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는 어디에”, 애타는 마음
“실종자는 어디에”, 애타는 마음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4.02.27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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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특수임무유공자회 고복저수지 수색 발 벗고 나서

26일 오전 세종시 연서면 고복저수지 선착장 앞.
특수임무 유공자회 황문서 지회장과 이강화 부회장이 수색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16일 발생한 ‘며느리와 시어머니 실종사건’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 16일 오후 6시경.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시어머니와 60대 며느리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급박하게 접수됐다. 경찰은 즉각 수사와 함께 이들을 찾아 나섰다. 가족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인근 CCTV 등을 확인하고 이들이 동반 자살한 것으로 추정, 수색을 거듭해왔다. 소방본부를 비롯해 해병대전우회까지 나서 저수지주변을 이 잡듯 뒤졌지만 이들의 행방은 묘연했다.

 26일 오전 특수임무 유공자회가 고복저수지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작업에 나서고 있다.
특수임무유공자회는 사건발생 4일차인 지난 19일 현장에 투입됐다. 수색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이 정식으로 들어왔고, 이들은 수색에 나선지 반나절 만인 이날 오후 실종된 장소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며느리의 시신을 수습했다. 하지만 이후 사건발생 열흘이 넘었지만 시어머니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수색 11일차를 맞은 이날. 특수임무유공자회는 저수지 주변을 비롯해 바닥까지 샅샅이 뒤지기로 했다. 지속되는 작업에 지칠 법도 하지만 유족들의 애타는 심정이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다.

지켜보는 유족들을 뒤로하고 한 척의 구조정이 저수지 수면위로 미끄러져 나간다. 황 지회장과 이 부회장의 눈빛이 곳곳을 주시하며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한다.

“하루라도 빨리 연락이 왔으면 찾는데 수월했을 겁니다. 우리가 수중장비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는데다 고복저수지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도움이 됐겠죠.”

구조정을 출발시키며 이강화 부회장이 아쉬움을 내비친다. 실제 이들은 수색팀이 찾지 못했던 시신을 반나절 만에 찾아냈던 것. 그간 특수임무유공자회는 저수지 인근에서 일어났던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일조해오기도 했다. 유관기관의 초기대응이 아쉬운 대목이다.

인근을 살피던 이 부회장이 시신을 발견했던 부근에 다다르자 말을 꺼냈다. 그는 “고복저수지는 밤이 되면 바람이 하류에서 상류 쪽으로 강하게 분다”며 “시신이 떠올랐다면 상류지점에서 발견될 확률이 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복저수지의 구조 및 특성을 잘 알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황 지회장 역시 “고복저수지 하부는 가옥을 비롯해 전봇대 등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라며 “시신이 가라앉았다면 무언가에 걸려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지난 16일 고복저수지에서 발생한 ‘며느리와 시어머니 실종사건’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 특수임무유공자회가 발벗고 나서고 있다. 상황을 설명하는 이강화 부회장<사진 왼쪽>과 황문서 지회장.
30분, 40분 시간이 흐를수록 온몸에 한기가 올라온다. 저수지 수면 위여서인지 특히 차가운 기운이 매섭다. 칼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스산한 느낌마저 전율처럼 올라온다. 마스크를 쓴 이들의 복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번 수색에 나서면 50분씩 작업하고 쉬었다 해야 됩니다. 요 며칠간은 해병대전우회와 하루씩 번갈아가며 수색작업을 하고 있어요. 힘들어도 유족들을 위해 한 번 더 둘러봐야죠.” 수색작업을 마친 후 배를 선착장에 대면서 황 지회장이 한마디 던진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이들의 모습에 얼어붙었던 얼굴이 녹아내린다.

이날 수색작업에 유관기관 관계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황 지회장과 이 부회장을 지켜보는 유족들의 표정이 어둡다. 단지 따뜻한 커피한잔을 건네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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