이템 · 경제교육 가능

“교장 선생님, 오늘 해밀 카페 열어요?”

방학식 날 아침에 1학년 친구가 물어봅니다.

“오늘 방학식이니까, 내일부터 하지 않을까?”

“오늘 연다고 했는데…….”

고개를 갸웃하고 갔습니다. 확인해보니 아이 말이 맞았습니다.

올 초부터 매점이 생긴다고, 아니 지난해 말부터 매점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있었습니다.

학생회 선거에 나온 6학년 친구가 공약으로 ‘매점’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친구는 많은 친구의 표를 받고 학생회 대표로 당선되었습니다.

당선된 친구가 사전에 협동조합을 만들고, 협동조합에서 매점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탁월한 공약이었고, 저도 그 공약을 지키게 도와준 것 같아 뿌듯합니다.

해밀초가 개교 한지 다음 달이면 꼭 2년이 됩니다.

개교 초기에 협동조합 학습 모임을 만들고 전문가 초청 강연과 현장학습을 하며 준비를 했습니다.

협동조합준비모임을 거쳐 창립총회, 인가 신청을 받고, 조합원 모집, 시식회 등의 홍보 활동, 사업자 등록증까지.

학교는 학교 나름대로 담당 선생님의 여러 가지 지원과 학교 시설 사용에 대한 행정적인 처리 등 다양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쳤습니다.

짜잔! 하고 문을 연 것 같지만 그동안 고생하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여기까지 오시는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뭐예요?”

“서류 작업이 쉽지 않았어요. 문서 작업을 해보신 분들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하나씩 풀어갈 일도 많고, 함께 하는 일이라 책임지는 사람이 가지는 무게감도 상당했을 해밀학교협동조합 이사장님이 들려준 얘깁니다.

해밀학교협동조합이 앞으로 세운 계획은 매점 운영뿐만이 아니라 학부모 교육과 아이들 대상 각종 캠프, 마을무지개 축제 참여 등 생각한 사업 아이템이 많습니다.

해밀초협동조합이 아니라 해밀학교협동조합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도 더 확장할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밀학교협동조합이 만들어갈 미래가 궁금합니다. 우선 매점이 운영되는 초기 현상을 보고 짐작해보겠습니다.

“참, 좋은 세상이여. 학교가 이렇게 좋아지고 있어.”

시니어 교통봉사단을 하시는 어르신 말씀입니다. 어르신은 방학식 날 1학기 마지막 교통 봉사를 하시고, 매점에서 커피 한잔을 드셨습니다. 물론 제가 마무리하는 날이라 자발적 기부금을 내고 세 분 어르신에게 대접했습니다.

해밀교육협동조합 매점에서 교통봉사대 선생님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해밀교육협동조합 매점에서 교통봉사대 선생님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어르신들은 해밀카페 자리에 앉으시곤 예전 학창시절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그때는 몽둥이로 맞았는데 멍이 들어서 부모님이 엄청 속상해했지만 정작 선생님께는 말도 못 꺼냈다고 하자 옆에 두 분이 모두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람들이 해밀초를 엄청 자랑하더라구. 나도 서울 목동에 사는 딸애에게 해밀초 자랑했어. 그랬더니 그런 학교가 있냐고 놀래더라구.”

“고맙습니다. 어르신 덕분에 서울에도 소문이 나게 생겼네요.”

방학 중에 중학교 1학년 친구들이 학교로 찾아왔습니다.

“너희들은 점심도 안 먹니?”

6학년 농구부 친구들과 친선 경기와 초등학교 배구부 상대를 해주기 위해서 들렀습니다.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친구들입니다.

“괜찮아요. 이따 매점 가서 간식 사 먹으면 돼요.”

무더운 날, 점심 먹으러 집에 갔다가 다시 학교로 오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면 챙겨 먹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매점을 그런 수고로움을 덜고, 스포츠에 더 매진할 수 있게 해줍니다.

여학생 두 명이 매점 앞에서 어슬렁거립니다.

“너희들은 어떻게 왔니?”

“저희 둘은 조합원이에요.”

조합원 모집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가입이 가능합니다.

아이들에게 경제 교육, 아니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곧 경제교육입니다. 어떤 흐름 속에서 경제가 돌아가는 이처럼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특히 요즘은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가끔 학부모로부터 ‘경제 교육’에 대한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올해초 열린 해밀초 학생회장 선거 포스터 공약
올해초 열린 해밀초 학생회장 선거 포스터 공약

한번은 예전처럼 학교에서 은행과 협약하여 통장을 만들어주고 경제교육을 하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경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해밀학교사회적협동조합 얘기와 협동조합과 지역 내 은행과 함께 캠프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자, 오히려 더 잘 되었다고 만족한 사례도 있습니다.

“어떤 엄마가 방과후를 마친 아이 데리러 왔다가 매점에서 간식 사 먹더라구요.”

해밀카페는 새로운 만남의 공간으로 확장될 가능성 있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걱정도 있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 먹을 간식 생각에 점심을 대충(?) 먹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6학년 친구들은 밥 먹는데 걸리는 시간 길면 5분이고 3분으로 마무리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정말 얼마 전만 해도 급식 지도라고 하여 아이들이 골고루 먹도록 급식실에서 지도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런 방식의 급식 지도는 거의 사라졌으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급식지도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학교에서 매점 있다!

이 사실이 주는 상징성은 매우 큽니다. 해밀초에 가진 큰 장점은 아이들이 가진 학교에 대한 자부심입니다.

물론 자부심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한번 만들어진 자부심은 부모님으로 가고, 학교로 다시 돌아옵니다.

“우리 학교에 매점 있다!”

해밀학교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왼쪽) 교육및 협동조합 시식회 참여자 모집 포스터(오른쪽)
해밀학교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왼쪽) 교육및 협동조합 시식회 참여자 모집 포스터(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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