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좀 어떻게 해주세요"
"재벌, 좀 어떻게 해주세요"
  • 강병호
  • 승인 2015.10.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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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의 문화확대경]재벌들의 민낯 보여주는 영화 '베테랑'

   영국 옥스포드 사전에 올라 있는 한국 '재벌'의 민낯을 보여주는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대한민국의 고속성장을 끌어온 대기업 집단 재벌, 국민들의 애정과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성장해 왔다. 재벌은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도 ‘Chaebol’로 등록돼 있다. 즉 한국만의 특이한 경제사회 현상이란 말이다.

일 세대 창업 거인들, 정 주영(현대), 이 병철(삼성), 최 종현(선경 뒤에 SK) 등 짧은 시간 ‘압축성장’을 통해 엄청난 부와 한 서린 손가락질은 온 몸으로 받았다.

시간은 흘러 2015년, 창업자의 손자, 손녀, 심지어 증손자들까지 대기업 집단의 경영권을 쥐락펴락하는 때가 되었다. 그(녀)들은 선대의 인내와 고통, 생명의 투혼을 모르는 세대다. 광야의 세월이 끝나가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백성을 인도할 (경제) 지도자들이 사는 모습은 어떤지? 영화 <베테랑>은 어두운 민낯을 낱낱이 보여준다.

영화 <베테랑>에 대한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관객 수가 천만을 넘고 1300만을 돌파하고 있다. 제작과 연출은 류승완 감독이 맡았다. <베를린(2012)>, <부당거래(2010)>, <해결사(2010)>, <다찌마와리(2008)>,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등을 연출한 감독이다.

그는 엘리트들이 걸어온 길을 걷지 않았다. 대학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고졸로 독립영화 활동을 통해 영화계에 데뷔 하였다. 예술에 학벌이 중요하랴만 그렇지도 않은 것이 우리 영화판이다. 류 감독이 걸어온 길은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1992>, <펄프 픽션-Pulp Fiction, 1994>,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rious Basters, 2009>를 연출한 미국의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영화판의 주류는 아니었다.

영화 <베테랑>은 2010년도 류감독이 제작, 연출한 <부당거래>와 그대로 연결이 된다. <부당거래>에서 출연한 황정민, 유해진, 천호진이 <베테랑>에서 똑같이 나온다. 다만 류승완 감독의 친 동생 류승범이 <베테랑>에서는 빠졌다. 대신 재벌 2세 역할로 이번에 섬뜩할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준 신성(新星) 유아인이 투입되었다.

전작 <부당거래>는 우리나라 검사, 경찰관들의 설문조사에서 제일 싫어하는 영화로 뽑힌 바 있다. 연쇄 살인 사건 검거 실패로 대통령이 직접 사건에 개입하고, 계속 살인이 발생하자 경찰은 마지막 카드로 가짜 범인을 만들어 사건을 종결한다.

출세를 위해 범인을 조작하는 검사(류승범), 범인조작으로 승진의 사다리를 어렵게 올라가는 경찰(황정민), 스폰서 조폭 건축업자(유해진)...<부당거래>는 시종 어두운 톤으로 사회를 바라본다. 결국 주인공의 처참한 죽음으로 끝난다.

전작 <부당거래>에서 눈을 거슬리게 하는 작위적 스토리 전개와 사회 이슈의 전달이 <베테랑>에서는 전반적으로 밝은 톤으로 변화했다. 재벌이란 주 재료에 빠르고 현란한 액션신과 블랙 코미디라는 양념을 듬뿍 넣었다. 그래서 비록 주제는 유쾌하지 않지만 소화가 잘 되서 좋다. 류 감독의 계산이 잘 맞아 떨어졌다.

뉴스를 보며 서민들이 분개한 재벌 2, 3세들의 악행들이 모자이크와 같이 한 사람 엄홍식(유아인 분) 캐릭터로 모아진다. 특히 방망이 한 대에 100만원 씩 주고 화물연대 시위 노동자를 구타한 재벌 C모씨 사건,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재벌 2, 3세의 마약사건, 최근 여당대표 재벌 마약사위 사건 등등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악행들이 종합선물 세트와 같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할아버지 대에 당시 한국의 수준에 맞지 않게 세계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에 배팅하던 도전적인 선대 회장들의 결기는 어디로 가고 후손들은 골목 빵집, 구멍가게, 커피 집들과 경쟁하고 있다. 제 2, 제 3의 엄홍식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유아인 분)이 서민들을 향해 소위 ‘갑’질을 해대고 있다. 영화 <베테랑>의 치솟는 인기는 휴화산 마그마같이 억눌러 있는 백성들의 분노다.

류승완 감독은 사회적으로 항상 진보의 길과 약자의 곁을 지켜왔다. 최근에는 <차카게살자> 라는 재단을 통해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면을 빌려 부인 강 혜정씨에게도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다. 제작사 외유내강(外柳內姜)은 밖은 류승완 안은 강혜정이란 뜻이다. ‘강’씨는 고집이 세다. 오래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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