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릿처럼 달콤한 철학의 맛
초코릿처럼 달콤한 철학의 맛
  • 임영호
  • 승인 2014.08.1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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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칼럼]고교생 눈높이 맞춘 책, 안광복의 '처음읽은 서양철학사'

   저자 안광복, 그는 고교생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철학 지침서 '처음읽는 서양철학사'를 펴내 무조건 어렵다는 철학을 대중화시켰다.
철학자를 알면 철학은 쉽다
학창시절에 철학과를 비생산적인 과(科)로 여겼다. 취직도 안 되고 그저 공리공담이나 하는 학과로 알았다.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은 ‘마음의 의사’이다. 살다보면 별에 별일을 다 겪는다. 그것을 스스로 치료해주는 것이 바로 철학이고 인문학이다. 어느 신문 칼럼에 서울에 진출한 외국인 기업인이 어려웠던 IMF시절을 슬기롭게 견뎌낸 것은 경영학도 경제학도 아닌 철학과 같은 인문학이었다고 썼다. 철학자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서 삶과 세상에 대하여 고민하고 이 같은 고민을 통하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가치 있고 보람 있게 한다.

안광복의《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는 어렵다는 서양철학을 고등학생 눈높이에 맞춰서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쉽게 이끈다. 철학자를 알면 철학은 쉽다는 논리이다. 이 책에는 서양의 대표적 철학자 38명의 삶과 인생이 담겨있다. 철학내용은 시대적 환경적 요인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사상과 진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변화하고 새로운 사상이 탄생하는 것이다. 어쩌면 철학은 그 시대의 목마름이다.

서양철학의 기둥,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서양철학은 크게 고대, 중세, 르네상스 시기, 근대 ,현대로 나눌 수 있다. 고대철학은 그리스 철학으로 1기인 소크라테스 이전, 2기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3기 아리스토텔레스와 그 이후 알렉산더 대왕의 헬레니즘 시대로 나눌 수 있다. 서양 철학사는 탈레스라는 사람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 이 당시에는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하여 등장하였다. 이러다가 소크라테스가 나타나서 물질에 대한 관심에서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돌려놓았다.

서양철학의 중심은 시대를 초월하여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세 사람이다. 거리의 사람들과 문답식 대화를 주고받으며 보편적 진리를 이끌어 내는 소크라테스, ‘이데아’라는 변함없는 진리의 세계가 있다고 믿고 그것을 탐구하며 실천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플라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고 행복이 인생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하면서 살아 움직이는 우리의 현실에서 진리를 찾으려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서양철학의 원류이다.

중세는 인간중심에서 신 중심이다.
중세철학은 5세기말에서 15~16세기에 이르는 1000년 동안 이루어졌다. 595년 기독교가 국교로 자리 잡은 이후로 중세철학은 곧 그리스도 신학이었다. 중세에서는 그리스 철학의 인간중심에서 신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인간성 말살과 인간의 창조의식이 없어진 암흑시대이다.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자신의 삶을 성찰한 <명상록>의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에픽테토스, 세네카의 스토아 철학, 자신은 항상 부족하며 신에 의지 않고서는 결코 완전하지 못하다는 기독교 신앙의 초석을 마련한 ‘돌아온 탕아’ 아우구스티누스의 교부철학, 논리와 이성으로도 신을 증명할 수 있다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콜라 철학 그것이다.

합리론과 경험론
르네상스 시기와 근대 초기철학은 중세와 근세사이로 14세기에서 17세기에 일어났다. 이때는 교회의 지배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간관, 자연관으로 과거 고대 그리스 사상과 철학으로 복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된 흐름은 유럽대륙을 중심으로 한 합리론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경험론이다. ‘나는 생각 한다 고로 존재 한다’ 고 말한 데카르트로 대표되는 합리론은 선천적인 이성으로 과학적인 논리와 추리중심의 연역법으로 진리를 인식한다. 이에 반하여 베이컨으로 대표되는 경험론은 경험적 관찰과 실험에 의한 귀납법으로 진리를 습득한다.

이외에도 국가의 보존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는 값싼 도덕심과 동정 따위는 때론 버려야 한다는 <군주론>의 마키아벨리. 자연 상태 속에서의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가운데 있다고 주장한 <리바이어던>의 홉스, 현대 민주주의 이론이 된 <정부론>의 로크, ‘자연으로 돌아가라‘면서 국민주권과 저항권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회계약론>의 루소 등이 당시의 주요 철학자이다.

당시의 대표이론인 사회계약론은 ‘짐이 곧 국가’라는 왕권신수설에 대항하여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논리의 근거를 뒷받침했다. 자연 상태에서 개개인은 무질서하기 때문에 계약을 통하여 국가를 만들었으며 따라서 계약상 국가는 모든 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일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을 시 권력에 저항하여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 이론은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관념론과 유물론
18세기와 19세기는 근대국가의 탄생기이다. 경험론과 합리론 양자의 진리 인식방법의 관점을 떠나 상당히 자유롭게 인식한 <순수이성비판>의 칸트, 독일 관념론의 시작인 정-반-합의 변증법을 만든 헤겔, ‘고통은 최소화, 쾌락은 극대화’로 상징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자 벤담,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만큼 소비하는 사회를 꿈꾼 <자본론>의 마르크스, ‘신은 죽었다’며 기존의 관습과 제도로부터 억압되지 않고, 건강하며 생동감 넘치는 삶의 방식을 설파한 니체, 실용성과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식 사고방식의 실용주의 철학자 존 듀이 등이 이시대의 철학자이다.

