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건 무엇일까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건 무엇일까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3.09.20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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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찬 한양대 교수, 세종경제포럼서 인문학 강의로 감동 자아내
딱딱한 수치 일변도였던 경제포럼, 시와 인생이라는 주제로 강의
정재찬 한양대 교수는 20일 열린 세종경제포럼에서 인문학 강의로 시와 인생과의 관계를 강연했다. 

오랜 만에 딱딱한 수치가 없는 인문학 세종경제포럼이 열렸다.

정재찬 한양대학교 교수가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시와 우리 인생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감성이 녹아 있는 강의로 색다른 시간을 가졌다.

20일 오전 7시 30분 세종시 코트 야드 바이 메리어트 호텔 2층에서 처음으로 가진 경제포럼에서 ‘의술, 법률, 사업, 기술, 이 모두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라는 전제로 약 1시간 반동안 시를 곁들인 인생 강의가 있었다.

스타강사인 정재찬 교수는 윤성학의 ‘소금 시’를 시작으로 일과 삶이 양면성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내가 일의 주인인 동시에 노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업(業)의 본질’을 지키는 성실함으로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존경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며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그는 “내가 000일 때…”라는 관용구를 떼어내는 일, 즉 옷을 벗는 것으로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이마’로 상징되는 손바닥 인생을 남궁인 시인의 ‘지독한 하루’, 허은실의 ‘이마’라는 시를 낭독하면서 강의를 했다.

내 이마는 남의 손이 덮어주는 것이라고 전제, 오른팔로 자신의 이마를 덮고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고통스러워하는 인생의 고달픈 단면을 정갈한 언어로 표현하면서 설득력있게 좌중을 이끌어갔다.

잔잔한 음악과 남저음 목청의 강연자, 그리고 인생의 여정을 함축한 아름다운 시… 이런 것들은 수치와 통계에 익숙한 지역경제인들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였다.

한 뼘에 불과한 내 이마를 덮어줄 사람이 없다는 고독이 인생을 외롭게 만드는 만큼 직업을 통해 서로의 이마를 덮어주는 건 고귀한 일이라고 정 교수는 단정했다. 그러면서 일과 삶은 선택의 문제도, 대립의 관계도 아니어서 “어차피 일도 인생이고 삶도 인생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워라벨을 강조하기도 했다.

장석남 시인의 ‘옛노트에서’, 시인 서안나 ‘곡선의 힘’을 소개하면서 젊은 시절 꿈꾸었던 수많은 빛을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작은 앵두라는 결실을 가져왔고, 인생은 직진이 아닌 곡선이라는 사실도 시어(詩語)를 통해 각인시켰다.

강의는 도종환의 ‘담쟁이’, 신경림의 ‘길’을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과 그 길에 놓인 험한 돌부리를 부각시켰다.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는 지루하지 않은 시를 통해 수면마취시키듯 평안하게 주입시켰다.

세종경제포럼에 참석한 지역 경제인들
20일 열린 세종경제포럼에 참석한 세종지역 경제인들

정 교수는 ‘우리네 인생은 끝이 있지만 앎의 세계는 끝이 없다’는 장자의 말을 인용, 공부하는 인생을 권하면서 직업은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시와 아름다움, 낭만, 사랑 등은 인생에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

강의 한 시간여동안 오랜만에 시로 정제된 주옥(珠玉)같은 언어의 조탁(彫琢)과 청징(淸澄)하고 섬세한 정서의 순화, 그리고 시를 배경으로 한 미묘한 음악 등을 경험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세종경제포럼을 후원해주는 NH농협은행 세종본부와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등 2개 기관의 후원금 전달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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