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종의사당… 김칫국부터 들이켜면 ‘곤란’
국회 세종의사당… 김칫국부터 들이켜면 ‘곤란’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9.04 16:4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단상] 운영위 통과… “7부·9부 능선 넘었다” 평가는 섣불러
단원제 국회의 상원 노릇 하는 법사위에서 돌발변수 나올 수도
최종처리 전까지 타지역 자극할 “행정수도 세종시 개헌” 자제를
나대지 상태인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지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회 규칙안이 지난달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개선소위를 거쳐 지난 30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 두 단계만 보면 불과 일주일만에 이뤄진 것으로, 앞으로 남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및 본회의 통과도 수월할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세종시를 비롯해 세종지역 각계에서 환영 논평과 성명이 잇따라 나오고, ‘7부 능선’을 넘었다느니 ‘9부 능선’을 넘었다느니 하는 언론의 기사 제목도 눈에 띈다. 이런 희망 섞인 기대대로 되면 좋겠지만, 앞으로 돌발변수가 없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법사위로 넘어간 국회 규칙안은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갈 가능성이 열에 아홉은 되어 보인다. 상위법인 국회법이 있으므로 국회법과 배치되는 문구, 체계로 되어 있는 건 아닌지 따져보자는 제안이 당연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예결위원회를 포함해서 12개 상임위를 세종의사당으로 옮긴다고 했는데, 법안심사소위에서 이게 맞는 건지 아닌지 하나하나 원점에서 따져보자고 하면 언제 마무리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국회 운영위가 새로 붙인 3개 부대의견 중 ‘법사위도 세종의사당으로 이전을 검토한다’는 안에 대해서부터 ‘태클’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법사위원들이 이 부대의견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전언이 벌써부터 들린다. ‘왜 법사위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법사위 이전을 검토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느냐?’고 따질 가능성이 높다. 법사위 관할 정부부처인 법무부는 현재 세종청사 이전 대상 부처도 아니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은 서울에 있다는 점을 들이댈 것이다.

우리는 ‘세종의사당을 직접 운영·관할할 운영위가 그렇게 정했는데, 바로 통과시켜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하겠지만, 단원제 구조인 우리나라 국회에서 법사위는 상원(上院) 노릇을 해 온 지 오래이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원회를 아래, 하원(下院) 보듯이 한다. 다른 상임위에서 아무리 좋은 법안을 많이 만들어도 법사위가 본회의로 넘겨주지 않으면, 통과시키지 않으면 법률로 성립할 수가 없다. 그냥 기약없이 ‘계류’ 상태가 된다. 그러다 4년 임기가 만료되면 자동폐기 된다. 이것은 국회 내부 역학구조상 무시하기 힘든 요인이다. 

그리고 세종의사당의 필요성과 당위성 등에 대한 법사위원들의 이해도가 운영위원들보다 높을 리 없다. 법사위원 중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과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충남 보령시·서천군) 2명은 세종의사당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당위성·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겠지만, 충청권이 아닌 곳에 지역구를 둔 나머지 16명의 법사위원들을 설득하고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또 위에 거론한 불만어린 예상 안건 외에 돌발적인, 예상하기 힘든 주장·제안을 어떻게 내놓을지 점치기 힘들다.

한번 돌이켜보자. 지난 2021년 9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만 해도 거의 다 되는 줄 알았다. 이후 국회 규칙안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년 동안 허송세월을 했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월 5일에야 규칙안을 냈지만, 자문단 구성론이 발목을 잡으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법사위원이 아닌 홍성국 의원(세종시갑)실 관계자는 “4일부터 홍 의원님과 함께 법사위원들을 설득하고 세종의사당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뛸 것(법사위원들의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 순방)”이라고 했지만, 거대 정당인 여야 원내대표의 ‘오더’가 절실해 보이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세종의사당을 위한 국회 규칙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는 ‘행정수도 세종시 개헌론’ 같은 주장은 여의도 정치권에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특정 정당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국회 규칙안이 이제야 법사위로 넘어간 터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개헌하자는 주장까지 내면 “세종시는 왜 이렇게 요구하는 게 많으냐?”라는 불평을 받기 십상이다.

7부 능선, 9부 능선을 넘은 게 아니라 이제 첫 단추, 두 번째 단추를 꿰었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사정을 잘 모른 채 남은 두 단계가 순탄하리라고 보고 김칫국부터 들이켜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옳소 2023-09-05 00:32:00
지당하신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