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영화감독, “가네코 후미코 거닐던 세종시 부강땅 느끼고 싶다”
日영화감독, “가네코 후미코 거닐던 세종시 부강땅 느끼고 싶다”
  • 김강우 기자
  • 승인 2023.09.05 14: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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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하마노 사치 일본 여류 감독, 영화 제작 위해 부강 곳곳 탐방
“여성으로서 압박받는 사람들 편에 섰다는 것이 나의 마음 울렸다”
홍판서댁-이와시타 옛집-헌병대 파출소-심상소학교-금강변 찾아가
부강면 가네코 후미코 옛 집앞에서 기념촬영중인 사치 하마노 감독일행
세종시 부강면 가네코 후미코 옛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하마노 사치 감독 일행

일본인 여성 영화감독인 하마노 사치(浜野佐知) 일행이 영화 (가칭)‘가네코 후미코’ 제작을 위해 지난 2일 세종시 부강면 곳곳을 탐방해 화제가 되고 있다.

세종시 부강면은 지난 2018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독립운동가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가 일제강점기 때 7년간 살았던 곳으로, 코로나19 이전에는 일본인들의 방문이 잦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날 하루 함께 부강면 곳곳을 돌아보며 하마노 감독에게 이번 영화 제작동기를 물어 봤다.

그는 “1998년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를 읽고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친척이나 피붙이라는 일본인보다 핍박받는 조선 민중들과 같은 차별받는 쪽에 서서 권력층에 반감을 갖고 부강에서 저항의식을 싹틔우고 있었다”며 "여성으로서 압박받는 사람들 편에 섰다는 것이 나의 마음을 울렸다”고 말했다. 여성으로서의 특별한 삶이 영화제작에 뛰어든 동기라는 것.

그는 “한국도 일본처럼 남성주의 사회이다. 여성은 차별받고 억압받는 존재”라며 여성 관점의 자기 영화관(映畵觀)을 강조했다.

“가네코 후미코는 압박받는 사람 편에 서서 저항하는 정신을 상징하고 있고, 이런 정신은 한국과 일본에서 필요하다. 지금 우리 시대에 그를 환생시켜 그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 영화를 300여편이나 만든 일본에서 유명한 여류감독이다. 1948년 일본 도큐시마현에서 태어나 올해 75세인 원로 감독이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여성영화제에 4번 정도 참가했었다고 한다.

그는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유키코의 발걸음’이란 영화도 출품했다. 여성이 생애주기 동안 맞이하는 변화와 사회적 장애물 등을 각자의 방식으로 돌파하는 모습을 다룬 영화라고 전했다.

그는 “책을 읽은 지 벌써 25년이 지났다. 영화제작은 계속해 왔지만 미뤄 왔던 것을 이제야 시작한다”며 “2년 전에 한국에서 만든 박열 영화를 보았으나 내가 생각하는 후미코와는 너무 달랐다. 내가 생각하는 후미코를 그리고 싶었다”고 의지를 보였다.

세종 부강을 찾아 둘러본 소감을 묻자 “그가 밟았던 땅 아름다운 부강땅을 찾아보고 그가 마셨을 공기를 느끼고 마시고 싶었다. 여성의 관점에서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용산이 후지산과 닯았다는데, 여기 와서 보니 변하지 않았다는데 마음이 끌렸다. 한국에는 후미코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너무 좋았다”며, 부강 방문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과 후미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반갑다는 말을 전했다.

왼쪽부터 극작가 구니노리 야마자키, 임재한 문화해설사, 사치 하마노 감독, 김창덕 박사(통역)
(왼쪽부터)각본가 야마자키 구니노리(山崎邦紀), 임재한 문화해설사, 하마노 사치 감독, 김창덕 국민문화연구소 박사(통역 도움주심)

일본에서의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평가에 대해, 그는 “한국에서와 달리 일본에서는 천황제를 반대했기에 좋지 못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 영화제작이 알려지면 쉽지 않을 듯도 하다”고 나름대로 어려운 제작 여건도 알려줬다. 국민문화연구소 김창덕 박사의 일본어 통역 도움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마노 사치 감독 일행은 부강 방문에 앞서 지난 1일 경북 문경에서 열린 ‘2023년 박열의사기념관 한·일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학술회의 주제는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과 대역사건’이다. 100년 전인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으로 인한 조선인 학살사건과 박열·가네코 후미코 대역사건과는 깊은 관련이 있다.

감독 일행은 경북 문경시 박열의사기념관에 있는 가네코 후미코 묘소를 참배하고, 이날 오전 세종시 부강면 홍판서댁에서 세종지역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탐방을 시작했다.

일행은 부강면 백원기 문화유산한옥 대표의 안내로 홍판서댁에서 한·일 가네코 후미코 관계자 등 인사 소개 시간을 갖고 향토역사가인 이규상 전 부강면장으로부터 일제강점기 부강지역 소개와 가네코 후미코의 어린 시절 설명을 들었다.

이어 가네코 후미코가 어린 시절 7년을 보낸 고모부인 이와시티 집 옛터, 헌병대(현 부강파출소), 부강심상소학교 부지, 자살을 시도했던 부용산 앞 금강변 등을 두루 찾아보면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태희 세종시 문화예술특보는 “좋은 인연을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데 환영하고 한일관계와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영화제작에 필요한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강면 홍판서댁에서 열린 한일 가네코 후미코 간담회
세종시 부강면 홍판서댁에서 열린 한일 가네코 후미코 관계자 간담회(가운데 노트북컴퓨터 앞이 이규상 전 부강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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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댁 2023-11-10 19:15:28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좋은 기사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