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 주는 부모 얼굴 공개, 처벌받아야 하나?
양육비 안 주는 부모 얼굴 공개, 처벌받아야 하나?
  • 김한아
  • 승인 2024.01.16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한아 변호사의 LawStory] 부모의 ‘얼굴’사진 인터넷 웹사이트 공개 대법원 유죄 확정
사회 이슈화 양육비 관련 법률이 만들어졌어도 이행강제수단 없어...‘배드파더스’사건
‘얼굴을 포함한 추가 신상공개’ 추가입법하는 등으로 제도의 실효성 순차적 보완해야
배드파터스 사이트
배드파터스 사이트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얼굴’사진을 인터넷 웹사이트에 공개하면 처벌받아야 할까. 아이의 생존권과 양육비 미지급자의 명예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올해 1월 4일, 대법원은 소위 ‘배드파더스’사건에 대해 결국 선고유예의 유죄 판결(2022도699판결)을 했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공개는 현행법상 허용될 수 없는 사적 제재이고 특히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사진까지 공개한 것은 과했다는 것이 판결이유의 요체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던 온라인 사이트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실명, 출생연도, 거주지, 직장명, 전화번호를 얼굴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그렇게나 안 주던 양육비를 그 사이트에 곧 얼굴 사진 등이 올라갈 것이라는 내용을 통보하면 바로 지급하기도 했고 얼굴이 올라가고 난 후에 자기 사진을 내려달라면서 지급하기도 했다.

K씨는 배드파더스사이트의 대표도, 운영진도 아니고 양육비 미지급자 제보를 받아 운영진에게 건네주던 자원봉사자였다. 그는 지난 2018년 9월, 배드파더스에 신상이 공개된 부모 5명(남성 3명, 여성 2명)으로부터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K씨는 배심원 7인 전원의 만장일치 무죄 평결대로 2020년 1월 15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무죄 판결은 2심인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2021년 12월 23일 수원고등법원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K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유예하는 유죄판결을 했다. 그리고 2심 판결 그대로 지난주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양육비를 못받아 생존 위협을 받던 아동과 양육자를 도왔을 뿐인 자원봉사자가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1심 판사들과 국민배심원들은 모두 무죄라고 봤던 것이다. 그리고 2심과 대법원이 유죄판결로 무죄였던 1심을 뒤집긴 했으나, 선고유예였다. 유죄판결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유죄를 한다는 속뜻일 것이다.

이 판결이 선고된 후 필자는 깊은 상념에 빠졌다. 대법원 판결을 이해는 하면서도 심란했다. 얼마 전에 이혼 후 받지 못한 양육비 상담차 다녀가면서 “무슨 법이 이러냐”라면서 절규하던 한 여사님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렇다. '법'이 문제다.

국민들이 스스로 자력구제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신상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가 나온 이유는 두가지다. 현행법이 없거나 현행법이 있더라도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도 해답도 ‘현행법’에 있었다.

양육비를 줄 법적 의무가 있는데도 안 주니 문제였다. 양육비지급의무가 있다고 하는 법은 아무 도움이 되질 못했다. 지금 당장 아이를 먹고 입혀야 하는데 그 법에 기반해서 소송해서 강제집행까지 하느라 몇 년 기다리다가는 아이도 양육자도 모두 굶어 죽을 판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양육할 수 있게 해주고 양육비를 실제로 제때에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 입법이 중요한 것이었다.

사실 벌써 12년 전인 2012년, 양육비가 크게 사회이슈화되었다. ‘양육비 선지급’ 등을 위한 법안이 민주당, 통합진보당 등에서 발의되었다. 당장 급한 불인 양육비를 일부라도 국가가 선지급하고 나중에 의무자로부터 구상하자는 법안이었다. 박근혜 前 대통령도 대선에 출마하면서 양육비 지급 이행 효율화를 위해 ‘이행강제기관’ 설치 및 법률 서비스 제공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박근혜 前 대통령 당선직후 곧 새누리당측의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에는 다른 법안들과 달리 단순히 재산에 대한 압류 명령 등을 넘어서 감치명령이나 출국금지명령 등 양육비미지급자에 대한 ‘행정제재’까지도 세밀하게 규정했다. 그러나, 이 중요한 양육비지급 강제수단인 행정제재에 대한 법안 조항들은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 측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3개의 법안들과 함께 심의되는 과정에서 모두 삭제되었다.

결국, 양육비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수단을 별달리 마련하지 못한 반쪽짜리 법안으로 2014년 3월 24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되었고 다음날인 2014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었다. 그 결과 양육비지급판결을 받고도 양육비를 안 주는 나쁜 부모들의 신상을 국민들이 ‘배드파더스’에 스스로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법은 만들어졌으나 실효성이 없었던 탓이다.

지난 2021년 1월 12일 6차 개정으로 드디어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출국금지명령, 명단공개 등 이행강제수단이 신설되었다. 출국금지명령은 박근혜 前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발의된 새누리당 의원들 법안이 등장한 지난 2013년 2월 21일로부터 약 8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입법된 것이다. 이제 2021년 7월 13일부터 양육비이행관리원 사이트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명단이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얼굴은 여전히 공개가 되고 있지 않다.

사회 이슈화되어 양육비 관련 법률이 만들어졌어도 그 법률이 실효성이 없었기에 ‘배드파더스’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에 시작되어 2024년에 선고유예 유죄판결로 끝났다. 비록 지난 2013년 박근혜 前 대통령 공약 실행 법안에 ‘신상공개’는 없었더라도 ‘출국금지명령’ 등 미지급자에 대한 낮은 수위의 이행강제수단은 처음부터 마련되어 있었다.

그 법안이 그대로 법률로 제정되어 그때부터 행정제재를 집행해보고 실효성이 없으면 ‘얼굴을 포함하지 않은 명단공개’를 추가입법해보거나 그 후 다시 엄격한 요건 하에 ‘얼굴을 포함한 추가 신상공개’를 다시 추가입법하는 등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순차적 보완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최소한 8년이라는 시간의 낭비 없이 더 많은 한가정 부모와 그 양육아동의 생존을 지원하고 2018년 ‘배드파더스’자원봉사자의 유죄판결도 막았을지도 모른다.

결국은 문제점도 해결책도 ‘입법’이다. 법원도, 정부도, 현행 법률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국가기관은 오직 법률에 근거하여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 사법부에 판관 포청천과 같은 정의로운 마음의 판사가 있더라도, 입법부에서 법률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결국 국민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 

김한아 변호사, 세종출신,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시험 46회 합격, 전) 다국적 글로벌 대기업 로레알 코리아 법무총괄임원, 현) 세종특별자치시 해외협력관, 교육국제화특구 실시계획심의위원, 인권위원 이메일 : hannah.kim.zilkha@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