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가 김밥의 옷을 입다
스시가 김밥의 옷을 입다
  • 류태희
  • 승인 2024.02.19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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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류태희 세종시 문화분야 특보...'초밥' 에도시대 패스트푸드

요즘 흔히 초밥이라고 부르는 것, 즉 에도마에(江戸前寿司) 스시는 역사상 최근의 현상으로, 에도시대 후반 19세기 초에 패스트푸드의 편리한 형태로 등장했다. 

그때까지 '스시'는 소금과 밥(어떤 경우에는 술지게미와 누룩)을 섞어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발효시킨 생선과 밥을 발효시킨 것이었다. 쌀 성분은 원래 발효제였기 때문에 먹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나레즈시(김초밥)라고 불리는 이러한 종류의 스시의 예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먹고 있는 비와호 지역의 후나즈시가 있다. 특히 모양이 총을 닮았다고 하여서 대포마끼라고도 부르는 호소마끼(細卷:김 한장을 반으로 잘라 밥의 가운데에 박속을 넣어 만든 것)나 데까마끼(鐵火券:생선말이김밥)는 에도지방에서 창안되었다.

그러나 발효되지 않고 밥과 함께 먹는 에도마에 스시의 유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효식품의 사회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와인, 술, 치즈, 된장, 교쇼 액젓과 같은 소비재는 모두 해당 음식 문화의 핵심 구성 요소다. 적절한 발효에는 식품이 상하기 직전에 화학적 부패 과정을 안정화하는 것이 포함되므로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을 익히면 사람들은 자연적으로는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인공적인' 맛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음식과 음료에 부여되는 높은 가치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먹어온 발효 음식을 문화의 필수 불가결한 부분으로 여기면서 얼마나 강하게 동일시하는지에 반영되지만, 외부인들은 그것을 '냄새나고 불쾌하다'고 표현한다. 

일본의 낫토나 한국의 홍어를 삭힌 홍탁이 완벽한 그 예이다. 세계의 모든 문화가 그렇듯 원형의 이탈과 변형은 오히려 문화발전의 핵심동력이라 볼 수 있다. 그것은 중국의 춘장이 우리에게서 짜장면을, 일본식 간장과 된장이 생선조림과 미소된장국으로 파생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치 인류의 DNA처럼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재미난 또 하나의 분화(分化)가 일어난다. 바로 지금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가 있는 한류의 김밥이다. 김 자체는 한반도에서 삼국시대부터 먹었다. 삼국유사 기록과 명나라에서 편찬된 본초강목을 보면 "신라의 깊은 바다에서 채취하는데, 허리에 새끼줄을 묶고 깊은 바다에 들어가서 따온다. 

그 당시 김 자체는 양식이 아닌 채취 하는 형태이기에 상당히 귀했다. 고려 시대부터는 시중에 유통과 보관 특히 선물 공물 진상을 위해서 종이 형태의 판김인 해의(海衣)가 등장한다. 고려 말기 조선 초기 시대에 목은 이색의 시에 강릉절도사가 보내준 해의에 감사하다는 내용에 있으며, 공물 진상품으로써 백성들의 고충이 있다는 기록들이 조선왕조실록에, 김 양식에 대한 최초의 문헌은 1424년에 집필된 경상도지리지에 나온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 통용되는 김밥은 노리마키(海苔巻き), 그 중에서도 간토의 '호소마키(細巻き)'보다는 간사이 지방에서 발달한 '후토마키(太巻き)'에서 유래되었다. 직역하면 각각 노리마키는 '김을 만 것', 호소마키는 '얇게 만 것', 후토마키는 '두껍게 만 것'으로, 일본의 특색 있는 스시이다. 

이것이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전래되었고, 해방 이후 경제 성장기를 거치며 우리나라에서 현지화, 변형된 것이 한식의 김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김 자체를 판김 형태로 불에 구어, 밥이나 다른 곡식을 김에 싸 먹는 김쌈도 먹었으나, '쌈'이라는 명칭에서 볼 수 있듯 지금의 김밥과는 형태가 다소 달랐다.

당시의 김쌈은 말 그대로 상추쌈이나 배추쌈처럼 판김에 밥과 나물을 넣어서 손으로 쥐고 먹는 형태였다.

김밥을 마는 데 사용되는 도구인 대나무 발. 에도 시대 후기 현대식 초밥의 원형인 에도마에즈시(江戸前寿司)에 롤 형태 초밥이 등장하면서 만들어진 조리도구이다.

1800년대 말엽에 지어진 《시의전서》(是議全書)의 김쌈에 대한 기록을 보면 "김쌈은 김을 손으로 문질러 잡티를 뜯는다. 손질한 김을 소반 위에 펴 놓고, 발갯깃(꿩의 깃털)으로 기름을 바르며 소금을 솔솔 뿌려 재우고 구웠다가 네모반듯하게 잘라 담고 복판에 꼬지를 꽂는다"라는 것으로 보아 기름을 김에 발라 구운 현재의 판김과 유사한 형태의 김을 싸 먹는 데 사용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스시의 전 세계적 성공 서사는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곳은 전 세계적으로 여행, 이민, 사업 등으로 이동하고 너무나 바삐 이동하는 인구의 흐름이 에도 시대의 이 음식이 현대적 이상과 양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국의 샌드위치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것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수도 런던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아울러서 스시가 건강에 좋고 다이어트 친화적인 것으로 간주 되었다는 사실도 확실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에 우리의 김밥도, 충무김밥도 그렇게 멋진 날개를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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