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야망'의 하녀이다
'불안'은 '야망'의 하녀이다
  • 임영호
  • 승인 2013.11.23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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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독서길라잡이]알랭 드 보통의 '불안'..."인생은 불안, 불안..."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누굴까? 21세기 철학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다. 그는 일상의 철학자이다. 고단한 인간의 삶을 쉬운 일상의 용어로 풍부한 지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심오한 통찰력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가 내놓은 이 책 『불안』도 그렇다.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파헤치기 위하여 루소, 칸트, 소로우, 플로베르, 쇼펜하우어, 러스킨 등 학자와 예술가들을 시공간을 초월하여 불러와 자유로운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 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인이다.󰡓(p57)

불안의 원인은 무엇인가?
알랭 드 보통은 그 불안이 생기는 원인을 총 다섯 가지로 제시한다.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다.

   '불안'의 저자 알랭 드 보통
지위는 세상의 눈으로 본 사람의 가치나 중요성이다.
첫째는 사랑의 결핍이다. 불안은 지위와 직접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지위는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 넓은 의미에서는 세상의 눈으로 본 사람의 가치나 중요성을 가리킨다. 사회에서 제시한 성공의 이상(理想)에 부응하지 못할 위험에 처해 존중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 불안이 찾아온다. 왜 그렇게 지위에 관심이 있는 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가 우리의 자아상(自我像)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자신을 존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면 스스로도 자신을 용납하지 못한다.

돈, 명성, 영향력은 사랑의 상징이다. 이것들은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다. 흔히 이름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호의적인 눈길을 받으나 낮은 지위의 사람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 부자는 부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세상의 관심을 끌어 모으나 가난한 사람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자리는 우리에게 전례 없는 중요성을 가지게 된 일용품, 즉 사랑을 얻는 열쇠이다.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자신의 인격을 신뢰할 수도 없고 그 인격을 따라 살 수도 없다.

󰡒가난이 낮은 지위에 대한 전래의 물질적 형벌이라면, 무시와 외면은 속물적인 세상이 중요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내리는 감정적 형벌이다󰡓(p 8)

두 번째는 속물근성이다. 속물이란 하나의 가치척도를 지나치게 떠벌리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속물의 독특한 특징은 단순히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본다는 것이다. 속물의 일차적 관심은 권력, 명성과 업적이며, 권력구조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리고 순식간에 속물의 존경대상도 바뀐다. 속물들이 화려한 장식을 과시하는 물건을 가지는 것도 탐욕이라기보다는 남들의 경멸에 압박감을 느낀 감정적 상처다. 이런 속물근성으로 사람들은 피곤하고 사람들로부터 멀어질까봐 불안해한다.


"우리의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야말로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다. 키 작은 사람이라 해도 고만 고만한 사람들 사이에 살면, 키 때문에 쓸데없이 괴로워하지 않는다."(P 57)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와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과의 비교이다. 이감정은 자신의 기대와 맞물려 불안으로 키워진다. 서양문명 2000년의 장점은 물질적 발전이다. 따라서 실제적 궁핍은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감과 궁핍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고 외려 늘어나기까지 했다.

그런데 부의 적절한 수준은 결코 독립적이지 않다. 우리와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조건과 우리의 조건을 비교하여 결정된다. 오직 우리와 함께 자라고, 함께 일하고, 친구로 사귀고, 공적인 영역에서 동일시하는 사람들만큼 가졌을 때, 또는 그보다 약간 더 가졌을 때만 우리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불평등을 고려할 때, 엄청난 축복을 누리며 사는 사람보다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약간 나을 뿐인데도 질투한다. 왕족이나 재벌아들을 부러워하지 않으면서 바로 옆에 있는 친구들을 질투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성공을 거둬야만 우리자신에게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또 어떤 일에 실패했다고 해서 반드시 수모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자존심과 가치관을 걸고 어떤 일을 했는데 그 일을 이루지 못했을 경우에만 수모를 느낀다. (P 78)

