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감사위원 3년, 과연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세종시 감사위원 3년, 과연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 세종의소리
  • 승인 2024.01.07 07: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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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기마치는 김정환 세종시 감사위원의 자문자답하는 회고
‘명사목 달사총(明四目 達四聰)’ 자세로 역할을 다 하였는지 자문

김정환 세종시 감사위원이 임기 3년을 마감하면서 소회를 글로 보내왔다. 평생 경찰에 투신해온 그는 한국영상대학교 경찰범죄심리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목민심서를 인용하면서 스스로에게 "과연 잘 했는가"를 묻고 3년동안 활동하면서 느낀 점을 진솔하게 정리했다. 다음은 김 위원의 글이다. 편집자씀.

 김정환 세종시 감사위원 
 김정환 세종시 감사위원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이전(吏典)’ 편 ‘찰물(察物)’에는 ‘명사목 달사총(明四目 達四聰)’이란 말이 나오는데 이는 서경(書經)에 나오는 이야기로 지도자는 사방으로 문을 열고, 사방으로 눈을 밝히고, 사방으로 귀를 밝혀 잘 들리도록 해야 백성을 위한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말이랍니다.

3년 전 어느 날, 세종시 관계자로부터 “세종시감사위원회 위원을 해 주시겠습니까?”라는 전화 한 통은 경찰직 38년여를 마치고 앞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저에게 한 장의 보랏빛 연서(戀書)나 다름없었습니다.

경찰 재직 중 동료의 신상을 정리해야 하는 일이 너무도 힘들고 어려워 기억에서 지우고 싶었던 5년여의 감사·감찰 업무였지만 그 괴로웠던 시간의 쓰린 경험이 감사위원으로서 고향 세종시에 맑은 공기를 불어 넣는 데 일조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자못 설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위원직을 수행하면서 매월 심의 때마다 가졌던 한결같은 생각은 프로페셔널한 위원장님과 동료 위원님들을 보면서 한없이 부족한 자신을 발견하는 부끄러운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세종시감사위원회가 합의제 행정기관의 위상을 확실히 지켜갈 수 있도록 든든한 바람막이를 해 주시고 위원회의 신뢰 제고를 위한 예방감찰과 사전컨설팅 감사를 정착시키는 등 확실한 감사기반을 다져 주신 대한민국 공직자의 표상이며 존재 자체가 walking dictionary이자 업무 매뉴얼이신 김 위원장님

대한민국 법조인들의 사표이자 겸양지덕의 인품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시면서 우리 위원회가 제 길로 갈 수 있도록 갈래를 확실히 타 주시고 또 위원회의 소통·화합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위원들의 좌장, 정 위원님

세종시 공직자들의 큰 형님으로 연기군의 전설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계시면서 관련자의 품성과 깊은 내면까지 살필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정보 제공으로 심도 있는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신 무게감이 바위 같으신 고 위원님

건축 관련 최고 전문가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탄탄한 실무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확실한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와 같이 예리하면서도 솜같이 부드러움을 가미하여 위원회의 품격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해 주신 김 위원님

위원들이 자칫 간과할 수 있는 디테일한 부분을 콕 집어낸 후 대안을 제시하는 등 위원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가르쳐 주시면서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해 주시는 기획의 달인이자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 이 위원님

완벽히 소화시켜 둔 그 두껍고 무거운 법전의 내용을 바탕으로 심의 자료의 완벽한 검토를 토대로 한 선공(先攻)은 위원들에게 질문의 영역을 넓혀 주는 방향키 역할을 해 주고 중간중간 예리한 지적에 덧붙인 통찰력에 힘입어 담당자들의 업무 역량을 제고시켜 위원회를 더욱더 살찌워 주신 박 위원님

그리고 세종시에 청량함과 희망의 공기를 불어넣어 시민들의 신뢰를 제고시키고자 하는 일념과 추상같은 결기로 동료 직원의 오류를 집어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업무에 정통해야 함은 물론이고 공과 사에 있어서도 도를 닦는 마음과 자세로 임해야 하는 감사업무는 직접 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 하기가 어렵지요.

