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문화예술 발달에 견인차 역할 했죠"
"공주시 문화예술 발달에 견인차 역할 했죠"
  • 이미은 기자
  • 승인 2023.06.05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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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미정 갤러리 관장, "공주에 그림 보러 오세요"
"그림으로 특별한 일상을 만드는 것도 활력소를 주는 일"
이미정 갤러리 관장은 "공주시가 문화예술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터전으로 그림상점로 등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공주시가 문화예술도시로 발돋움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죠.”

깨끗한 유리창 하나 없던 거리에 갤러리가 하나 들어서면서 문화예술의 빛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엿한 그림상점로로 불리는 문화예술거리가 된 곳이 충남 공주 감영길에 있다. 

이 곳에 이미정갤러리가 있다. 도시재생으로 재탄생한 이 거리를 이끌어 가고 있는 예술인 중에 한명인 이미정 관장을 지난 2일 그림이 가득찬 그의 갤러리에서 만났다.  

이 관장은 "서양화가로 미술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래 2년정도만 운영해 보자고 시작한 갤러리 일이 벌써 8년이나 흘렀다"며 "공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힘을 모으면 에너지가 되고 문화관광도시로 발전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주는 예술 전공인들이 1000여 명 정도가 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은 100여 명, 전문가들은 200여 명 정도가 된다. 거기에 생활 예술인들이 400~500여 명 된다. 어깨만 스쳐도 작가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예술인들이 거주하는 도시가 공주이다.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하면서 30여 년간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전업주부로도 전업작가로도 사는 게 자신없었다.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은 갤러리에 대한 희망, 로망이 있었는데 막상 갤러리를 운영해보니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이 관장은 "체력도 많이 필요하고 많은 분들을 만나야 하다 보니 생각해야 할 점이 많았다"며 "다행히 주위에서 자연스럽게 많이 도와주어 전시를 하고 나면 파급력이 커지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고 말해, 어려울 때 도와준 주변 인사들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고 강의도 해봤고 평생 아이도 가르쳤다. 그런 경험들이 화가들을 만날 때 좋은 점으로 작용했다. 갤러리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없었다. 단지 2년동안 유지하는게 목표였다. 그 2년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것이 지금이 됐다는 게 이 관장의 말이었다.  

"40대 초반부터 화가와 대학 강의, 학원 운영을 동시에 하느라고 엄마노릇을 제일 못했어요. 하지만 고맙게도 가족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정 갤러리는 널찍하면서 여백의 미를 최대한 살린 공간으로 마련됐다. 

초창기에는 1년에 총 22회의 전시 중 대관전 15번을 제외한 나머지 기획전은 사비를 들여 운영했다. 초반 4년간은 모아뒀던 돈을 다 쓰면서 이른바 ‘몰빵’했다. 초반에 반대하던 큰아이가 갤러리를 통해 이 거리의 변화를 느끼고 갤러리가 없으면 원래의 빛을 잃은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응원해줬다. 남편과 큰아이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는 문화재단의 지원 사업이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공주의 급물살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연로한 작가들이 공주로 귀향하기도 하고 실제 타 지역 큐레이터들이 재입성하기도 했다. 공주의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화가들의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는 게 바로 이들의 힘이 작용한 것이다.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평면 하는 회화 화가들의 전시로 작품 한 점이 팔린 것이 계기가 돼서 개인전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공주는 예로부터 공주에서 전시를 잘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림이 안 팔린다,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우려로 대전이나 서울로 많이 갔었어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많이 걱정을 했었지만 이제는 공주화가는 공주에서 활동을 하면서 자기 저변을 확립하려고 하는 추세입니다."

저변 확대도 많이 됐고 시장도 형성됐다는 얘기다. 한편으로는 문화도시가 발족되면서 공주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말도 된다.

“제 개인적인 갤러리에 지원은 없지만, 화가들에게 지원을 하면 간접적으로 갤러리가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결과적으로 갤러리도 발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구입하는 값을 지원해 주는 제도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면서, 지원이 만들어낸 그림 시장의 생태계 변화를 늘어나는 갤러리 숫자를 들어 설명했다.

요컨대 2021년도에 사설 갤러리 2곳이 개관되면서 전문 갤러리가 3군데가 됐고 2022년에 2군데가 개관되면서 5군데가 됐다. 또 올해 2군데가 개관되면서 총 7군데가 됐다는 것이다.

사설 갤러리 개설은 상당히 희망적인데 똑같이 회화만 전시하기보다는 금속공예나 의류, 고서적을 한다든가 좀 더 세분화 전문적인 전시가 있다면 이 거리가 박물관 같은 공간이 되지 않을까”한다며 발전 방향성에 대해 넌지시 말을 꺼냈다.

이곳에는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문화예술 생태계가 조성됐다. 사진은 갤러리 내부

중학·옥룡동 일대는 도시재생이 성공적으로 마감되면서 민간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자고 나와 걸어나오면 카페가 있고 걷다 보면 화가의 작업실이 있고 집밥같은 식당이 있다. 이런 것이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거리는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생태계가 형성됐 갤러리 2군데에서 시작한 그림 상점이 3곳으로 늘어나면서 전문 거리가 됐다. 

예술의 생태는 그림을 전시하고 그 그림이 팔리면 개인이 사기도 하지만 화가도 그림을 사기도 한다. 실제로 2022년 전시된 총 1347점 중 528점이 팔였고 그 중 30여점을 화가가 사갔다. 최근에는 신혼집, 이사하는 집에 선물도 그림으로 사가는 경우가 많다. 세종에 살다 서울로 이사간 부부는 그림 상점로에 그림을 사러 오기도 했다. 그림 상점로를 자꾸 감상하면서 자기가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지 취향을 알게 됐다는 사람도 있다. 

김배히 작가의 작품은 작품도 보지 않고 사가는 이도 있었다. 이만우 작가의 작품도 주제가 무겁다는 이유로 그림이 팔리지 않았는데 그림 상점로에서 한 점이 팔리면서 입소문이 났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400여만원의 비용을 내고 작품을 바로 사 갔다. 앞으로 더 잘 되지 않을까 한단다. 

“아마도 제가 화가들에 대해서 잘 설명할 수 있고, 그런 점이 작품 구매 시 망설여질 때 마음을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그게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관장은 “세종이 부자도시이니 세종으로 옮기라는 조언도 많이 받았지만 도시의 역사라든가 분위기 화가들에 대한 지식도 없어서 공주에서 유지를 했다”며 이 곳에서 갤러리 운영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고도 공주의 장점들이 많다. 역사가 깊다. 구석기시대, 백제시대, 조선시대 등 이러한 역사와 예술을 더해서 전시를 기획했던 적이 있다. 실제로 역사학자들과 화가들이 관심을 많이 보였다. 지금은 세종에서 오는 사람들도 많다. ‘감영길’, ‘조선통신사’에 관한 전시회는 호평받기도 했다. 예술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화가나 공예가들의 작품이 상품화가 되도록 자연스럽게 연이 닿았다. 

지금 진행중인 갤러리 주간 'MADE IN Gong Ju ART PROJECT' 는 3년째 진행중이다. 갤러리 대표들이 숨어 있는 화가를 발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7곳의 갤러리와 문화예술촌까지 해서 8곳의 공간에서 진행중이다.

현재 전시중인 임성호 작가는 이미정 관장을 “작가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관장”이라며 “팔려는 것보다 알리려고 하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이 작가들을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이 공주 문화예술계의 선구자이자 구심점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미정 관장은 “특별한 욕심은 없고 잘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것을 지금처럼 잘 유지하고 싶다”며 “더 나이 들어서는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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