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세종시교육청, ‘감사화환’왔는데 ‘휴업철회 종용’은 뭔 일?
냉·온탕 세종시교육청, ‘감사화환’왔는데 ‘휴업철회 종용’은 뭔 일?
  • 김강우 기자
  • 승인 2023.09.06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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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재 추모행사 기간 용기 내 교사 지지한 최교진 교육감에 감사화환
시교육청, ‘재량휴업 철회 종용’ ‘교사 무단결근’ 논란 냉·온탕 오가
“교권보호 법 제도화와 더 좋은 교육공동체 만들자는 한 목소리일 것”
지난 5일 세종시교육청앞에 놓인 감사화환들
지난 5일 세종시교육청 앞에 놓인 감사 화환들

고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 추모행사를 잘 치르고도 세종시교육청 공무원들에게 5일과 6일은 냉·온탕을 오가는 심정인 듯하다.

지난 5일 세종시교육청 현관 앞에는 빨간색과 노란색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3단 축하 화환 3개가 서 있어 눈길을 끌었다.

추모행사 전부터 교권보호를 외치던 교육계를 상징하던 교사들의 검은색 옷 물결과 흰색 국화만 수없이 봐 왔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시교육청 소통담당관실 직원은 “누가 보낸지는 몰라도 최교진 교육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했고, 다른 직원은 "교육청 직원들도 교사들에게 감사하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화환 리본에는 보낸 사람이 ‘세종초등교사들’이라고 적혀 있다. “최교진 교육감님의 학교공동체를 위한 용기 있는 결단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최 교육감에 대한 감사인사를 표현했다.

옆의 다른 화환 리본에는 역시 ‘세종시교사들’이라는 이름으로, “세종교사 보호하는 세종시교육청 인정”이라고 교육청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또 다른 화환은 ‘세종시 후배교사 일동’이라고 적힌 가운데, “세종교육청 선배님들 책임 있는 행동 감사합니다”라고 비슷한 감사 문구를 적었다.

소통담당관실 직원은 “전국 시·도교육감 중 가장 힘들었지만 정말 용기를 내셨던 최교진 교육감에 대한 감사의 뜻을 보내준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일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 추모행사와 관련해 지나간 일주일은 교육청은 물론 세종의 모든 교육관계자들에겐 충격과 고난의 시간이었다.

교육부의 재량휴업 불가 방침과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가 논의되는 가운데, 최교진 교육감은 지난 8월 29일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세종시교육청 교권보호대책’을 강조했다.

당일 오후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소집한 시·도교육감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불안해 하고 있는 교사들과 학부모 시민들에게 최 교육감은 남다른 ‘교권보호’ 의지를 보여줬다.

교육부의 추모행사 불허, 교장과 교사들 연가 및 병가 불허, 교장 징계도 나온 상황에서도 최교진 교육감은 “추모행사로 징계와 같은 교사의 불이익이 있으면 모든 책임은 교육감이 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히려 세종에서 자체적으로 추모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세종시교육청 1층 로비에 추모행사장을 마련했고, 교장과 교사, 학부모, 시민 등 교육주체들이 모여 교권보호를 위한 공동결의문까지 준비했다.

오전엔 시교육청, 오후 4시 30분에는 어진동 교육부 앞, 오후 7시에는 이응다리에서 하루종일 추모행사를 이어갔다. 조용했지만 울림이 있던 추모행사였다는 평이 많다.

교육청 간부들도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 당일 정병익 부교육감은 최교진 교육감을 대신해 시·도교육감 회의에 참석해 교육부의 징계 방침을 재확인하고 간부들과 대책마련에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교육부에서 온 관료로서 추모행사와 관련해 최교진 교육감과 결을 달리하는 교육부와의 갈등 관계 때문에 고심이 컸을 듯하다.

실제 지난주 초 12개 초등학교가 재량휴업 결정을 위해 학교운영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고, 교육부의 강경한 징계방침과 현황파악 지시에 주말에는 재량휴업을 결정한 학교는 4개교로 줄어들기도 했다.

정병익 부교육감은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초등학교 교장 4명에게 교육부의 강경한 3방침을 전화로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교육청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전교조 세종지부가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부교육감이 학교장에 전화해 ‘재량휴업 철회’ 종용을 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의 성명서 내용에 무척 놀랐다. 교사들의 감사화환이 배달된 시점에 나온 전교조 성명서 내용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학교장에게 설명하고 재고를 조심스럽게 권한 게 종용이란 표현은 너무했다”며 "교장과 교사들이 부딪히게 될 교육부의 강경한 징계방침에 교사를 보호해야 할 교육청 입장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종용(慫慂)이란 국어사전에 “잘 설득하고 달래어 권함”이라고 나온다.

말뜻 그대로 보면 완곡한 설명이 있는 설득이지 강한 어조의 재량휴업 철회 '요구'나 '강요'는 아닌 것 같다.  일반적으로 쓰는 '사퇴종용'이란 말에 강한 느낌이 투영된게 아닐까?

정 부교육감의 종용(?)은 성공하지 못했다. 재량휴업 학교가 4개교에서 오히려 8개교로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5일 “선생님들은 신분상 불이익 받지 않도록 할 것이고 교육당국이 선생님들을 징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징계 철회’ 입장을 밝힘에 따라 모든 것이 ‘없던 일’이 됐다.

분열과 갈등보다는 교사들의 상처와 상실감을 치유하고 교육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교육 정상화에 온 힘을 쏟기 위한 좋은 신호로 볼 수 있다.

세종시교육청 직원들에게 냉탕을 맛보게 한 전교조 세종지부의 고민도 있었던 것 같다.  지난 5일 오전 일부 교장이 교사들의 연가에 ‘무단결근’이라고 결재를 올렸던데 대한 강력한 분노와 반감이 있었다고 이상미 세종지부장은 밝혔다.

성명서를 낸 배경에는 교사들을 무단결근으로 처리한 교장의 '이상한 처신'이 더 큰 사안이기도 했으며 한 명의 교장으로부터 제보받은 내용을 첨가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교육부 관료 출신 부교육감을 겨냥해 ‘재량휴업 취소 종용’ 이란 단어를 써가며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당일 전교조 이상미 지부장 등이 해당 학교를 찾아가 ‘무단결근 무효처리’를 이뤄내 모든 게 사실상 이제는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전교조 세종지부도 정병익 부교육감도 먼저 간 서이초 교사를 위해서라도 교권보호를 위한 법제도를 만드는데 같은 생각이고 앞으로 함께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추모행사 기간동안 학교현장에 상처도 있겠지만 모든 교육계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기나긴 추모행사를 잘 치렀다”며 “시간을 갖고 사소한 입장 차이를 하루빨리 줄여나간다면 더 나은 세종교육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문 앞에 세워진 고 서이초등학교 교사 추모 근조 화환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문 앞에 세워진 고 서이초등학교 교사 추모 근조 화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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