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예산까지 달라고? 발목 잡는 '충북도'
세종시 예산까지 달라고? 발목 잡는 '충북도'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6.09.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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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충북지사 '행복도시 건설 특별법 개정 건의', 세종시 "말도 안 돼" 일축

   이시종 충북지사가 "'행복도시 특별법'을 고쳐 세종시 예산을 인근 지역에서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자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종시지원위원회' 모습>
세종시(행복도시) 예산을 내놓으라는 말까지 나왔다. 세종시 주요 현안 사업마다 '엇박자'를 내오던 데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다. 세종시 바로 이웃 '충북도' 얘기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종시지원위원회'에 참석, '행복도시 특별법 개정'과 '행특회계 확대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 지사는 "세종시가 신행정수도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자족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광역계획권 자치단체와의 연계발전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세종시 건설의 근간이 되고 있는 '행복도시 특별법'을 고쳐 행복도시 예산을 인근 지역에서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이다. 사실상 행복도시 예산을 충북에 떼어 달라는 것이다. 특별법에는 행복도시에 투입할 정부(행복청) 예산 '8조 5천억원'이 명문화되어 있다.

그간 민간 일각에서 이러한 주장이 나온 적은 있지만, 도지사가 공식석상에서 법 개정을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칫 세종과 충북 두 자치단체 간 분열과 갈등을 빚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심각성을 더한다.

특히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제2의 수도'를 건설하는 '국가정책사업' 이라는 점에서 이웃 충북의 이 같은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일개 지자체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족기능 확충을 위한 '행복도시 2단계' 건설에 돌입한 세종시에 고춧가루를 뿌릴 우려도 크다.

지역사회는 이 지사의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며 싸늘한 모습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세종시가 일정 궤도에 오르면 인근 지자체는 자연히 제2의 수도권으로 공동 발전하게 된다"면서 "특별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은 근시안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춘희 세종시장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종시 주변 연결도로나 인프라 등에 대한 예산이 '행복도시 개발계획'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행복도시 건설에 써야 할 예산을 빼서 주변도시에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특히 "현재도 인근 지자체에 행복도시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면서 "행복도시 예산 총 규모를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나눠 쓰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꼭 필요한 사업이 있으면 개발계획에 추가로 반영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종시(행복도시) 예산은 인근 지자체에 직·간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건설하는 18개 노선 광역도로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대전·충남·충북 등 인근 지자체와의 상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행복청 예산 8조 5천억원 중 2조 8천억원(행복청 추산) 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적잖은 금액이 흘러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오는 2030년까지 건설하는 18개 노선 광역도로에는 행복청 예산 8조 5천억원 중 2조 8천억원 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진은 광역도로 노선도>
이 지사의 발언은 세종시를 향한 충북의 시선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세종시에 옛 청원군 부용면을 떼어주고도 실익을 챙기지 못한 데다, 인구가 유출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충북은 세종시 주요 현안사업마다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다.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노선'을 두고는 충북 경유를 주장하고 있으며, 'KTX세종역 설치' 문제는 오송역 기능 약화를 들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회분원 세종시 설치'를 놓고서도 "오송에 국회분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의 단순한 '주장'일 뿐이지만, 지역이기주의 위험수위를 넘은 모습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세종시가 발전할수록 충청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아직 걸음마도 떼지 않은 세종시를 벌써부터 견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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