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관내 생산품 두고 왜 타 지역 걸 쓰나요"
"세종시는 관내 생산품 두고 왜 타 지역 걸 쓰나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3.08.16 10: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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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세종 고질'(痼疾)이 되어버린 지역업체 생산품 우선 구매
시장은 강조, 담당은 나몰라라… "조례제정으로 제도 속에 틀 만들어야…"

‘시장은 지역상품 우선 구매, 담당은 나몰라라.’

출범 11년 세종시에 고질(痼疾)이 하나 있다. 오래되어 아예 굳어 버린 나쁜 버릇, 즉 지역기업 생산품 외면이 병(病)으로 악화됐다.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상품 우선 구매를 외치지만 담당부서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외지 업체에다 발주해버린다. 속이 터진 일부 기업인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까지 거론하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세종시 출범하면서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지역기업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관내에서 구매가 가능한 제품은 우선해 발주해 달라는 것이다. 그게 아직도 안 되고 있다.

창업 10년을 맞은 명학산단 내 리봄화장품은 스마트 공장으로 생산성향상과 품질 제고를 통해 고객과의 신로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이달 21일 도입한 스마트 공장의 하나인 원료칭량 시스템
세종시에서 관내 생산품을 제쳐두고 타 지역 상품을 발주하는 경우가 많아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무관함

왜 그럴까.

세종시 출범 때 중앙부처, 충남도, 대전시 등 전국에서 공무원이 전입하다 보니 지역에 대한 애착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러니 세종시 업체 생산품은 제쳐두고 공주, 천안, 심지어 호남 업체까지 끌어들였다. 중앙부처에서 온 공직자들은 “우리가 왜 지역까지 신경써야 하나”라고 반문,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기도 했다.

또, 아는 업체 봐주기가 있다. 기존 근무처에서 거래하던 업체와 연결고리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상식적으로 다른 이유는 있을 수가 없다. 그 업체를 위한 입찰 조건을 만든다. 그러면 지역업체 배제 조건이 된다.

요컨대 여성기업, 친환경제품 등등… 역으로 말하면 세종시에서 아무리 좋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그 조건을 들이대면 친환경이나 여성기업이 아니면 구매를 할 수 없게 된다. 친환경, 여성기업이 아니더라도 세종시에서 생산된다면 당연히 우선적으로 발주를 해야 한다는 게 기업인들의 요구이다.

문제는 또 있다. 행복청이나 LH 같은 곳은 아예 전국 대상으로 입찰한다. 규정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치자. 하지만 지역에 소재하고 있고 지역과 공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라도 지역 우선 제도 도입이 필요한 게 아닌가. 그런 배려가 전혀 없다. 지역 소재 기업들의 불만이 이해가 된다.

문제는 이렇게 해도 아무런 제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수없이 관내 기업 우선을 외쳤지만 말뿐이었다. 심지어 “시장이 하라고 한다고 내가 하는 게 아니다”라는 담당도 있었다. 규정이 그렇게 되어 있었다고 해도 이런 말은 상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딱 한번 예외는 있었다. 조상호 전 경제부시장 재직 당시 일이다. 관내 기업 우선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지역에 있는 상품을 제쳐놓고 다른 지역 제품을 구매하면 합당한 이유를 첨부하게 했다. 변화가 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시장은 바뀌었지만 기업인들은 지금도 조상호 전 부시장 얘기를 종종 하고 있다.

김중규 대표기자

결국, 조례 제정이 답이다. 규정없이 이뤄지는 게 상지상책(上之上策)이지만 그게 안 되면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규정에 있으면 규정 따지길 좋아하는 공무원들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물론 시행을 해봐야 효과는 알겠지만….

경기도 지자체에서는 이미 조례를 제정, 지역상품 우선 구매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고 있다. 포천도 그렇고 몇몇 군데에서는 외지에서 구매했을 경우 이유서를 첨부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관내 생산품 우선 구매는 지역기업인들의 기부와 나눔에 동참을 요구할 명분이 된다. 서로 도와가면서 지역발전을 위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동가홍상(同價紅裳)이 아니던가. 같은 조건이 아니더라도 우리 지역 생산품을 우선 구매하는 관행 마련이 아쉽다. 세종시 출범 11년. ‘지역’이라는 말의 의미를 한 번 더 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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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청천 2023-08-16 13:01:25
그럼 뭐라도 메리트가 있어야될듯
가격적인 면이나 퀄리티? 가 우선시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