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넘고 k-김밥으로 우뚝서길 기원한다
스시넘고 k-김밥으로 우뚝서길 기원한다
  • 류태희
  • 승인 2024.03.01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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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류태희 세종시 문화분야 특보...발상의 전환이 대 히트 상품 만들어
 K-김밥도 대표적인 단짠음식으로 사람들의 '건강 입맛'을 잡는데 충분한 조합을 가지고 있다.

나도 어느새 내 인생의 마지막 마디 어디쯤을 지나고 있다. 이 마디쯤에는 그야말로 최백호의 노래대로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살펴보고 알아차리는 것이리라. 물론 거기에 내 몸과 마음의 안녕을 위하여 온전하게 나에게 집중하며 나를 돌보려면 음식이 그 반을 차지한다. 

마침내 내가 어떤 음식을 선택하여 먹기까지는 나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또 한 그 취향은 나를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표현해주고, 또 다른 어떤 집단과 구별 짓게 한다. 먹기 행위는 이렇게 살아가면서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형성되고 다듬어지는 사회화의 한 형태이다. 

음식 가치는 영양이나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거나 배고픔의 고통을 면하기만이 아니다.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적 가치와 인간관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울러서 그러한 가치들을 음식으로 구매하고 소비하는 행위를 통해 자아로 전이 될 것이다.

내 인생의 첫 스시의 기억은 70년대 말 여의도로부터 시작한다. 국회의사당과 방송국, 은행과 증권사를 비롯한 기관들이 즐비하고 63층이 한국의 위상을 드러내던 호시절이었다. 바디딜 틈이 없을 정도의 일식집에서 만난 스시는 도마 위에 줄을 맞추어 있었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먹었을까? 

단촛물에 버무린 밥, 한 입 크기로 알맞게 포를 뜬 생선회, 그리고 푸른색의 난생 처음 먹어 본 와사비가 하나하나 내 입에서 씹혀지며 내는 맛이라니. 정말 놀라운 맛이었다. 이 단순한 조합이 여러 개의 미묘한 차이가 오히려 극명하게 느껴지기 까지는 재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생선의 숙성정도와 밥알의 찰기와 간, 온도감이 각각이 가지고 있는 기름기의 풍미와 여러 요소들이 저작되며 무지개같이 미각을 뽐낸다. 그러나 스시는 단맛과 짠맛의 섬세한 균형을 읽어내고 단맛은 설탕과 식초로 맛을 낸 쌀에서, 짠 맛은 간장과 사용된 통핑에서 나온다. 이렇게 함께 어우러져 고소하면서 만족스러운 조화로운 맛의 길을 찾는 것이 요리사의 몫일 것이다.

이제 음식은 하나의 ‘문화 상품’이다. 우리는 단지 영양과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서만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둘러싼 문화적 가치도 함께 먹게 된다. 결국 나는 남과 다른 나임을 표현하기 위해서 남과 다른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먹기는 하나의 철학(?) 일상의 관행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하나의 문화로서 세속적 수단이 되었다. 

이것과 맞물린 한 축에 한류푸드를 대입해본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 혹은 K-콘텐츠 열풍이 냉동 김밥 미국 수출의 대성공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하기 힘든 발상으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주는 자긍심은 엄청나게 크다.

살펴보면 냉동 김밥 수출 성공 사례는 ‘콜럼버스의 달걀’을 닮았다. 둥근 달걀을 그대로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콜럼버스는 달걀의 밑을 깨서 세웠다.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먼저 상식을 넘어 그런 발상을 하는가 하는 것이다. 알고 나면 너무나 평범한 발상이지만 첫 발상을 하기는 쉽지 않다. 전기차 시대의 선도자 일론 머스크가 보여주듯이 상식을 깨는 새로운 발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스티브잡스로 상징되는 애플의 성공의 일부는 뉴욕에서 시작되었다. 뉴욕의 점심시간이 지날 무렵에 벌어지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표정에 한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 잔이 들려 있다. 그리고 귀에는 하얀 이어폰이 꽂혀있는 멋진모습을 바라보며, 이것을 따라하는 데칼코마니가 스티브잡스 성공방식에 일조한 것이다. 또한 에비앙을 마시면 세련되어 보인다. 왜 그럴까? 

알프스 만년설이 녹아내린 미네랄워터인 에비앙은 수도꼭지나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이 아닌, 고급 생수의 지위를 만들어낸다. 가격이 비싸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물이 아니라는 것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푸아그라도 동참한다. 이것을 먹어봤다는 말 속에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를 먹었다는, 자신이 그런 걸 먹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자부심이 어딘지 모르게 풍겨나지 않는가? k-김밥도 이러한 서사를 통해야만 세계속에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세종 홍판서댁(국가민속문화재 제138호) ‘문화유산 한옥’의 백원기 대표이사와 유성의 한 스시집 방문기를 써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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