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민초들의 고달픈 삶을 담았어요"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고달픈 삶을 담았어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4.03.18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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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국의초상' 사진전 전재홍 작가, "현장감 살린 인물 찍었다"
한센인, 위안부, 남경 대학살, 731부대 등 역사 현장 찾아 앵글로 고발
비오케이 아트센터에서 사진전 '제국의 초상'을 여는 전재홍 작가

사진작가 전재홍이 일제강점기 침략의 역사를 기록으로 밝히는 ‘제국의 초상’ 사진전을 19일부터 24일까지 세종시 국책연구원에 위치한 비오케이 아트센터 6층에서 개최한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보이’ 참상을 앵글로 고발한 전 작가는 이번에는 일제에 저항한 민초들의 삶과 그들이 얽혀있었던 현장을 직접 찾아 사진으로 남겼다.

‘제국의 초상’ 전에는 한센인, 위안부, 남경 대학살 사건, 731부대, 강제징용 등을 촬영한 약 40여점의 작품들이 전시되며 일제강점기 수난의 역사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을 교훈으로 전해주고 있다.

전재홍 작가를 전시회를 하루 앞 둔 18일 오전 9시 ‘세종의소리’에서 만나 뒷얘기와 사진전에 담긴 의미 등을 들어보았다.

- 먼저 ‘제국의 초상’ 전시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가.

“1990년대 논산 강경지역 일본식 건축물 촬영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소록도에 유일하게 일본 신사가 남아 있다는 얘길 들었다. 소록도를 찾았는데 그곳에서 사지가 성치않는 한센인 장기진씨를 만났다.”

전 작가는 장기진씨 얘기를 계속 전했다. “네가 집에 있으면 형제자매가 시집, 장가를 못간다”는 순사의 말에 고민 끝에 소록도 행을 결심했다고. 거기에서 일본신사 참배 반대를 하다가 구타와 함께 단종(斷種)까지 당했다.

- 그게 어떤 계기를 만들었는가요.

“그곳에서 당시 한센인의 생활은 비참했다. 장씨를 업고 계단을 올라 신사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생존해 있는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의 기록을 생각했다. 그래서 2003년부터 20년간 앵글을 그 쪽에다 맞췄다.”

사할린에서 영주 귀국한 고려인 2세와 후손들이 모여 포즈를 취했다. 청주 오송 2009년 촬영

- 일본군 위안부 모습도 전시된다고 들었는데....

“가슴 아픈 역사를 중국에서도 목격했고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꼈다. 나눔의 집에는 일본군 위안소 재현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촬영은 정말 힘들었다. 많은 분들이 트라우마가 있어 촬영에 응하지 않았다. 사진 속에 문필기(2008년 작고), 이옥선 할머니가 용기를 내줘서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작가 전재홍은 당시 현장을 찾아 피해자들을 피사체로 촬영해 공간이 주는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인물 중심의 피해자들과 현장감 있는 공간이 잘 어울리는 전시회를 통해 일제 강점기, 선대들의 질곡의 삶을 표현했다.

- 원자폭탄 ‘리틀보이’ 피폭자 2세들의 고달픈 생활도 카메라에 담았는지요.

“당시 두메산골인 경남 합천 군민들이 먹고살기 위해 군수공장이 많은 히로시마로 강제 징용되어 갔다가 ‘리틀보이’에 피폭당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국가의 보호는 고사하고 피폭자로 낙인이 찍혀 오랜 기간 냉대를 받는 처치에 있었다. 피폭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전자 손상에 따른 갖가지 질병들이 대를 이어 발현되는 2세 환우 문제 또한 심각한 현실이다, 그걸 고발하려고 노력했다.”

- 중국 남경에 가서도 일제강점기 중국인 피해자들을 만났다고 들었다. 어떤 기록을 남겼는가.

“생존자 예취평씨를 만났다. 부모는 일본군에 의해 총살당하고 자신은 어깨를 관통하는 총상을 입었으나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이다. 역시 사진과 당시 공간을 함께 촬영했다. 이번 전시회에 걸린다.”

일제강점기에 제작되어 소록도병원에 남아 있는 사체 해부대 앞에 선 장기진씨. 2003년 촬영

- 생체 실험장인 ‘하얼빈 731 부대’ 생존자 사진도 전시되는가.

“지인의 도움으로 생존자 손전본씨를 731부대에서 만났다. 그 부대 보일러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는 패망직전 부식조달 임무를 받고 부대를 떠나있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패망 직 후 일본 군인들은 수많은 마루타와 근로자를 살해하고 보일러에 넣어 태웠다고 한다.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고 사진 촬영에 많은 참고가 됐다.”

작가 전재홍은 일본 패망 직후 일제가 남겨준 한반도 분단이라는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시작된 이념전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남북이 전쟁을 벌인 한국전쟁이 이념에서 비롯된 절정의 현상이라며 현재 제주 4.3을 재조명하기 위해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그가 본 앵글로 제주의 비극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세종시문화관광재단 전문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개최하게 됐으며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망라되어 교육적인 가치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얼어붙은 두만강과 북한 남양시를 배경으로 선 조선족 중국인 전광운씨. 부모를 따라 만주로 이주한 전씨는 한국전쟁 개전 시 북한군에 편입되어 참전했다. 2006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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