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전통설화바탕으로 세계화 이루고 싶어"
조성환, "전통설화바탕으로 세계화 이루고 싶어"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4.01.15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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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성환 세종민예총 회장, "지역문화에 대한 행정기관 마인드 부족"
어릴 적 마을 할아버지 태평소에 반해 충남대 재학 중 목원대 피리전공 선택
세종 민예총을 이끌고 있는 조성환 회장

“지역 문화에 대한 행정기관의 마인드가 부족합니다. 오랫동안 활동하고 지켜온 예술인들에게 관심을 더 많이 가지면서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조성환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하 민예총) 세종지회장(59)을 한겨울 한파가 엄습한 15일 오전 11시 조치원읍 충현로에 위치한 세종민예총창작소에서 만났다.

충령탑을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사무실은 10여평 크기로 ‘좁다’는 생각이 먼저 들 만큼 소박하고 작았다. ‘풍류는 삶이요 희망이다’라는 캘리그라퍼의 글씨와 그림이 이곳이 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걸 느끼게 했다.

조 회장은 민예총이 옛 연기군 시절부터 수 10년간 지역에서 활동해온 단체인데 세종시 출범 이후 홀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척박하다”는 말로 활동 환경을 정리했다.

내부역량도 강화하고 확장성도 높여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으로 지역문화를 육성하고 진흥책을 마련할 필요성과는 달리 그렇지 않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2020년 2월에 제5대 세종시 민예총 회장을 맡아 진보 예술인들에게 활동 영역을 넓혀주는 일을 해 온 조 회장은 “이제는 진보와 보수의 색깔이 많이 희석됐고 둘다 예술인들이 활동하는 단체라고 보면 된다”며 한예총과 민예총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사회의 일부 시각을 경계했다.

퓨전 국악 '풍류' 단원들

다만 지역의 고유한 문화유산을 활성화하고 브랜드화하는 이른바 지역문화예술을 중심으로 하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지역문화 육성정책 부재를 안타까워했다.

조 회장은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퓨전 국악그룹 ‘풍류’(風流)를 2009년에 만들었다. 국악의 대중화, 현대화, 세계화를 목표로 단원 10여명이 활동하는 이 단체는 지역색이 짙은 공연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세종지역에 전통적인 소재와 정체성 확립을 위한 얘기들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습니다. 풍류에서 이런 소재를 가지고 창작을 하고 무대에 올려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습니다.”

여기에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조치원 전통시장을 무대로 한 ‘낮도깨비’가 있고 ‘아홉거리’가 있다. 밤도깨비가 일반화된 유형이지만 ‘낮’이라는 대비 개념을 내세워 고약한 장꾼들을 홀려서 해질녁에 풀어주는 권선징악적인 성격의 설화를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조치원의 상징인 아홉거리도 마찬가지다. 물류의 중심지인 아홉거리에 공교롭게도 휴식을 취하던 두 개의 가마가 뒤바뀌면서 하나는 부잣집으로, 다른 하나는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는 구전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풍류에서 창작품은 모두 10개로 저술활동과 음반제작까지 다양하게 전통을 작품화하고 있다. 전동면 출신의 근대 피리 명인 김준현의 일대기를 실은 ‘피리와 실크로드’는 책으로 만들어 우리나라 피리의 원조가 서역의 아르메니아 두둑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피리 공연을 하고 있는 조성환 회장

“정규 앨범 ‘신시’(新市)는 2017년부터 세종, 충청권 지역 문화를 소재로 만든 창작곡집입니다. 세종시 전통과 인물, 역사, 지역환경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지난 해 9월 문체부에서 주는 문화예술단체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충남 청양 출신인 조성환 회장은 마을 축제 때 태평소를 부는 할아버지에게 반해 목원대학교에서 피리 전공을 했다. 1995년 목원대에 국악과가 생기면서 다니던 충남대 물리학과를 그만두고 피리로 전공을 바꾸었으니 다소 독특한 이력이다.

“국악 전공은 좋은 점이 많았죠. 국악을 좋아해서 삶 자체도 국악적으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전통차를 마시고 한복을 입고 전통 문화를 즐기를 일상을 살고 있어요.”

1999년 대학을 졸업하고 줄곧 대전에서 예술활동을 해오다가 2017년 세종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신도시니까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정체성 확립이 필요할 것 같아 사명감을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특히, 문화도시로서 더 많은 예술인들이 활동도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국악의 장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음악적 사상이나 정서들이 휴머니즘이고 화합과 조화의 세계”라며 “현대 사회의 대립과 반목을 국악이 조화롭게 해결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예총 회장으로서 예술인의 지위와 복지를 넓히는데 더욱 힘쓰고 싶다는 포부를 말하면서 “세종을 기반으로 한 창작품을 세계시장에 내놓고 한류 문화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답했다.

무대에 올려진 창작 국악, 조회장은 국악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그러면서 예술인들에게는 “너무 지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작품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풍토조성에 앞장 서 달라”고 당부하고 행정기관에 대해서는 “예술인들이 마음놓고 활동하게끔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주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세종시의회가 현장 예술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말에 이어 “지역분권을 기치로 세워진 세종시가 문화자치를 실현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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