언어철학과 분석철학
현대철학은 1930년대를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윤곽을 나타낸다. 현대 과학문명이 객관적인 것이 곧 진리라고 여기고 개인의 감정과 사고는 가치 없다고 하는데 반하여 인간내면의 주체적인 이성과 인간성의 가치를 강조한 후설, 철학적 작업을 논리와 언어의 오류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소하는 것으로 보는 분석철학자 비트겐슈타인, 후설의 제자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언젠가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자신의 죽음을 직시할 때 비로소 본래적인 삶을 찾을 수 있다는 <존재와 시간>의 하이데거,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행동하는 지성인’ 샤르트르,

개개인의 이성보다도 치밀한 사료수집과 역사 분석으로 각 시대마다 사회를 지배하는 인식구조를 분석하여 진실을 포착하는 구조주의 철학자로, 정치적 반대자, 노동자, 죄수, 이민자, 동성애자 등 핍박받는 편에 선 <감시와 처벌>의 저자 미셀푸코, 자본주의 산업사회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한 실천적인 정치 목표를 가진 비판이론 학자로써 자유로운 대화와 의사소통으로 억압과 지배 없는 사회, 해방된 인류를 꿈꾼 하버마스와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한 그람시가 있다.

 

철학을 할 수 있는 조건으로 ‘여유’
이 책을 읽으면서 언제 어디서나 철학이 탄생하는 것은 아님을 알았다. 철학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 분명히 있다고 느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을 할 수 있는 조건으로 ‘여유’를 꼽는다. 철학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었다. 인류최초 철학의 탄생지는 그리스 본토가 아닌, 소아시아 개척지에 있던 도시 중의 하나인 밀레투스(Miletus)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그리스 본토 도시는 인습에 억매이기 십상이다. 이보다는 새롭게 태어난 도시가 훨씬 자유분방한 생활과 사고를 가진다. 또한 생계에 쫓기는 사람은 삶과 세상에 대하여 생각할 여유가 없다. 밀레투스는 항구도시로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물자가 풍부한 무역의 중심지이다. 엄청난 부자도 많다. 절박한 일상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을 만큼 물질적 정신적 여유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많은 철학자들도 제법 여유 있는 조건에서 태어났다.

또한 항구도시 밀레투스는 자유롭고 합리적인 생각을 중시하는 곳이다. 항해를 하려면 날씨에 대한 지식과 배를 모는 기술을 바탕으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당시 그리스 사람들은 세상사를 신에게 기대어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여기 사람들은 스스로 곰곰이 생각하여 일어난 일들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구했다. 철학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받아들일 만한 근거와 증명을 통해서만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비판적인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위대한 과학자는 위대한 수학자이었고 위대한 철학자이었다. 뉴턴, 라이프니치, 파스칼, 데카르트, 피타고라스, 칸트, 베이컨, 비트겐슈타인 등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철학과 종교의 갈등관계
철학과 가장 대립되는 주제어는 종교이다. 이는 이성과 신앙과의 관계와 같다. 종교는 초월적 존재라는 믿음을 근간으로 한다. 특정한 관점을 진리로 보고 그 관점을 진리로 승격해 나간다. 이에 반하여 철학은 지식탐구를 근간으로 사회현상을 비판하고 선도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특정한 세계관이 아니라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한다.

종교와 철학, 신앙과 이성은 서로 갈등관계가 주(主)이고 보완관계가 부(副)이다. 그리스 철학이 논리적 합리적 사고인 이성의 시대였다면, 중세시대는 신앙 즉 신의 시대이다. 중세 기독교 시대가 끝날 무렵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성을 폄하하지 않고 신앙을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신의 존재 증명의 도구로 이성을 사용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기독교 신학에 접목시켰다. 이성 덕분에 인간은 창조된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17세기에는 합리주의, 경험주의 철학의 등장과 과학의 발달로 신앙이 아닌 이성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았다. 존 로크, 데카르트, 베이컨, 흄, 루소, 밀, 스피노자, 라이프니치가 그랬다. 니체는 ‘신이 죽었다’ 라고까지 말한다. 지나친 신중심의 세계관을 부정한 것이다. 그러나 350년이 지난 지금은 이성과 합리성이 최고의 가치는 아니다. 개인적 주관적 가치를 인정한 포스트모더니즘이 그 예이다. 자연을 단순히 이용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그자체로 가치 있는 것으로 보고 있고, 육체적인 욕구도 이성으로 억눌러야할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철학은 시대의 산물
일부사람들은 철학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라고 비판한다. 철학자 흄은 현실에서 멀리 떨어진, 인간이 알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논리를 만드는 철학자들을 비판했다. 철학은 상식의 세계인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신과 영혼, 진리와 같이 인간이 알 수 없는 문제에 대하여 굳이 철학자가 나서지 않아도 된다

 
     
 
 
임영호, 대전 출생, 한남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총무처 9급 합격, 행정고시 25회,대전시 공보관, 기획관, 감사실장, 대전 동구청장, 18대 국회의원, 이메일: imyoung-ho@hanmail.net
는 것이다. 나도 동의한다. 철학은 시대의 산물이다.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사상이 한 시대의 철학이 되어야 한다. ‘왜 이런 가난과 갈등이 생겼는지’, ‘어떻게 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 시대에 맞는 고민을 하여야 한다. 서양 철학사는 그 시대의 가장 고민거리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내용이다. 서양 철학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에게 입문서로써 이 책은 대단히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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