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운명을 믿습니까
당신은 운명을 믿습니까
  • 심은석
  • 승인 2014.01.28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은석의 세상사는 이야기]"마음 가짐이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내"

   심은석 충남경찰청 정보과장
새해 첫 달 달력이 넘겨지려 한다. 곧 민족의 최대 설 명절이다. 고향에는 늙으신 부모님이 손자, 손녀를 기다린다. 산과 들에는 눈이 덮이고 시골 마을마다 귀향한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이동인구가 많을 것으로 예측하는데, 전북을 시작으로 전남, 충남으로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이 걱정이다. 방역당국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서해안 곳곳의 철새 도래지에는 철새의 폐사체 가 발견되고 있다. 충남에서 AI에 감염된 닭, 오리의 살 처분과 방역 초소현장에 경찰관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온 국민이 마음을 모으고 방제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조속히 예방 될 것으로 믿는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사람들은 좋은 날과 운을 점치는 사주와 관상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용하다는 역술인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불운과 액운은 피하고 길운과 길일을 택해 결혼도 하고 이사를 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운을 점쳐서 투자여부를 결정한다는 외신보도도 있다. 한국인의 70.1%가 사주를 본 적이 있다는 설문이다. 유독 한국인은 사주팔자와 길흉화복에 대한 운명적인 믿음이 강하다고 한다. 피하려고 애써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운명이라고 믿기도 한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위험과 불안이 커질수록 운명을 믿는 주술적인 요소가 커지게 된다. 흔히 사주팔자를 보게 되면 용하다는 역술인이나 점쟁이들이 그동안의 자신의 과거 행적을 잘 맞히고 사람들이 믿어 버리게 하는 능력이 있다. 자신의 슬퍼 했 던일, 어려웠던 일, 아파했던 일들을 꼭꼭 집어내는 점쟁이의 말을 무조건 믿어 버리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도 사주가 맞지 않아 양가의 반대로 헤어지기도 한다.

운명에 대한 재미있는 우화가 있다.
어느 동네에 신앙이 깊은 아저씨가 있었다. 마을에 큰 홍수가 몰아쳐서 마을 주민들이 대피했다. 그 아저씨는 신께서 구해준다는 믿음으로 기도를 하면서 주민들의 대피 권유를 무시했다. 집들이 물에 잠겨 버리자 마을 청년들이 보트를 타고 구하려 왔지만 자신은 신께서 구해 준다면서 거절했다.

지붕위로 대피한 그를 위해 헬기가 와서 구조하려 했지만 신께서 구해 준다면서 거절했다. 마을이 모두 잠기고 그 신앙이 깊었던 아저씨는 익사했다. 신께 간 그는 원망하면서 어찌하여 저를 버렸느냐고 항의 했다. 신께서는 나는 너를 구하기 위해 처음에는 마을 주민을 보냈고 또 다시 마을 청년들을 보냈고 마지막으로 헬기를 보냈지만 너는 거절했다. 운명이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운명을 만나고 싶다면 스스로 상황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자신이 개척해야 한다고 충고했다는 우화가 있다.

운명이라는 단어는 그 사용의 폭도 넓고 사람을 순응케 하는 마력도 있다. 어떤 정치인은 ‘운명’이라는 책을 발간하여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였고 “OO시는 나의 운명'이라는 책을 쓴 지자체장도 있다. ‘너는 내 운명’이라는 영화는 재미있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너는 내 운명’이라는 표현이 더 간절한 사랑표현이라고 연인끼리 사용하기도 한다.

운명, 사주팔자란 정말 맞는 걸까.
모 방송국 <추적 60분>에서는 일란성 쌍둥이의 엇갈린 인생과 범죄자들의 사주팔자를 통해 ‘운명’이라는 사주팔자가 맞는 것인지 보여 주었다. 사주팔자란 명리학에서 나온 말로, 탯줄을 자르는 순간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고유한 8개의 글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것이 명리학에서는 영원히 변치 않는 ‘운명’이 된다고 한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태어나서 40년 동안 한 번도 서로 보지 못한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인생을 비교하기도 하였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나서 똑같은 사주를 가졌지만 한 명은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입양되었고 한명은 국내에 남아 너무도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미국에 입양된 언니는 심리학과 교수가 됐고, 한국에 남은 동생은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의 모든 것이 처음인 언니와 다른 사람들의 운명을 예견해주는 직업을 가진 동생에게 서로의 엇갈린 운명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사주팔자가 같은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인생을 다르게 만든 것이 무엇인가. 사주팔자가 같은 사람이었다면 비슷한 운명의 인생을 살아야 했는데,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어찌 설명할까? 동일 동시에 태어난 많은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한다.

   운명은 스스로 준비하고 개척하려고 할 때 순작용을 하게 된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특히 가족들이 만나는 설명절을 앞두고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점쳐보고 싶어한다. 올해는 좋은 일이 있겠습니까? 올해 승진운이 있나요? 곧 있을 지방선거에 운이 있나요? 올해 장사운은, 사업운은? 어디에서 장사해야 성공할수 있나요, 결혼해야 하나요?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합격하나요? 등등, 운명에 대한 기대와 소망은 다양하다.

이러한 물음은 자신의 운명을 숙명에 맡겨버리고 싶은 심리가 아닌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불안할수록 사주와 운명, 길흉화복에 대한 숙명적인 믿음이 커지는 것은 어찌 설명할까? 전문가들은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고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역술인들이 말하는 길흉화복에 대한 조언에 한국인들이 민감하다는 외신의 보도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운명에 순응하는 것은 자칫 체념이 될 수 있다. 운명에서 예견하는 긍정적인 신호는 적극 받아들이고 나쁜 운은 멀리 할려는 노력이 운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되면 어떨까? 운명에 대한 확신은 자기신념과 자신감, 열정과 희망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위험이 커지고 사회적 신뢰가 낮고 불안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역술인과 운명을 점치는 사람들이 말하는 길흉화복에 의존할 수가 있다. 운명에의 맹신은 삶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자기 극복의 의지를 감소시키지 않을까? 사회적 신뢰를 높이고 불확실성을 없애고 법질서와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주술적 요소를 멀리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기도 한다.

다가오는 설 명절에는 조상에 제사 지내고 성묘하면서 가족의 안녕을 빌고 깊은 신앙심으로 안전과 안심과 안정을 만들어 가는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져 보련다. 경찰은 불안과 위험, 사고와 범죄로부터 안심과 안전을 지켜 행복한 설명절이 되도록 특별 방범활동 등 도로와 도심을 누빈다. 예측 가능성과 기대가능성, 신뢰와 안전의 치안공공재를 만드는데 더욱 노력 할 것이다. 국내외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어떠한 마음가짐을 갖는가 하는 것이 미래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운명을 개척하고 극복하는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필자 심은석은 초대 세종경찰서장으로 역임하고 현재 충남경찰청 정보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