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도서관, 서울에서도 힘 보탠다
숲속의 도서관, 서울에서도 힘 보탠다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4.12.11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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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정 씨, 남세종농협 박종설 상무에게 매달 수백여권 책 기증

 서울에 거주하는 김남정 씨<사진 왼쪽>와 그의 아들 김두균 씨가 매달 세종시에 수백여 권의 책을 기증하고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책 기증을 통해 지역사회와 나눔을 실천하고 싶었어요. 지역이 어디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평소 읽었던 책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이를 통해 봉사라는 것도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시민이 세종시에 지속적으로 책을 기증하고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남정 씨(55). 김 씨는 “사회와의 나눔 실천을 통해 따뜻함을 전하면 아들들에게도 모범이 될 것 같아 책을 기증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숲속의 작은 도서관’ 설립을 목표로 책을 모으고 있는 남세종농협 박종설 상무에게 지속적으로 책을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무는 “책 읽는 문화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책읽기를 몸소 실천하고, 또한 좋은 일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며 소개를 요청했다.

“헌 책 주실 분 환영합니다. 시골 지역 숲속의 농장 부지를 활용해 농촌 학생들이 조용하고 쾌적하게 학습할 수 있는 ‘숲속의 작은 도서관’을 세우고 싶습니다.”

박 상무는 지난해 여름 ‘세종의소리’를 통해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도서관 건립에 필요한 책을 모은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김 씨는 곧바로 자신이 애지중지 소장하고 있던 수백여 권의 책들을 내놓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는 즉시 택배를 이용해 책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기증한 책만 줄잡아 수백여 권이다. 매달 서울에서 전해오는 책을 받아드는 박 상무는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박 상무는 “김 씨가 보내오는 책들은 줄잡아 매달 200여권”이라며 “보내오는 책의 질도 아주 훌륭해 도서관 건립에 요긴히 쓰일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김 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 씨의 착한 일은 아들의 따뜻한 마음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통대학교에 다니는 아들 김두균씨(29)는 “아버지가 모아온 수백여 권의 책들을 학생들이 읽을 수 있도록 기증해 도움을 주자”며 책 기증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 역시 아들의 뜻을 흔쾌히 받아들여 “책으로 사회에 봉사하자”는 마음을 세종시에 전달하고 있다.

그가 지속적으로 책을 기증할 수 있었던 것은 수십년 간 몸에 밴 독서습관 덕분이다. 그에게 책은 곧 삶이다. 그의 삶의 흔적에 집안 곳곳은 이미 책들로 가득하다.

김 씨는 독서에만 머물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독후감을 써서 지인들과 나누고 있다. 이를 블로그에도 올리며 수많은 독자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이웃과 나누는 삶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블로그에 올린 독후감만 700여 편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세종농협 박종설 상무는 "김남정 씨의 책 사랑이 세종시의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남다른 ‘책 사랑’은 방송을 통해서도 방영되어 유명세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KBS에서는 지난 2002년 ‘TV 책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독특한 독서 열풍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책읽기를 하면서 독후감을 쓰기 시작한지는 이미 20년이 넘었다”면서 “독후감을 작성해 지인들에게 나누어준 후 도서상품권을 한 장씩 보내 달라고 한 게 블로그를 만든 동기가 됐다”고 활짝 웃었다.

“뭐랄까. 그냥 가벼운 지식 속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내가 발굴한 지식의 창고를 열어드린다고나 할까. 그런 심정으로 나의 서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같이 밝히며 자신의 ‘서재’를 온 세상에 나누고 있다.

매달 따뜻한 선물을 받고 있는 박 상무는 김 씨의 책 사랑이 세종시의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박 상무는 “도서관 건립이 조금 지연되어 내년 봄쯤에는 본격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도서관 개관 때는 김 씨를 초청해 따뜻한 마음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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