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준비, 노력이 시작점
행복한 가정은 준비, 노력이 시작점
  • 강수인
  • 승인 2012.04.06 14: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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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의 생활 속 이야기]미국 입양 가정에서 느낀 부모의 자격

행복한 가정은 철저한 준비와 나름대로의 보이지 않는 부모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 미국생활이었다. <사진은 미국에서 온 가족과 함께 경주 불국사에서 한 기념 촬영>
2년 전 여름, 우리 가족에게 아주 반가운 손님이 왔다. 미국 가정이었는데 헤어진 지 1년 반 만에 아이들을 위해서 한국을 찾은 것이다. 그 집 아이 다코타(Dakota)와 케이시(Casey)는 모두 한국 입양아였다. 우리가 미국에 있을 때 가족 만남을 해 온 터라 반갑기 그지없었다.

당시 아이들 부모는 한국에 가기 위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두세 가지 일을 하며 돈을 모으고 있다고, 언젠가 한국에 가면 만날 수 있겠냐고 말했었다. 그 때 한 약속이 드디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메일로 도착 일정과 날짜별 행선지, 여행사 등 정보를 주고받으며 합류할 수 있는 날짜와 장소를 서로 맞췄다.

장소는 경주.
그들을 한국에서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10여 가정이 같이 왔는데 사전에 우리와 합류한다고 동의를 구한 상태였다. 그들에게 미국에서 같이 살다 온 가정이라고 우리를 소개하자 그들은 밝은 미소와 박수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이내 아이들은 버스 뒷좌석으로 몰리며 알아들을 듯 말 듯 한 그들만의 영어를 속삭이며 금방 친해졌다. 그 모습을 힐긋힐긋 보며 어른들의 표정을 살피니 그들 역시 즐기고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경주에 오기 전 이미 아이들을 입양한 홀트아동복지원을 통해 친부모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사정상 못 만난 아이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표정은 밝았고 담담히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내심 놀랐다.

아이들을 입양하기 위해 한국에 와서 입양심사와 함께 어렵게 가슴으로 낳아 미국에서 가정을 이룬 그들, 그들의 집 거실에는 어릴 적 아이들의 사진과 한국 이름이 소중히 간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훈육하고 그들의 뿌리를 찾아주기 위해 우리 같은 한국 가정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었다. 우리도 서로 초대하면서 김치 담그기와 김밥 만들기, 윷놀이, 재밌는 우리말 가르쳐주기 등 한국을 알리고 문화를 느끼는 즐거운 시간을 종종 가졌다.

얼마 전 미국의 유명한 여배우 캐서린 헤이글이 한국 입양 아이를 키우며 찍은 뮤직 비디오가 인터넷에서 화제였다. 자신의 모습을 닮지 않았지만 꾸미지 않은 순수한 부모의 마음으로 사랑이 가득한 표정을 선보여 많은 사람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아빠 켈리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아빠에게 달려가 품에 안기는 해맑은 아이의 모습을 몇 번이고 되돌려보며 진정한 가정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고향인 한국이 다 품고 안아 주어야 할 아이들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어느 곳이든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 한국, 그러면서도 아직 핏줄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봄이 왔다, 씨를 뿌렸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결실을 맺을까? 결혼을 했다,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이 저절로 자라서 행복한 가정이 이루어질까? 열 달 동안 아이를 품에 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그들은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들끼리 쉽게 웃고 떠들면서 친구가 되는 것을 보고 가족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의사가 말했다. 가족이란 무엇이냐는 환자의 물음에 '핏줄은 이어져 있지 않아 아픔을 대신할 수는 없어도 아픔을 같이 느끼며 공감하고 같은 입장에서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부모 될 준비가 되었는지 어려운 심사과정을 거치고 결코 적지 않은 수수료를 기꺼이 지불하면서 한 가정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 이젠 우리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부모로서의 자격을 다할 수 있는 준비와 노력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본다.<필자 강수인은 올해 44세로 자녀 둘을 둔 가정 주부이다. 최근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살면서 그곳 학교에서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자녀 교육 방식을 전해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매월 서너번에 걸쳐 잔잔한 가족 얘기를 주제로 한 글을 '세종의 소리'를 통해 연재할 예정이다./편집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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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을 2012-04-09 11:57:03
요즘우리도믾이바뀌었죠
외국으로보내는것보다 우리나라에서 예쁘게들자랐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