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돌진할 수밖에 없었나
그는 왜 돌진할 수밖에 없었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4.04.16 17: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슴농장주 민원제기, 행복청 민원해결 노력 기울였나

 사슴농장을 운영하는 이 모 씨가 15일 오전 자신이 타고 온 1톤 화물차량으로 정부세종청사 6-3동 1층 현관문을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5일 오전 9시 30분. 세종시 장군면에서 사슴농장을 운영하는 이모씨(59)가 자신이 타고 온 1톤 화물차량으로 정부세종청사 6-3동 1층 현관문을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멍 뚫린 정부세종청사 방호벽’이라는 제목으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트럭을 몰고 돌진한 이 씨의 행동이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가 왜 그러한 행동을 해야만 했을지 배경이 궁금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잖아요. 트럭을 몰고 들어간 이유를 생각해야지 핵심을 모르고 있어 사람들이... 속사정은 헤아리지 않고 힘없는 농민을 두 번 죽이고 있단 말이야.”

16일 오후 직접 찾아간 농장에서는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트럭을 몰고 돌진한 이 씨의 부인 A씨와 수의사, 그리고 이 씨의 친구 두 명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사건의 실상에는 관심 없고 정부세종청사가 뚫린 것에만 관심이 쏠려있다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트럭을 몰고 거기까지 갔겠습니까. 그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에요. 민원을 제기해도 힘없는 약자와 농민에게 법은 너무나 먼 곳에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없어요.”

지난 2004년부터 이곳에서 사슴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 씨는 현재 사슴 18두를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초 행복청에서 발주한 ‘행복도시~공주 연결도로’ 공사가 착공되면서 사건의 단초가 됐다. 공사로 인한 소음 및 차량 통행이 예민한 사슴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 것.

공사가 진행되던 중 차량의 소음과 진동에 사슴들이 놀라서 날뛰다 3마리가 다리를 다치는 등 피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 중 한 마리는 지난 2월에 죽기까지 했다. A씨는 “3마리에 대한 치료비는 시공회사에서 지급했지만 이마저도 순조롭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특히 죽은 사슴에 대한 보상은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공사 초기에는 양수펌프가 24시간 가동되어 소음과 진동이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스트레스가 심해 가동중단을 요청했지만 현장 관계자는 들은 척도 안했어요. 실랑이가 지속됐지요. 남편이 참다못해 양수펌프를 끄고 열쇠를 빼내 가동을 중단시키자 그때서야 조용한 수중펌프로 교체하더군요. 이게 지난 4월 5일입니다.”

A씨는 드러나지 않은 피해는 누구에게 보상받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슴의 성장 지연등 보이지 않는 피해는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인공수정을 한 암사슴들이 아직까지 산기가 보이지 않아 더욱 걱정이라며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새끼가 태어난다 해도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힘들어 일 년 농사를 망친 꼴이라는 것이다.

 관계기관이 설치한 가설방음벽<사진 중앙>. 오른쪽이 사슴농장 이웃의 소 축사. 방음벽이 정상적으로 제구실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농장 측은 주장했다.
그간의 고통스런 기억에 A씨는 목소리를 떨며 계속해서 울분을 토해냈다. 행복청이 배포한 민원관련 보도자료를 내보였더니 이내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온통 거짓말이에요. 가설방음벽을 설치하고 공사했다구요? 한번 보세요. 방음벽이 정상적으로 제구실을 하는지 보시란 말이에요. 또, 소음기준치를 만족했다고요? 공사작업이 없을 때 측정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A씨는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축사에 들어가자 사슴들이 놀라 제자리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예민하다는 반증이다. 한 우리에는 지난 2월에 죽은 사슴 한 마리가 휑하니 방치되어 있었다. “차마 치울 수 없었다”고 A씨는 흐느끼듯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15일 행복청은 즉각 ‘사슴농장 민원현황’이라는 보도 자료를 내고 그간 경위를 설명했다. 사슴농장 옆으로 가도를 개설하여 작업차량을 우회했고, 주간작업 및 소음관리 등 환경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사슴농장 옆에는 소 축사가 있으나 민원제기가 없다는 내용과 함께 주간 60db의 소음기준치를 만족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민원인이 환경분쟁조정위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구체적 요구내용 없이 피해보상을 요구 중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민원인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각종 개발로 인한 소음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고 갈등도 큰 것은 법적 기준치와 체감피해가 다른 것이 주된 요인이다. 관계기관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했었다는 지적이다. 법적 기준치만을 들이밀면서 피해자를 두 번 울리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편, 세종경찰서는 이 씨를 특수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로 입건한 뒤 16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촬영을 위해 축사에 들어서자 예민한 사슴들이 제자리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무 2014-04-18 17:57:59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조금만 더 배려 할 수는 없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