루소에 따르면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없는 뭔가를 가지려할 때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로 소유한 것이 아무리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부유하다고 느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와 같다고 여겼지만, 우리보다 더 큰 부자가 된 사람과 실제로나 감정적으로나 거리를 두면 된다. 결론적으로 행복의 수준을 결정할 때 중요한 것은 기대의 역할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아무리 비천하다 해도 자신에게 모든 기회가 열려 있음을 안다……만일 되풀이하여󰡐바보󰡑라는 낙인이 찍히면 허세를 부릴 수가 없다……이제는 자신이 열등한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와는 달리 기회를 박탈당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열등하기 때문에 말이다."(P 114)

능력주의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진다.
세 번째 능력주의이다. 능력주의 시대에는 출신, 성별, 인종, 연령은 개인의 발전에서 넘을 수 없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제 실패한 사람은 그럴만해서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회적 위계는 단계마다 거기에 속한 사람의 자질을 엄격하게 반영한다. 따라서 훌륭한 사람들이 성공하고 게으름뱅이가 실패하는 것은 이미 굳어진 조건이다. 훌륭하고 똑똑하고 유능한데도 왜 여전히 가난한가하는 문제는 새로운 능력주의 시대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이 답을 해야 하는 더 모질고 괴로운 문제가 되었다.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지게 된다.

예측 불가능한 요인 때문에 그 결과가 불확실하다.
마지막으로 불안의 원인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 근대 사회의 위대한 야망은 개인적 성취이다. 이 개인적 성취란 주로 경제적 성취를 의미한다. 이제 지위는 신분보다는 급속하게 움직이는 무자비한 경제 내에서 거두는 성과에 달려있다. 경제적 특성 때문에 지위를 얻으려는 노력은 예측 불가능한 요인 때문에 그 결과가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생계를 유지하고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적어도 불가측성의 다섯 가지가 뜻대로 따라 주어야한다. 지위가 성취에 의존한다면 성공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것은 재능인데 재능은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며, 그 예민한 신들의 마음이 바뀌면 한방에 날아갈 수 있고, 합리적 통제가 아무리 가능할지라도 신의 힘과 자연의 예측 불가능한 변덕인 운에 달려 있고, 고용주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서 자신만을 위해 살 수는 없기에, 성과는 자신의 맡은 일에서 최고라기보다는 그 고용주의 마음에 전적으로 달려 있고, 고용주는 변화무쌍한 세계 경제 속에서 회사자산과 종업원들의 목숨을 걸고 도박사처럼 계속 모험을 해야만 한다. 일의 성과를 기준으로 우리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수준이 결정되는 사회에서 우리의 요구와 세상의 불확실한 조건사이의 불균형은 지위에 대한 불안을 끈질기게 들쑤신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을 해소하는 치유책도 제시한다. 그것은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등이다. 저자는 2000여년의 역사를 지탱해온 철학, 문학, 종교, 예술 등 방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경제적 능력에서 비롯한 사회적 지위로 인한 불안을 처방한다.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쓸데없는 불안이다.
철학은 외부와의 의견과 맺는 방식에 이성이라는 논리적 사고를 거치게 한다. 남들이 우리를 보는 눈으로 자기 자신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모욕은 근거가 있든 없든 우리에게 수치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경멸하는가? 경멸하라고 해라. 나는 경멸을 받을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할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이 진정으로 무서워할 만한 것인지 자문해 보라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공연한 걱정이나 쓸데없는 불안이다.

예술은 삶의 비평이다. 소설, 회화, 희극, 비극 등 예술작품은 우리의 시각을 교정해주고, 아름다움을 인식하도록 교육하고, 고통을 이해하거나 감수성에 다시 불을 붙이도록 돕고, 감정이입 능력을 길러주고, 슬픔이나 웃음을 통하여 도덕적인 균형을 다시 잡아준다. 일반사회에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등급을 매기는 방식에 대하여 비평, 풍자나 분노를 통하여 문제를 제기한다. 소설이든, 그림이든, 개그 콘서트든 한결 우리 마음을 후련하게 한다.