보람과 보상보다는 자칫 조직이나 동료들로부터 질시와 원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어려운 감사업무를 착실히 수행하고 계시는 사무국장님과 담당관님, 주무관님들께 세종시민의 한사람으로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세종시 감사위원회가 25일 100번째 감사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세종시 감사위원회)
세종시 감사위원회가 25일 100번째 감사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세종시 감사위원회)

아쉬운 것은 제가 미력하고 부족한 전문성으로 인해서 위원회 실무자들이 파고 또 파고 헤집고 찾아낸 보석 같은 자료를 그저 허투루이 읽어만 보고 몇 마디 거들었던 적도 있었던 것에 대한 반성도 깊이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 등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발표, ’2023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에서 우리 세종시가 ’21년 4등급, ‘22년 3등급에서 ’23년 2등급으로 수직 상승하였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청렴도는 그 기관 도덕성의 잣대임은 물론이고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역량의 바로미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 청렴도를 제고시키고자 ‘고위직 중심 반 부패 활동 강화’ 일환으로 ’시장과 시민이 함께하는 1박 2일’의 선뜻 내딛기 어려운 발품을 마다하지 않은 시장님의 광폭 행보에 보태어

감사위원회에서는 ⌜365일 24시간 ‘청렴 세종’⌟의 비전을 내걸고 위원장이 앞장서서 부패에 취약한 공사·용역 현장과 부서를 방문해 청렴 컨설팅을 하는 등 부패 취약분야를 집중 관리하는 한편

매월 초, 실·국장의 청렴 메시지를 영상 및 방송을 통해 전 직원에게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고위직의 청렴 의지를 전파하는 동시에

매월 11일을 ‘365 상호 존중의 날’로 지정, 갑질 발생 위험을 자가 진단토록 하는 등 청렴도 제고에 눈물겨운 노력을 한 성과가 그 빛을 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저도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 등록 청렴교육전문강사로서 2년에 걸쳐 2천여 세종시청 직원들께 청탁금지법 및 이해충돌방지법 등 ‘반부패 청렴 관련 7대 법령’을 주제로 한 졸강이 ‘우리 시 청렴도 제고에 1µ정도의 힘은 보태어졌을 것이다’ 라는 소심한 과욕으로 숟가락을 살짝 얹어 보았습니다.

이제 세종시감사위원회는 시와 시의회, 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과 위원회 모든 구성원들이 합의제 행정기관의 위상을 제고시키는데 일로 매진한 결과 외부 힘에 의해 절대 흔들리지 않는 위원회의 독립성이 완벽하게 확보되었으며 시정 및 교육행정 전반에 대한 비능률을 개선하는데 큰 성과를 거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종경찰서장 재직시절 쓴소리 경청 간담회를 열고 있는 모습
세종경찰서장 재직시절 쓴소리 경청 간담회를 열고 있는 모습

끝으로 무겁고 두꺼운 감사보고서 한 권을 만들기 위해 한 글자, 한 문장을 지우고 고치는 퇴고(推敲)를 수십 번을 해야 하는 난이도 상중의 상의 감사업무를 수행하면서 몸과 마음고생이 너무도 심한 위원회 직원들에 대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일 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명사목 달사총(明四目 達四聰)’

오는 2월 새로 출범하는 제4기 세종시감사위원회에 미리 축하 인사를 드리면서 우리 3기 위원회가 미처 못다 한 일을 찾아 내서 세종시가 더욱 더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을 다져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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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2024-01-08 21:40:24
세종시 공무원 청렴도가 수직 상승? 웃기는 소리!
세종시 감사위원회가 공무원 비리를 감싸고 도니 겉으로는 아직 비리가 드러나지 않는 것 뿐.

감사위원회가 합의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독임제. 주택과 비리를 제보했더니 감사를 하지 않고 조사로 그쳤다. 다른 건들도 그렇게 처리하더군.

즉, 공무원 비리를 감사위원회 공무원이 조사만 한 후 독단적으로 솜방망이 처리한다.

주택과 비리를 제보하니 주택과와 감사위원회가 법에 어긋난 답변이 일치한다. 그러면서 입맞춘 적은 없단다. 비리 한통속.

김기호 2024-01-08 10:44:32
진심 감동적인 글입니다.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