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회, 갑자기 19일 본회의 개최한 까닭은…
세종시의회, 갑자기 19일 본회의 개최한 까닭은…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2.07.1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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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 개시 후 4일만에, 첫날·마지막 날만 여는 전례와 대조적… 시, 간곡한 요청
미래전략본부 설치 위한 조례안 처리… 4개 과에 정원 73명으로 30일 출범키로
이준배, 경제부시장 변경·2개 실국 관할… “의회 사무처 증원, 다음 개편 때나…”
세종시청 3층 구내식당 입구. 식권발매기 오른쪽 하늘색 유리로 불투명하게 처리된 부분이 미래전략본부가 입주할 공간이다.

19일 오전 세종시의회 제77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렸다. 

제77회 임시회 회기는 지난 15일 개회해 오는 29일 폐회하는 가운데 토·일요일을 포함해 15일간 진행될 예정으로, 19일 본회의는 개회 후 나흘째에 열린 것.

정례회이든 임시회이든 본회의는 대개 회기 첫날과 마지막 날 두 번정도만 열린다. 이런 전례에 비춰보면 19일 2차 본회의가 열린 것은 드문 일이다.

어째서 회기 도중 본회의가 한 번 더 열렸을까.

쉽게 말하면 집행부인 세종시가 거듭 졸랐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이달 초부터 해당 상임위원회인 행정복지위원회와 의장단을 찾아가 본회의를 열고 ‘세종특별자치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처리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한 것.

이 일부개정 조례안의 핵심은 그동안 세종시청 안팎에서 나돌았던 한시기구인 ‘미래전략본부’ 설립 건이다.

그동안 역시 한시기구인 ‘도시성장본부’(본부장 노동영 부이사관)의 존속 시한이 오는 29일로 만료됨에 따라, 최민호 세종시장의 선거 공약인 ‘미래전략수도’ 실현을 뒷받침할 한시기구인 미래전략본부를 오는 30일 출범시켜야 하기 때문.

본부장과 과장·직원들의 인사발령 등 사전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세종시는 한시라도 빨리 법적 근거가 되는 이 일부개정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지난 13일 본격 요청한 이유는 이날에서야 행정안전부에게서 ‘미래전략본부 설치를 승인한다’는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시기구인 도시성장본부를 연장 또는 개편하는 등의 요청은 이춘희 전 세종시장 때부터 행정안전부에 해 왔지만, 행안부는 “들어주겠다”고 말로는 대답하면서도 6월 1일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정식승인을 내주지 않았다는 것.

최민호 시장이 지난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계속 요청해, 10여 일만인 6월 14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면담한 것도, 한시기구인 도시성장본부의 연장·변경 안건이 중요한 점도 작용했다.

즉 출범한 지 아직 만 한 달이 안 된 최민호 시장 체제에서 이는 시청 조직의 안정과 공약 이행을 위한 변화 측면에서 볼 때 시급한 사안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지난 8일 세종시의회 6층 대회의실에서 최민호 시장과 류임철 행정부시장·이준배 정무부시장 등과 제4대 의원 2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린 ‘의정간담회’에서도 미래전략본부 개편·설치를 위한 안건은 최우선으로 거론됐다.

지난 8일 세종시의회 6층 대회의실에서 최민호 세종시장과 류임철 행정부시장, 이준배 정무부시장과 시청 간부진들이 제4대 세종시의회 의원들과 비공개 의정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최민호 시장 등은 미래전략본부 설치를 위한 조례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고, 임채성 세종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은 집행부인 시의 태도에 불만어린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여미전 세종시의회 의원 페이스북)   

물론 세종시의회가 임시회를 열어 순순히 처리해 주겠다고만 한 것은 아니다.

최민호 시장과 두 명의 부시장, 제4대 의원 20명이 공식적으로 처음 대면한 8일 비공개 의정간담회에서부터 임채성 세종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은 불만 섞인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채성 위원장을 비롯한 시의회 지도부의 불만은 이렇다.