모든 시대의 지배적 관념은 늘 지배계급의 관념이다.
정치는 사회의 목소리 큰 사람들이 선험적 진리로 여기는 견해들이 사실은 상대적이고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깨우친다. 마르크스가 말한 대로 모든 시대의 지배적 관념은 늘 지배계급의 관념이다. 정치적 관점이 없으면 이데 오르기는 무색무취의 가스처럼 사회에 방출된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그랬다.

정치적 관점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데 오르기에 대한 이해다. 분석을 통하여 이데 오르기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밝혀 그 뇌관을 제거하는 것이다. 지위에 관련된 열망 때문에 생기는 불안이나 불편을 완벽하게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거기서 오는 피해의식, 수동적 태도, 혼란을 현저하게 낮춰준다. 정치적 관점은 아무런 회의(懷疑)없이 무조건 숭배하고 존경하는 경향이 조금이라도 줄어든 세상을 만드는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 존 러스킨(John Ruskin)의 정치적 메시지 󰡒당신들은 도둑떼다 󰡓라고 일갈한 것이 떠오른다. 그는 부에 대한 금전적 관점을 버리고 친절, 호기심, 감수성, 겸손, 경건, 지성이라는 삶에 기초한 관점을 채택하라고 하였다.

종교는 가난을 선과 공존시킨다.
기독교는 단테의 『신곡』에서와 같이 세속적 위계를 비틀어 놓았거나 뒤집어 놓았다. 지상과 천국에서 차지하는 차이 때문에 신자들은 성공에 대한 억압적인 일차원적 비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독교는 위계의 개념을 없앤 것은 아니다. 성공과 실패를 윤리적이고 비물질적인 방식으로 재규정했다. 가난이 선과 공존할 수 있고, 초라한 직업이 고귀한 영혼과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자신이 유한하다고 생각하는 것 외에 다른 사람의 죽음, 특히 큰 열등감과 질투를 느끼게 되는 업적을 쌓은 사람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지위로 인한 불안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덤이나 폼페이와 같은 폐허가 된 유적지를 여행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폐허나 무덤은 세속적 권력이라는 불안정한 보답을 얻으려고 마음의 평화를 포기하는 어리석음에 대하여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상 때문에 괴로워하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을 너무 크게 생각하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파괴라는 힘의 장난감이라는 사실이다. 지위에 대한 하찮은 걱정을 천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우리 자신의 미미함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가 된다.

영혼에 필요한 것을 사는데 돈은 필요하지 않다.
보헤미아(Bohemia)는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고, 그것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태도이다. 보헤미안들은 󰡒부르주아지를 증오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라고 할 만큼 세속주의를 경멸했다. 이것은 19세기 초에 탄생한 경제적이고 능력주의적인 지위체계에 대립하는 입장이다. 보헤미안들은 경멸하는 직업에 인생을 바치는 것이 두려워 빈곤을 감수한다. 돈과 실용적인 직업이 영혼을 부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탕달의 말을 빌리자면 부드러운 감각을 향유하는 능력을 부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헨리 소로우는󰡐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어야한다󰡑는 걱정을 하지 않으면 아주 적은 비용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며, 자신이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공개했다. 돈이 없다는 것은 다른 쪽 활동에 쏟는 쪽을 택했으며, 현금이 아닌 다른 것에서 부유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영혼에 필요한 것을 사는데 돈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공은 단일한 가치 외에 다른 길도 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지위에 대한 불안이 아주 불쾌하다고해도 그 불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이 거기에 노예처럼 얽매여 있다는 것이다. 철학, 예술, 정치,

 
     
 
 
임영호, 대전 출생, 한남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총무처 9급 합격, 행정고시 25회,대전시 공보관, 기획관, 감사실장, 대전 동구청장, 18대 국회의원, 이메일: imyoung-ho@hanmail.net
기독교, 보헤미아는 지위 위계를 없애려한 것이 아니다. 성공과 실패, 선과 악, 수치와 명예의 구분 자체는 인정하되 재규정하려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불안』은 우리 삶에서 성공이 단일한 가치, 예를 들자면 장관, 국회의원, 판검사, 교수, 부자의 길과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우리와 같은 패자나 이름 없는 사람에게 말하며 위로와 확신을 얻게 하는 것이다. 결국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데서 시작된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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