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보이텔스바흐 원칙'지키는 논쟁은 어떨까
추석에 '보이텔스바흐 원칙'지키는 논쟁은 어떨까
  • 김준식
  • 승인 2023.09.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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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칼럼] 가족간에도 이념 강압하는 논쟁 삼가는 대화 필요해
사진 출처 : 다음 블로그, JTBC

윤석열 정부에서는 유난히 이념 논쟁이 심하다. 사실 이념 논쟁의 양편에는 ‘자유(우)’와 ‘평등(좌)’이 자리를 잡고 있다. 돌이켜보면 역사는 이 ‘자유와 평등’을 얻기 위한 투쟁의 과정이었다. 불과 100년 전만 하여도 서구도, 동양도 귀족과 노예, 양반과 종이 있었다. 그리고 국가 체제는 절대 왕정이었다.

아직도 대한민국 북쪽에는 그런 절대 왕정 체제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선진국 그룹에 속한 국가에서는 어느 한쪽 이념에 치우쳐서 국가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그래서 정치학자들은 그런 선진국의 국가 운영체제를 혼합체제(Cofusion System)라고 한다. 외교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도 공산주의 국가들과도, 자유주의 국가들과도 국익 우선의 원칙에 따라 상대하지, 이념에 따라 상대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긴 시간 좌, 우 이념 논쟁을 겪었다. 1976년 11월 19일 당시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정부 정치교육원장 실례는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학자들을 보이텔스바흐에 초청하여 ‘독일정치교육’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실례는 이 토론회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에서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정리하였다.

보고서가 나온 후 참가자들은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모두 인정하였고 그 후 이 합의는 「독일 정치교육의 원칙」이 되었다. 현재는 세계의 많은 나라가 이 합의를 학생들과 시민들의 정치교육(한국에서는 ‘민주시민교육’) 원칙으로 삼고 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다음 세 가지 원칙을 말한다.

① 강압 금지이다. 특정 이념을 강압적으로 가르치는 교화 교육 또는 주입식 교육을 금지한다.

② 논쟁성의 원칙이다. 정치교육 과정에서도 실제와 같은 지속적인 논쟁을 하게 한다,

③ 학습자 이익 상관성의 원칙이다. 학생들이 정치 상황을 잘 판단해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비판 능력과 실천 능력을 기른다.

곧 추석 명절이다. 우리는 간혹 명절에 가족끼리 모여 다정한 대화도 주고받겠지만,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 때문에 다투기도 한다. 이번 추석에 가족 간 대화를 할 때도 우리는 이 「보이텔스바흐 합의」을 한 번 지켜보자.

첫째 강압 금지의 원칙이다. 부모든, 자녀든, 사위든, 며느리든 절대 자신의 견해를 상대에게 강요하지 말자. ‘아!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런데 내 생각은 이리 이러하다.’ 하면서 상대의 견해를 존중해 주자.

둘째 논쟁성의 원칙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가로막지 말고 잘 들어 주고 나서, 내 이야기를 하자. 그렇게 대화하다 보면 서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셋째 학습자 이익 상관성의 원칙이다. 내가 모르거나 틀린 점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상대로부터 배우는 자세로 대화하자. 그렇게 이야기를 통해 비판력을 기르고, 나는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게 나와 우리 가족과 국가를 위해 좋은 선택인지 판단하자. 무엇보다 나의 이익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은지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자.

이번 추석 명절에는 우리 모두 가족 간에 정다운 대화도 나누고, 서로 깊이 이해하고 배우는 유익한 대화도 나누어 보자. 그래서 우리는 지연(地緣), 학연(學緣), 혈연(血緣)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정말 나를 위해서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자. 나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김준식,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세종 시니어세종포럼 회장, 세종주민자치연구회장,지방분권 세종회의 상임고문, 대한웰다잉협회 세종시지회고문,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외래교수, 전 지방YMCA 사무총장, 전 다문화가족정책위원(위원장 국무총리), 전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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