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년을 이어온 양화리 일대 장남평야에는 올해부터 그 전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다. 용트림하는 정부 세종청사가 들어섰고 나성리 일대에는 첫마을이라는 생소한 마을이 넓디넓었던 들녘을 대신하고 있다.
이제는 ‘세종시대’.
대한민국의 정기가 수도 서울에서 중부권 최고의 도시 ‘세종시’로 이전하고 있다. 정부가 오고 공직자가 내려오고 국민들이 몰려온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부족해 창세기와 흡사한 ‘천지개벽’(天地開闢)이란 용어가 동원되고 있다.
메뚜기와 개구리, 그리고 감성리 명물 백로가 뛰놀던 논두렁에 이제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새겨지고 있다. 개발의 이면에는 ‘자연파괴’라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지만 사람들은 그걸 반기고 있다. 기대심리 탓이다.
내달 13일이면 정부청사 2단계 이전이 시작된다.
통틀어 1만 여명이 넘는 인구가 세종시로 편입된다. 이주민을 맞는 세종시는 대책회의에 분주하고 첫마을과 어진동 주변에는 상가 짓기에 부산하다. 부족한 시설 보완을 위한 서두름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세종의 가을은 찾아왔다.
정부 청사 주변에 공터에는 인공으로 가꾼 코스모스가 길 다란 청사 건물을 배경으로 널따랗게 펼쳐져 있다. 그런가하면 세종시의 명물 ‘호수공원’은 하늘빛에 물들어 시리도록 파란색을 만들어 냈다.
가을밭은 가난한 친정보다 낫다고 했던가.
알곡이 털어져 나간 논에는 아직도 남은 추수를 기다리는 농작물이 남아 마지막 가을걷이를 맞고 있다. 금싸라기가 된 세종시 땅에 지은 농사는 부가가치가 너무 적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세종시의 가을이다.
원주민이 살고 원도심이 되고 있는 조치원읍의 가을은 은행잎이다. 내년 12월 예정지역 입주를 앞둔 세종시청 오르막길의 노란 은행잎이 처절해 보인다. 가을바람에 후루룩 떨어지는 은행잎은 차도를 노란색으로 도배했다. 그 길을 가는 길손들이 은행을 한 줌 모아 공중으로 날린다.
세종의 가을은 그렇게 깊어만 가고 있다.
내년 이맘때면 그 가을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시청의 수장도 선출되고 교육청의 책임자도 직선으로 뽑게 된다. 시민들을 살 갑게 맞아줄 시의원도 마찬가지다.
변화의 시대.
조치원에서 연기에서 세종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흐름을 타면서 시민들이 행복해지는 명품도시가 탄생되길 올 가을에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