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세종시청 게시판에 인사 불만이 없네"
"어~, 세종시청 게시판에 인사 불만이 없네"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8.15 0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십·수백 건씩 달리던 불평·불만 드러내는 글 올해 들어 거의 없어
성실·유능·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명단 받아 그대로 발령낸 후 ‘변화’
최민호 시장 “공정함 지킬 테니 운영지원과장도 엄수를” 다짐 받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세종시장직을 차지하기 위한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청 5층에 있는 시장실 입구. 
세종시청 5층에 있는 시장실 입구. 시장실 입구에서 왼쪽 복도를 따라가면 시 공무원 인사 실무를 담당하는 운영지원과가 있다. 

“올해 들어서는 시청 인사발령 후 ‘사랑방’ 게시판에서 불평·불만을 담은 글을 거의 볼 수 없어요.”

14일 만난 세종시청의 한 하위직 공무원의 말이다.

‘사랑방’은 세종시청 내부 행정망 시스템에 탑재된 공무원 전용 자유게시판. 일반시민은 이 곳에 접속할 수 없고, 개별 아이디를 가진 세종시청 공무원들만 들어갈 수 있다.

또 시청 공무원이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익명으로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읽을 수 있다. 이미 올려진 글에 댓글도 달 수 있다. 댓글 건수에 제한이 없음은 당연하다.

이 하위직 공무원에 따르면 예년 같으면 시장의 인사발령 단행 후 수십·수백 건씩 달리던 불평·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글을 올해 들어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올해 1월 최민호 세종시장의 의지와 판단이 반영된 인사가 단행된 후부터 달라진 ‘사랑방’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안종수 운영지원과장도 “사랑방에서 인사에 불만을 드러내는 글은 거의 없다. 불과 몇 건만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민호 시장의 ‘인사’는 과연 공정하고 투명한 걸까.

최 시장이 인사발령을 내기까지의 과정과 방식은 다소 독특하다.

지난해 7월 1일 취임한 최 시장은 같은 해 11월 7일 월례조회 때 “다음 인사 때에는 동료 직원 중 ▲성실한 사람 3명 ▲유능한 사람 3명 ▲같이 근무하고 싶은 사람 3명씩 각각 써 내라고 하겠다. (시장의 이메일로 들어온)이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나만 보겠다”고 천명했다.

최민호 시장에 따르면 인사철을 앞둔 월례조회 때마다 이렇게 밝히자 2200명이 넘는 세종시청 공무원 중 1000명 이상이 이 같은 이메일을 보내왔다는 것.

이를 시청 공무원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엑셀 프로그램에 능숙한 가까운 사람 1명에게 사비로 수고비를 준 뒤 ‘3가지 유형 중 가장 많이 거명된 순서대로 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최 시장은 “이 표를 받아본 다음, 인사 실무부서인 운영지원과가 만들어 올린 인사발령 초안을 보니 크게 다르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그는 “일선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유능하고, 성실하며, 같이 일하고 싶은)사람들이나, 운영지원과의 판단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최 시장은 “이렇게 한 이후 ‘사랑방’을 들여다보는, 읽는 재미가 사라졌다는 말도 들린다”고 전했다.

최 시장은 안종수 운영지원과장과 단 둘이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최 시장은 “운영지원과장을 불러, 먼저 솔직하게 말했다. (시장인)나에게도 인사청탁이 들어온다. 개중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그런데도 내가 당신(운영지원과장)에게 주는 명단은 없으니, 당신도 인사 갖고 장난치면 안 된다. ‘당신이 장난치다 걸리면 당신은 사형이야, 사형’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젊은 MZ세대 공무원들이 면전에서 ‘사형’이라는 말을 들으면 ‘시장의 갑질’이라며 놀랄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다짐을 받으려는 나이 든 세대의 대화법으로 이해된다.

‘최 시장이 면전에서 사형이라는 말을 했나’라고 질문하자, 안종수 과장은 미소를 지으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자는 말씀이다. (인사철)시장님이 저에게 따로 내려보내는 명단은 없다.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어서 읍·면에서 일하기 어려워 옮겼으면 한다는 직원의 명단정도뿐이다. 시장님 말씀대로 매사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