세종시의회 의원정수 20명과 인근 대전광역시의회 의원정수는 22명으로 불과 2명 차이뿐이다.

하지만 의원들을 보좌·지원하는 사무처 직원 정수는 세종시의회가 56명에 불과한데, 대전광역시의회 사무처 직원 정원은 97명이나 된다.

의원 정원은 대전시의회가 불과 2명 더 많은데, 사무처 직원 정원은 무려 41명이나 많은 것이다.

게다가 세종시의회는 광역자치단체 사무 관련 조례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사무 관련 조례도 입안·처리해야 한다.

의회사무처 정원 부족을 해소하자면 조직을 늘리고 공무원을 새로 채용해야 하는데, 조직과 정원을 늘리는 ‘조직권’은 아직도 집행부인 세종시가 갖고 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사무처 직원 ‘인사권’만 지난 1월 13일부터 의회 의장에게 넘어왔을 뿐이다.

즉 세종시는 자신들의 다급한 조직개편안을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달라고 졸랐지만, 정작 집행부는 세종시의회의 이같은 불편과 희망사항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임채성 위원장

이 때문인지 임채성 행정복지위원장은 1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제3대 세종시의회는 경실련 조사 결과, 전국 최고의 조례 발의 실적을 나타내는 등 독보적인 의정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좌하는 인력은 다른 비슷한 규모의 광역의회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황에 있다”고 지적했다.

임채성 위원장은 “시의회 조직권을 갖고 있는 집행부에서는 이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함께 해결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고 했다.

이어진 보도자료에서 그는 “집행부인 세종시는 역시 열악한 의정활동 여건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면서 향후 적정 인력 확충 방향에 대해 시의회와 수시로 소통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 세종시 관계자는 “다음 조직개편 때나…”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본회의 개최 후 처리 요청에 대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은 19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받고는 “이번 조직개편안은 사실… 의회로 오는 과정에서 절차적인 면이 좀 미흡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문을 꺼낸 뒤 “나름 미흡한 부분에 대한 설명 내지 소명은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절차적인 부분을 잘 지켜서 안건이 제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집행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상병헌 의장은 “사무처 증원 문제는, 집행부에 비해서 우리 의회 사무처가 규모가 작다 보니까 한 명이라도 결원이 생기면 그 공백이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무처의 결원을 조속히 보충을 해 달라 이런 요구와 논의가 실무적으로 오간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30일 출범할 세종시 미래전략본부는 73명을 정원으로 해, 산하에 ▲전략기획과 ▲미래수도기반조성과 ▲지역균형발전과 ▲지능형도시과를 둔다.

전략기획과와 미래수도기반조성과는 신설되는 과이다. 지역균형발전과는 도시재생과가, 지능형도시과는 스마트도시과가 각각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세종시 관계자는 말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미래전략본부가 출범한다고 해서 세종시청 공무원 총정원이나 실·과 수가 늘어나는 것은 없다”면서 “미래전략본부 정원 73명은 현재의 도시성장본부 정원 88명보다 15명이 적다. 본부장을 비롯해 누가 발령 받고 전보될지 아직 하나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자 기준 세종시 인사발령은 대대적으로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청 3층 구내식당 옆 미래전략본부가 들어설 공간. 최근 리모델링 및 증축 공사가 완료됐다. 오른쪽 창 밖으로 보이는 건물은 세종시의회.

이준배 정무부시장도 이날 이 조례 개정에 따라 오는 30일 경제부시장으로 바뀌는 가운데, 미래전략본부와 경제산업국 두 개 본부·국만 관할한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이는 조상호 전 세종시 경제부시장이 6개 실·국을 관장했던 것과 대비된다.

미래전략본부는 당초 환경녹지국이 들어오기로 했던 보람동 시청 3층 구내식당 옆 증축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세종시청 건너편 보람동 스마트허브Ⅲ 빌딩에 세들어 있는 환경녹지국은 임대계약 기간을 연장, 이사하는 일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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